부동산 - PUNPUN

신중하게 집을 구해야 하는 이유

부산촌놈상경기 3화

(전편에 이어)

1년 넘게 백수 생활을 이어 가던 중, 전 회사의 팀장님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본인이 이직한 회사에 지원할 생각이 없느냐는 거였다. 서울 소재의 광고 홍보 회사로 업무는 전과 대동소이했다. 블랙기업에 호되게 당한 이후, 두 번 다시는 이쪽 업계에서 일하지 않겠노라고 굳게 다짐한 나였다. 하지만 목구멍이 포도청인 현실 앞에 순순히 백기를 들 수밖에 없었다. 계속해서 집에 손 벌리기도 어려웠고, 주택청약까지 허물 정도로 주머니 사정이 힘들었기 때문이었다.

오랜 고민 끝에 서류를 넣었다. 그리고 바로 다음 주에 면접을 본 후, 부산으로 돌아가는 길 위에서 합격 통보 전화를 받았다. (채용 절차가 빠를수록 일단 한번 기업을 의심해야 한다는 교훈을 이때 또 망각했다.) 그리고 출근 일까지 정확히 1주일 뒤로 정해졌다. 전날만 해도 백수였는데, 이제는 안동이 아닌 서울에 거처를 마련해야 했다. 그래도 길고 긴 취준 생활을 뒤로하고 그토록 염원하던 서울에서의 직장생활을 시작한다는 사실에 무척 기뻤다. 드디어 부산촌놈이 상경에 성공하는 순간이었다. (연재는 계속됩니다…)

사람들이 반지하 주택을
왜 피하나 했더니

남는 집이 많아 보증금과 월세가 저렴한 안동과 달리, 서울에서는 집 구하기가 여간 쉽지 않았다. 기본 수천만 원에 달하는 보증금을 마련하기도 어려웠고, 그렇다고 쥐꼬리만 한 급여의 3분의 1에 달하는 월세 역시 내가 당장 감당할 수준이 아니었다. 조건에 맞춰 집을 알아보고 계약하기에 1주일이란 시간은 너무나 짧았다. 이러다 머무를 곳 없이 출퇴근할 판이었다. 그때, 나보다 몇 개월 앞서 상경한 친구가 집구하기 전까지 본인 집에서 머물라고 선뜻 제안을 건넸다. 고시원까지 알아보고 있던 참에 참으로 천만다행이었다. 그렇게 월세와 관리비 절반을 부담하고 6개월 정도만 지내게 됐다. 반지하 원룸이긴 해도 회사까지 거리가 가까운 데다, 군식구를 받아줄 사람이 마땅히 없었기 때문에 딱히 불평불만할 처지가 아니었다.

그런데 홍대 앞 친구 집의 상태는 예상을 훌쩍 뛰어넘었다. 막상 방문해보니 말문이 턱 막힐 정도였다. 여태 경험해보지 못한 형태의 삶이었다. 반지하 주택에서 살아본 경험이 없어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왜 사람들이 기를 쓰고 피하는지 채 며칠이 지나지 않아 느낄 수 있었다. 일단 기본 옵션으로 제습기가 비치될 만큼 습기가 엄청났다. 뭐랄까, 사계절 내내 장마철이었다. 볕이 들지 않다 보니 빨래도 잘 마르지 않았고, 온종일 퀴퀴한 냄새가 집안을 떠다니다 구석구석 스몄다. 곳곳에 곰팡이가 끊이질 않았는데 하루라도 분리수거를 거르면 좁쌀 같은 벌레가 어김없이 기어 나왔다. 평소에도 그러니 비마저 쏟아지는 날은 물속에서 헤엄치는 것처럼 온몸이 끈적거렸다.

새 직장에서 적어도 6개월은 일하며 보증금을 어느 정도 모은 후에야 집을 구할 요량이었다.(대출도 받을 수 있고) 하지만 2~3개월 살다 보니 도무지 오래 머물 곳이 아니다 싶었다. 웬만한 환경에서도 잘 버티는 나였지만, 손바닥만한 집에서 습기를 둘둘 두르고 살다가는 나도 곧 썩어버릴 듯했다. 돈 좀 아끼려다 더 많은 것을 잃을 것만 같았다. (학교 앞이어서 월세가 저렴한 것도 아니었다.) 그래서 친구와의 합의를 무르고 3개월 만에 도망치듯 빠져나왔다. 아무리 급해도 반지하나 옥탑방같이, 사람들이 뜯어말리는 곳에서 두 번 다시 살지 않겠노라고 굳게 마음먹으며.

꼼꼼하게 알아보지 않고
급하게 집을 구한 결과

3개월간 이모저모 고생을 했지만, 드디어 본격적인 서울살이를 시작한다는 기쁨에 무척 들떴다. 그런데 서울에서 집을 제대로 구해본 적 없다 보니, 어떤 집이 좋은지, 그리고 무엇을 따져야 하는지 도통 아는 게 없었다. 그렇다 보니 공들여 지역을 분석하지 않았고, 집 상태와 주변 환경을 열심히 재고 따지지도 않았다. (솔직히 반지하 방, 거기만 아니면 된다는 심정이었다…) 준비가 충분치 않으니 방을 둘러보던 첫날 얼떨결에 계약까지 끝마쳤다. ‘처음 본 집은 절대 계약해서는 안 된다.’, ‘적어도 3곳 이상의 지역을 둘러봐라.’ 등의 집 구하기 불문율을 알면서도 따르지 않았다. 혼자 산다는 들뜬 기분에 만취되어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친 셈이었다.

이사한 집은 멀쩡한 곳이 아니었다. 주거용이 아닌 건물을 쪼개 원룸으로 개조(용도 변경)한 것이라 집안에 싱크대, 가스레인지가 없었다. 심지어 집을 구경했을 땐 몰랐는데, 건물 뒤편에 고가도로가 맞닿아 있어 밤마다 차 다니는 소음에 시달렸다. (시꺼멓게 내리깔리는 온갖 먼지는 덤이고.)

결정적으로 이곳은 주거 용도가 아닌 ‘제2종 근린생활시설’로 분류되어 대출이 불가능했다. 연말정산을 할 때, 월세 명목으로 돌려받는 세액공제도 안 된다는 뜻이었다. 공인중개소에서 이 집부터 보여준 이유도 그제야 알았다. 제2종 근린생활시설 건물은 주거 용도 주택보다 중개수수료가 거의 곱절로 비쌌기 때문이었다. 이밖에도 하나하나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문제가 많았다. 주거 용도가 아니니 전기세가 일반 주택의 배로 나오는 것부터, 한 층당 7세대가 복도형 구조에 줄줄이 거주해 나도 모르게 사생활이 노출된다는 점까지… 독립의 설렘을 품고 계약한 집은 결국 오래가지 않아 하자로 가득한 거주지로 판명 났다.

일하는 시간을 제외한 대부분을 집에서 보내는데, 컨디션이 좋지 않다 보니 삶의 질이 급격하게 떨어졌다. 어쨌든 밥은 먹어야 해서 조그만 인덕션을 썼고, 그마저도 설거지는 화장실에서 해결해야 했다. (쪼그리고 앉아 그릇을 씻을 때마다 널찍한 주방이 있는 곳으로 이사하는 꿈을 꿨다…) 그뿐만 아니라 공과금, 관리비 등이 비싸다 보니 고정비로 나가는 돈도 만만치 않았다.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지역별로 집을 알아보며 조건과 환경을 꼼꼼히 따져만 봤어도, 건물의 용도가 무엇인지 등본만 제대로 살펴봤어도 피할 수 있던 일이었다. 펜 하나를 사더라도 품질, 가격, 배송비 등을 꼼꼼하게 따져봤던 내가, 그보다 더 큰 금액이 오가고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집을 구할 때 너무나 많은 것을 간과하고 넘어갔던 것이다. 시간이 없으니 반지하 방이라도 일단 살고 보자는 안일한 생각과 반지하만 벗어날 수 있다면 어디든 괜찮다는 게으른 마음가짐의 대가는 생각보다 훨씬 컸다.

부산촌놈이 깨달은 것
1. 반지하, 옥탑방 등을 사람들이 왜 피하는지 생각해보자. 월세를 아끼려다 더 많은 것을 잃을 수 있다.
2. 집은 충분한 시간을 두고 최대한 많이 알아보자. 처음 본 집을 곧바로 계약하는 것은 금물. 적어도 3곳 이상의 지역에서, 여러 곳의 공인중개소를 들러 비교해보는 게 좋다.
3. 계약하려는 집의 등기부등본을 꼭 확인하자. 건물의 용도가 무엇이냐에 따라 중개수수료, 전세자금 대출가능 여부, 세액공제, 관리비 등에서 차이가 난다.

(다음 편에 계속)

20대의 끝과 30대의 처음을 타향, 서울에서 보내고 있다. 처음엔 독립이 마냥 기뻤는데, 집을 떠나 낯선 곳에 자리 잡는 과정이 생각보다 만만치 않았다. 그래도 홀로 사는 삶이 익숙해지자 차츰 주변에 눈이 돌아갔다. 그때부터 적금, 청약 같은 기본적인 재테크부터 시작해 주식, 해외 ETF 투자까지 온갖 걸 경험했다. 정부 지원이나 정책도 꼬박꼬박 챙겨가며 아등바등 살았고. 피나는 노력의 결과 이제 어느 정도 숨통은 틔우고 산다. 하지만 돌이켜 보니 누가 미리 좀 알려줬더라면 좋았을 일이 수없이 많다. 그래서 이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며 쓴, 그때는 몰랐고 지금은 아는 이야기이다. 에디터 쿨럭(부산 촌놈)의 짠내나는 상경기는 격주 목요일 연재 예정!

매주 월요일 배달되는 유익한 이야기,
푼푼레터 구독하기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약관에 동의합니다.

관련 기사

1.2% 초저금리! 중소기업취업청년 전월세보증금대출 ⑤ : 이사 후 전입신고까지 꼼꼼하게

삶의 질 수직상승! 이 맛에 이사하는구나?

중소기업취업청년 전월세보증금대출 받고 이사가기

STEP. 0 계획 수립
STEP. 1 은행 방문
STEP. 2 집 탐방
STEP. 3 가계약
STEP. 4 대출 신청
STEP. 5 대출 심사 승인
STEP. 6 이사하고 이자 납부하기

복잡한 대출 신청이 끝났다면, 허들을 거의 다 넘은 것이나 다름없다. 특별한 문제가 갑작스레 발생하지 않는 이상 대출 승인이 정상적으로 처리되기 때문. 이제 이사를 끝마치고 전입신고와 이자 납부 등만 잊지 않으면 된다. 고지가 코앞이다.

STEP. 5 심사 승인 완료

고대하던 대출 승인 결과는 개인 연락처로 알려준다. 은행에서 요청한다면 직접 방문해 대출 기간, 상환 방법, 금리와 월 이자 등 관련 내용을 다시 한번 듣고 대출약정서에 사인한다. 이후 이상이 있다면 사전에 연락이 오고, 그렇지 않다면 이사 일자에 맞춰 신청한 대출 금액이 실행된다.

전편에서 언급한 것처럼 최초 대출 기간은 2년으로, 총 4회까지 연장해 최장 10년까지 이용할 수 있다. 다만 연 1.2%(고정금리)의 저금리는 4년(1회 연장)까지만 적용되고 이후에는 금리가 상향된 타 대출 상품으로 전환된다.

대출이 실행되기에 앞서, 전세 대출 보증료인지세를 이자가 빠져나갈 계좌에 입금해두어야 한다. 여기서 보증료는 주택도시보증공사 혹은 한국주택금융공사가 대출 실행을 위해 은행에 보증을 서주는 비용이고 인지세는 계약에 부과되는 세금이다. 대출제부대비용이라는 명목으로 대출실행일, 그러니까 잔금이 집주인에게 입금되는 날 돈이 빠져나간다. 금액은 10~20만 원 선. 그러니 이에 맞춰 잔고를 충분히 채워 두자.

STEP. 6 이사 끝! 전입신고하고 이자 납부하기

  1. 대출 실행과 잔금 납부

이사 하루 전 혹은 당일, 신청한 대출금이 실행되었다고 문자 메시지가 온다. 이때 대출금은 신청한 사람이 아닌 집주인에게 직접 입금되고, 돈이 제대로 들어갔다면 잔금을 마저 치르면 된다. 100% 대출을 받았다면 더 보내야 할 돈이 없고, 80%를 대출받았다면 전세금에서 계약금과 은행 대출금을 뺀 금액을 입금하면 된다.

Ex) 전세 1억 2천만 원인 집을 구했다면, 임차인이 계약금으로 600만 원(5%)을 걸고, 나중에 은행에서 9,600만 원(80%)의 대출금을 실행한다. 따라서 나머지 1,800만 원(15%)을 이사 직후 집주인에게 보내는 것이다.

TIP. 천만 원이 넘는 거금을 한 번에 이체하기 어려울 수 있다. 1회 최대 이체 가능 금액, 1일 최대 이체 가능 금액을 확인해 OTP를 발급해두거나, 고액 이체가 가능한 카카오뱅크를 활용해보자.

2.전입신고

드디어 이사가 끝났다. 새집에서 들뜬 기분을 만끽하고 싶겠지만 신경 써야 할 게 한 가지 더 있다. 바로 전입신고인데, 이는 새로운 거주지로 이사했다는 사실을 해당 지역의 관할 기관에 신고하는 것이다. 새 주거지로 전입한 날을 기준으로 14일 안에 신고해야 한다. 전입신고된 주민등록등본을 은행에 별도로 제출해야 하니, 가능하다면 정부24 홈페이지에서 최대한 빨리해두자.

전입신고를 오프라인으로 해야 한다면? 반드시 ‘이사하는 지역의 주민센터’에서 신청해야 한다. 이때, 본인은 신분증과 부동산 임대차계약서가 필요하고, 대리인이라면 별도의 위임장과 세대주 도장을 추가로 지참할 것.

3. 이자 납부

은행에서 대출 금액과 납부 일자 그리고 납부해야 하는 금액을 매월 문자로 안내해준다. 1.2%의 이율이지만 세금이 붙어 딱 맞아떨어지지는 않는다. 에디터 쿨럭도 9,600만 원을 대출받아 9만 6천~7천 원 선의 이자를 꼬박꼬박 납부 중이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정부의 도움을 얻었다 해도 대출은 대출이란 것! 이자 납부를 성실히 이행하지 않으면 신용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으니, 계약이 끝나는 그 날까지 놓치지 말아야 한다.

에필로그

매월 4~50만 원씩 나가던 월세는 (그렇지 않아도 박봉인) 내게 상당한 부담이었다. 관리비에 공과금까지 더하면 돈을 모으기는커녕 생활조차 빠듯한 정도였으니…(식비에, 교통비에, 통신비까지 더하면 답도 없었다.) 하지만 중소기업취업청년 전월세보증금대출을 활용한 결과, 집 관련 고정 지출이 3분의 1 수준으로 대폭 줄었고, 덕분에 여유자금을 저축과 투자에 나누어 쓸 수 있게 되었다. 그뿐만 아니라 대출 가능한 금액이 제법 크다 보니 집을 고르는 선택지가 넓었고, 몸 하나 달랑 누일 정도로 협소했던 이전의 집에서 벗어나 넓고 깔끔한 집으로 거처를 옮겼다.

물론 모든 게 순탄하지는 않았다. 대출 과정이 생각보다 복잡하고, 필요한 금액이 제때, 제대로 나올지 전전긍긍하는 바람에 몸과 마음이 꽤 소모됐다. 게다가 시간뿐만 아니라 중개수수료와 보증료, 인지세, 이사 비용, 새롭게 집을 꾸미는 인테리어 비용 등 예상 못 한 비용이 끊임없이 발생해 결국 부모님께 손을 벌려야 했다. (이사할 땐 꼭, 여유자금을 충분히 마련해 놓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격요건을 갖췄다면 꼭 한번 중소기업취업청년 전월세보증금대출을 신청해보라고 강력하게 권한다. 사회초년생이 1억 원 가까운 거액을 1.2%의 고정금리로 대출받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지만 그것을 가능케 하는 게 중소기업취업청년 전월세보증금대출이기 때문이다. (아아 대출이 현실로 일어났습니다…!)

열심히 발품을 팔아 집을 알아보고 대출을 마무리해, 원하던 집으로 들어설 때의 그 뿌듯함은 무어라 형언하기 힘들다. 특히 반지하와 3평짜리 원룸을 전전하던 (암울하기 그지없던) 과거를 떠올릴 때면, 사는 곳이 삶에 얼마나 큰 영향력을 미치는지 다시금 깨닫는다. 그러니 과거의 쿨럭처럼 집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면, 중소기업취업청년 전월세보증금대출을 활용해보는 게 어떨까? 전에 없던 여유를 누리며 삶이 더 윤택해질 수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매주 월요일 배달되는 유익한 이야기,
푼푼레터 구독하기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약관에 동의합니다.

관련 기사

서울 여자 독립기 ⑬ : 자가 매수, 그 후로 2년

결국 이 한 마디가 남았다. 도전하고, 공부하고, 아껴라

오늘 일기 3줄 요약
👆 2년을 살았고, 그사이 주택정책은 또 몇 번의 격변을 맞이했다. ✌ 지하철로 도보 이동이 가능한 한강변의 아파트 중, 가장 저렴한 우리 집은 2년 만에 시세가 2억 넘게 올랐다. 👌 실거주 한 채는 생명줄이니, 그냥 삽시다.

치밀한 준비로 끝마친 이사

이사 들어가는 날은 어떻게 시간이 갔는지 모르겠다. 관리사무소에서 정리해야 할 것들은 부동산 부장님이 해결해줬고, 우리는 서류에 도장을 찍고 은행에서 나온 법무사와 금액을 정리했다. 포장 이사였지만 각종 가전제품 반입이 겹쳐 땀을 뻘뻘 흘리며 동분서주했고, 이삿짐센터 직원들이 나가자마자 대충 씻고 주민센터에서 주소 이전을 마치고 나서야 한숨 돌릴 수 있었다. 물론 마음의 진정한 평화는 다음날 에어컨 설치가 끝난 직후였지만 말이다.

2014년 12월에 월세로 독립해 2017년 2월, 전세로 갈아탔다. 그리고 같은 해 4월에 결혼했고, 드디어 2018년 7월, 자가 아파트에 입성했다. 4년 만에 맞이한 격변의 현장이었다. 남들은 10년이 걸쳐야 겪을 변화를 나는 단 4년 만에 맞이했다.

“이달 안에 계약하고 상반기 안에 이사 갈 거야”

이 말은 신랑에게만 한 말이 아니었다. 혹시나 비상사태가 발생하면 계약금이건 중도금이건 현금조달이 바로 가능한 건 결국 부모님 찬스였을 터라 양가에 똑같이 이야기했다. 그리고 신랑에게 말을 꺼내고 2주, 부모님들께 이야기한 지 1주일 만에 계약서에 도장을 찍은 셈이었다. 실거주의 중요성을 인정하는 친정 식구들과 시어머니는 잘했다 하셨지만, 보수적인 시아버지는 그 큰 빚을 어찌 해결할 것인지 물으셨다. 그러실까 싶어 계약서에 도장을 찍고 나서 말씀드린 건 현명한 선택이었다. 결혼한 지 1년 남짓 된 며느리의 3억 원짜리 배포였던 것이다.

불안해하실 것은 알았다. 나도 신랑도 여전히 그리 많지 않은 수입을 버는 문화예술계 종사자였으니까. 그나마 나라도 정기적인 수입이 확보되어 내린 결정이었다. 철없다 소리 들을 생각은 없었다. 그래서 A4용지 한 장에 자금계획을 적어서 내밀었다. 예상하는 대출 이자와 한 달에 갚아야 하는 돈, 우리가 현재 보유한 자금 상황. 그런 것들이 눈에 들어올 리 없는 시아버지는 집값이 내려가면 어쩌려고 그러냐 하셨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안 떨어지게 할게요”

3억 2천만 원짜리 배포는 이런 것이었다. 처음에는 어처구니가 없어 하셨다. 아마 ‘네가 무슨 재주로?’라고 묻고 싶으셨을 것이다. 너무나도 뻔뻔하게 구는 며느리에게 보탤 말은 없었다. 이런저런 정기적인 비용을 다 제하면 회사에서 사 먹는 점심을 포함한 용돈이 30만 원이었다. 우리 부부의 자금 배분은 명확했다. 공동으로 사용한 소비와 제습기, 이불, 커튼 같은 아이템들은 내가, 그리고 식비, 외식 등 기타에 해당하는 부분은 신랑이 지출했다. 대출은 나의 몫이었다.

배짱 좋게 말했지만 사실 무서웠다. 아이라도 생기면, 그래서 휴직이라도 하면 답이 없는 상황이었지만 멈출 수 없었다. 진짜로 집의 가치가 올라서 집값이 오르는 게 아니라는 것이 지난 1년 간 고민하여 내린 결론이었기 때문이다.

내 월급이 오른다면 집값도 오르기 마련이다

어렸을 적에, 집에서 큰 사기를 당해 당시 엄마가 장만했던 작은 집이 홀랑 날아갔다. 뒤늦게 그때의 부채 규모를 듣고 내가 한 첫 마디는 “겨우 2천?”이었다. 1989년의 2천만 원. 그 당시에는 은마아파트도 2천만 원이었다. 30년 전 2천만 원은 오늘의 20억 원이다. 초등학교 때는 300원짜리 과자가 제일 비싼 거였는데, 지금은 2천 원은 줘야 그만한 과자를 산다.

내가 사는 집과 지하철에서 도보 1분 거리의 집과의 차이는, 가치에서 비롯된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5년 전 집값과 오늘 날의 집값 차이는 인플레이션이라는 게 내 결론이었다. 2003년 처음 그 아파트에 온 가족이 이사할 때, 집값은 1억원 남짓이었다. 그러다 2014년 엄마가 집을 비울 무렵엔 3억 원이 좀 넘었고, 내가 다시 들어갔을 시점에 집은 5억 1천만 원의 시세를 형성했다. 그리고 지금은? 무려 7억 5천만 원을 기록 중이다. 물론 1층인 우리 집도 ‘KB시세’ 기준으로 6억 9천만 원을 찍었다. 2년 만에 2억 2천만 원이 오른 셈이다. 시세보다 비싸게 산 집인데도 불구하고. 계속 일을 하면 월급은 어떤 식으로든 오른다. 지금의 1억 원은 매우 큰돈 같지만, 회사생활을 하는 7년 사이에 나의 페이는 꽤 많이 변했다. 물가가 오르면 임금도 따라 오른다. 그리고 급여가 상승 폭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더라도, 집은 인플레이션을 이미 반영해 같이 치솟는다.

그 사이 변수가 많았다. 주택정책은 계속 바뀌었다. 엄밀하게는 다주택자들을 자극하는 정책이 쏟아졌다. 반기에 한 번씩 튀어나오는 정책 때문에 부동산 경기는 불타올랐다. 2017년 8월에 대출을 통제하기 시작한 이후, 2018년 여름에 다시 한번 임대주택을 보유자를 규제하는 정책이 나왔다. 이로 인해 2018년 8월엔 지방에서 서울로 몰려와 집을 사들이기 시작했고, 무주택자도 주택 구매에 나섰다. 이처럼 공급은 한정적인데 수요가 늘어나니 집값은 드라마틱하게 변했다. 예를 들어 2018년 3월 기준으로 6~7억 원을 호가하던 마포의 아파트들은 이제 10~12억 원을 찍고 있다. 염창동 역세권의 15년 된 아파트도 30평대는 9억 원을 훌쩍 넘어섰다. 신축은 입주 전부터 10억 원을 찍은 상태이고.

놀라운 변화에도 우리는 평온했다. 왜? 이미 집을 샀으니까. 다른 집으로 갈아타기에 이제 힘든 구조로 변화했지만, 당장은 안정적이었다. 마음의 평정을 찾고 싶을 때 아파트 시세를 검색했다.

이자를 어떻게 갚아나갈 것인지 현명한 선택이 필요하다

금리는 계속 떨어졌다. 우리는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를 적용했다고 생각했지만, 계속해서 하락하는 것을 보며 속상했다. 30년에 걸쳐 이자를 갚아나가야 하니 금리의 영향이 컸기 때문이다. 그러다 2020년 5월, 우리 집의 시세가 6억 원으로 잡혀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당시 3억 원이 채 안 되는 빚이 남아있었는데, 시세가 6억 원이란 말은 보금자리론의 최대 대출 가능 금액인 3억 원을 낮은 금리로 대출할 수 있다는 뜻이었다.

그런데 단 1원이라도 시세가 오르면 일반은행에서만 대출을 갈아탈 수 있었다. 당장 서류를 갖춰 제출했고, 다행히 대출받은 이력이 있어 그런지 3일 만에 승인이 떨어졌다. 그리고 한 주 뒤 곧바로 시세가 6억 1500만 원으로 변했다. 잠시 망설였다면, 대출 갈아타기가 불가능했을 것이다.

지난해 가을 아이를 낳았다. 그러면서 작은 평수라도 조금 더 지하철 가까이로 이사할 걸하는 아쉬움이 많이 없어졌다. 금리 낮추기에 성공했고, 대출금 자체가 3억 원 미만으로 떨어지니 한 달에 내야 하는 이자도 평소보다 20만 원가량 낮아졌다. 그러자 심리적 안정감이 훅 차올랐다.

물론 아쉬움은 있다. 대출을 상환하는 방식은 크게 체감식 (원금균등)분할상환, 원리금균등분할상환, 체증식분할상환)가 있다. 우리는 그 중에서 체감식분할상환을 선택했다.

서울 여자 독립기 ⑬ : 자가 매수, 그 후로 2년 - 푼푼(PUNPUN)

위의 그림은 2억 원을 상환할 때 체감식 분할상환과 원리금 균등분할상환, 그리고 체증식 분할상환을 비교한 것이다. 체감식을 선택하면 초반 부담은 크지만 이자가 제일 적고, 체증식은 초반 부담은 적지만 내야 하는 돈이 점차 늘어난다. 우리는 원금을 360개월간 균등분할하는 ‘체감식 원금균등분할’방식의 대출을 선택했다. 하지만 지금처럼 금리가 계속 떨어지는 상황에서 언젠가 이 집을 팔고 나간다는 전제를 깔면, 초반에 이자를 많이 내는 ‘체감식 원금균등분할’ 방식은 부담이 크다. 더군다나 아이를 낳고 휴직에 들어가니, 원금을 많이 상환하는 방식이 매우 부담 되는 것.

더군다나 직전에 말하지 않았던가, 집값은 인플레이션의 산물이라고. 지금의 10만 원은 10년 후의 10만 원보다 훨씬 가치가 크다. 그러니 더 큰 가치를 지닌 돈을 대출상환에 사용하는 셈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특히 재테크에 밝은 사람들은 체감식보다 체증식을 선택한다. 어차피 언젠가 팔고 나갈 집, 이자만 내고 살다 끝내겠다는 전략이다.

고지식하고 미련한 나는 전세자금대출을 할 때와 마찬가지로 빚을 빨리 갚아 완전히 내 집으로 만드는 방법을 선택했다. 어차피 언젠가 집을 팔아 그것으로 빚을 갚아야 하면, 결국 사라질 돈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아직도 재테크와 거리가 먼 인간이란 사실이 여실히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심지어 육아휴직 중인 지금, 당장 한 달에 100만 원 넘는 돈을 갚아나가는 게 참 힘든 일인데도 불구하고 이렇게 미련한 선택을 했다. 사실 살짝, 아니 좀 많이 후회 중이다. 돈을 갚는 대신 종잣돈으로 뭉쳐 또 다른 투자를 하는 것까지는 아니어도 당장의 부담을 줄일 수 있고, 어차피 복직하고 일을 시작하면 생각 못한 상황을 맞이할 수도 있는데 말이다.

하지만 또 그렇게 어려운 길을 선택했고, 2년만에 갱신한 360개월 할부를 매달 조금씩 갚아나가며 살고 있다. 요즘 같은 상황에는 어디 이사 가는 것도 쉽지 않다. 예전 같으면 갭투자로 좋은 동네의 집을 사고 월세로 옮겨 전세보증금을 뺀 다음, 다른 곳에 투자하는 부동산 투자의 정석 같은 루트가 다 막혀버린 탓도 있다. 자포자기의 상태라고 할까? 그냥 이곳에서 당분간 세 가족이 그저 살아가면 그만인 그런.

수많은 정부 정책의 등장으로 우리 아파트의 전세 시세는 아파트를 처음 산 가격에 살짝 못 미치는 수준으로 책정됐다. 돌이켜 보면 하마터면 매매는 고사하고 전세도 못 들어올 뻔했다. 그러니 거기에 만족하기로 했다. 최소한 지금 당장은 말이다.

내 집 마련의 시작은 종잣돈 마련부터

혼자 사는 수많은 여자 후배들에게 말한다. 우선 1억 원을 모으라고. 1억 원이 남의 이야기 같다는 말에 홈택스에 들어가 그간의 모든 소득을 합해보라고 말한다. 최저 시급을 받았더라도 5년만 사회생활을 꾸준히 했다면 이미 1억 원이 스쳐 지나갔음을 알게 될 거라고. 내가 보증금 1000만 원에 월세 45만 원짜리 집에서 시작해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은 열심히 갚아 나간 전세자금대출이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목돈을 만들어라. 서울이 아니어도 안전한 주거공간을 위한 도전은 어떻게든 할 수 있다. 1억 원. 어려워 보여도 한번 올라타면 그 다음은 움직이는 돈의 단위가 다를 것이다.

3년 전 그 말을 새겨들은 후배 하나는 올해 안에 1억 원을 만들 수 있을 것 같단다. 지금은 뭘 할지 모르겠다는 말에 일단 서울이든 경기도이든 살만한(buy) 동네, 살고 싶은(live) 동네를 뒤지며 시세를 확인하고 후보 지역을 정하라고 했다. 집값은, 특히 아파트 가격은 빅데이터의 산물이다. 남향인지, 혹은 1층인지, 10층인지, 지하철에서 얼마나 먼지, 분리수거장과 얼마나 가까운지, 주차장에서 이동은 어떠한지 등 다양한 변수가 예민하게 반영된 아주 섬세한 수치이다. 하물며 입지에 따라 얼마나 천차만별인가. 생각보다 서울은 넓고, 경기도까지 하면 더욱 넓다. 기회는 어딘가에 있다. 꾸준한 발품과 오랜 노력은 결국 성공으로 이어진다.

혼자 살수록 주거 안정은 중요하다. 자가 주택 매수는 남일이 아니며, 어떤 식으로든 해낼 수 있다. 도전하고, 공부하고, 아껴라. 그게 혼자 사는 후배들에게 매번 하는,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진심을 다해 권하는, 이야기가 되었다.

‘돈’과는 거리가 먼 예술계에서 머물다 뒤늦게 ‘재테크’에 눈을 떴다. 푼푼에서 ‘서른에 시작한 주식 오답노트’를 연재하며 수많은 재린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해외 주식 매수법’을 공개 했던 그가 재린이를 위한 부동산 이야기를 들고 돌아왔다. 내 집 마련하고 싶은 이들의 궁금증을 해소해 줄 ‘서울 여자 독립기’는 매주 수요일 푼푼에서 확인할 수 있다.

매주 월요일 배달되는 유익한 이야기,
푼푼레터 구독하기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약관에 동의합니다.

관련 기사

서울 여자 독립기 ⑫ : 갭투자의 성지, 염창동에 입성하다

하지만 대출 과정이 그리 간단치 않았으니…

오늘 일기 3줄 요약
👆 집주인이 20년 동안 단 한 번도 살지 않았던 아파트에 입주했다. ✌ 갭투자의 성지에 들어서기 위해 넘어야 할 마지막 관문은 대출이었다. 👌 전세자금대출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는 복잡함을 넘어야 비로소 내 집이 된다.

우여곡절 끝에 집을 샀다. 가계약금을 보내고 나서도 수억 원대의 쇼핑을 했다는 사실을 실감하지 못하다가, 계약서 작성에 앞서 중도금과 잔금 일정을 정리했다. 그런데 어차피 잔금은 유동적이니 중도금만 적당한 선에서 정하자고 했다. 아차 싶었다. 중도금이라니. 자금 계획에 없던 항목이었다.

계약금을 받은 이후라도, 만약 매도인이 의지를 갖고 계약을 파기하고자 하면, 금액의 2배를 주면 그만이다. 하지만 중도금이 들어가면 계약을 무를 수 없다. 이런 중도금의 위력을 꽤 늦게 알게 되었다. 아무튼 계약금까지는 어떻게 해결했는데, 중도금까지 필요하다니. 전혀 예상치 못한 포인트였다. 계약서에 도장을 찍는 것은 많은 걸 의미했다. 계약서를 작성하면서 중도금 액수와 시기까지 조율해야 했다. 중개사와의 몇 번의 전화 덕분에 빠르게 현실을 직시할 수 있었다.

계약금 다음은 중도금
중도금 다음은 잔금, 이게 바로 산 넘어 산

중도금을 위해 퇴직연금 수령 시기를 당겨야 했다. 우리는 계약금 외의 금액은 ‘대출과 전세보증금 그리고 퇴직연금’으로 해결하기로 한 상태였다. 물론, 잔금 외에도 취득세와 양쪽 집의 중개비, 이사비용, 법무사 비용 등까지 모두 포함한 금액이 필요했다. 이때, 1억 후반의 전셋집 중개사 비용과는 차원이 다른 금액이 들어간다. 이래저래 계산하면 대략 800만 원 언저리. 거기에 신혼살림을 구매하며 포기했던 전자제품까지 더하니 추가 비용이 1,600만 원에 달했다.

퇴직연금이란 은퇴 후 소득이 없을 때를 대비해 그전까지는 쓰지 못하는 구조이나, 몇몇 특수한 경우에는 가능하다. 근로자 본인, 배우자, 부양가족에게 질병 및 부상이 발생해 장기요양이 필요한 경우, 임금피크제 등으로 월 소득이 감소하는 경우, 집을 사거나 전세자금 및 임차보증금을 마련하는 경우, 개인 채무로 인해 파산선고 이후 개인회생 절차를 밟는 경우 등이다.

신청을 위해 회사 명판이 찍힌 퇴직연금 중도인출 신청서, 주민등록등본, 현 주소지와 앞으로 거주할 집의 건물 등기부 등본, 지방세의 세목별 과세 증명서, 부동산 매매계약서 사본, 계약서 영수증 등 여러 가지 서류를 받기 위해 이곳저곳 바삐 움직여야 했다. 등본 정도야 어렵지 않았지만, 꼭 당일에 뽑은 것을 가져오라는 은행의 신신당부도 있었다. 집을 산다는 사실을 회사에 알려야만 했고, 지방세 세목별 과세증명서는 무조건 주민센터에 직접 방문해야 발급할 수 있었다. 퇴직연금을 신청한다고 바로 나오는 것도 아니었다. 1~2주 걸리는 경우가 허다했다. 그나마 은행원의 융통성 덕분에 우리는 상대적으로 빨리 나온 편이었다.

하지만 언제 나올지 모르는 퇴직연금이 불안해, 혹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어른들께 빌릴 요량으로 최대한 중도금을 뒤로 미뤄 놓았고 금액도 최소화했다.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여지를 최대한 만들고 싶었다. 계약서를 쓰는 날은 그저 아름답게 인사하며 도장이나 찍는 날이었다. 사전에 모든 조율이 완료된 상태여야 했다. 과정마다 중개사의 역할은 생각보다 폭넓었다.

도장을 찍는 대망의 날, 중개사 부장님은 등기부등본을 뽑아서 보여주었다. 집의 역사는 생각보다 단순했다. 인천에 살던 A라는 사람이 1997년에 낙찰을 받아 소유자가 되었다가, 거주하던 단지의 다른 동으로 2001년에 이사했다. 그러다 2002년, 부부로 추정되는 B 커플이 매수했는데 이들은 2013년에 다시 성동구로 이사했고, 이후 현 매도인이 2014년 11월에 2억 1천만 원의 대출을 끼고 3억 원에 이 집을 매수했다. 엄마가 말한 리모델링 시점과 딱 맞아떨어졌다. 그리고 리모델링을 마치고 전세를 내주며 전세자금으로 대출 자금을 (아마도) 회수했을 것이다. 2018년 3월, 4억 7천만 원에 매도했으니 리모델링 비용과 전세 기간의 이자, 그리고 그간의 재산세를 고려하더라도 1억 3천만 원 이상 차익을 봤다고 계산이 떨어졌다. 불과 4년 만에 말이다.

우리와 계약한 매도인 역시 다른 곳에 살고 있었다. 그러니까 실 소유자가 이 집에 거주한 건 19997년 이후 우리가 처음이었다. 염창동이 갭투자의 성지라고 했던 이유가 다 있었다. 한때, 천만 원으로 전세를 끼고 집을 살 수 있었던 동네다. 이 신묘한 기술을 진즉 알았더라면 나도 건물주가 될 수 있었겠지만 안타깝게도 나는, 글을 쓰는 지금에서야 그걸 깨달은 우매한 인간이었다.

대출이라는 (너무나 높고 험한)
마지막 허들을 넘어야 한다

20년 동안 한 번도 건물주의 손을 탄 적이 없는, 세입자만을 위해 존재한 이 아파트는 인제야 주인과 함께하는 건물이 되었다. 물론 중도금이 해결되었다고 모든 게 끝난 것은 아니었다. 여전히 대출이 남아있었다. 실은 가장 큰 과제였다. 우리가 필요한 돈 그 이상의 대출은 허용되지 않았다. 엄밀하게는 그 아래만 가능했다. 그때까지도 대출이 말하는 집의 ‘시세’가 무엇인지 몰랐다.

몇 번의 시뮬레이션으로 받을 수 있는 최대치의 금액을 산정하고, 그에 맞춰 자금계획을 세웠다. 다행히 계약금과 중도금까지 무사히 넘겨, 대출과 전셋집 빼기만 완료하면 되는 상태였다. 하지만 제도가 허용하는 최대치의 대출을 받아야 했다.

필요한 대출은 총 2가지였다. 내집마련디딤돌대출과 보금자리론. 전자는 2018년 3월 당시, 5억 원 이하의 주택을 구매할 때(수도권 기준) 최대 2억 원까지 대출이 가능했고, 후자는 6억 원 이하 주택 구매 시(수도권 기준) 최대 3억 원까지 대출이 가능했다. 이 2가지를 모두 활용하면 최대 5억 원까지 대출이 되는 기적이 이뤄지지만, 한국주택금융공사는 바보가 아니다. 내집마련디딤돌대출로 2억 원을 받으면, 보금자리론으로 추가 대출을 받아도 주택 시세의 70%까지만 대출이 가능했다. 여기에 부부합산 소득이 기준 금액 이하여야 한다는 조건이 붙었다. 나는 월급 생활자였고 남편은 자영업자라 홈택스 상의 부부합산소득은 기준금액에 아슬아슬하게 부합했다.

금리할인 조건도 몇 가지 있었다. 아이, 특히 3명 이상의 다자녀 가장은 금리할인 외에도 대출 가능한 소득수준 변경 등의 추가 혜택이 주어진다. 당시, 자녀가 없어 금리할인은 불가능했지만, 생애 첫 주택 구매와 신혼부부라는 조건으로 우대금리가 적용됐다. 또한 3년, 그리고 36회 이상 불입한 청약통장을 보유했을 때에도 우대금리가 적용되었는데, 불입 횟수는 기존의 청약통장과 인정 요건이 같아, 당연히 우리도 해당하였다. 물론 우대 사항만 있지는 않았다. 예를 들어, 투기지역이나 투기과열지역에서 매수할 경우, 오히려 0.1%의 금리 추가가 발생했다.

이런, 내가 알던 시세가
그 시세가 아니었네요

4억 7천만 원. 거래금액이 곧 시세라고 생각했다. 뭐 일단 거래를 했으니까. 하지만 주택금융공사가 말하는 기준은 ‘KB시세’였다. 소득증명과 관련된 각종 서류, 금리 우대를 위해 신혼부부임을 증명하는 수많은 자료를 제출하고 나서야 뒤늦게 알았다. 거래금액이 시세가 아니라 그저 주택가격일 뿐이라는 것을. 그러니까 KB국민은행에서 리서치하는 시세는 거래금액과 반드시 일치하지 않았다. 심지어 우리가 거래한 곳은 해당 단지 중 최저점으로 평가되었다. 왜냐? 1층이었으니까.

다른 집의 시세가 5억 원에 잡혀 있을지언정, 우리가 계약한 집의 시세는 좀 더 저렴한 4억 5천 500만 원 수준이었다. 그러니까 시세의 70%가 최대 대출 한도인 경우, 우리가 대출받을 수 있는 금액의 최고치는 3억 1,850만 원이었고, 그 와중에 10만 원 단위로 대출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 3억 1,800만 원까지 대출 가능하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래도 괜찮겠냐는 상담원의 질문에 안 괜찮으면 어떻게 되냐고 되물었다. 그러면 대출 신청 자체가 취소된다. 수긍했다. 우리는 갑이 아니었다. ‘없는 돈으로 집 사는 게 이렇게 어렵냐’며 짜증과 분노 섞인 말을 수도 없이 외쳤지만 그게 그들의 잘못은 아니었다. 그저 제대로 알아보지 않은 내 잘못이었다. 예상했던 대출 가능 금액은 3억 2,900만 원이었고, 거기서 약 1천만 원이 넘게 모자랐다. 하. 퇴직연금이 아니었으면 메우지 못할 액수였다. 뭔 우여곡절이 이다지도 많단 말인가. 푸념하는 내게 친구가 위로를 건넸다.

“그 정도 푸닥거리면 준수한 거야. 원래 집 살 땐 크게 고생하는데 돈 50만 원 더 쓰고, 대출도 1,000만 원 모자란 정도면 아주 나이스하네. 너보다 더한 사람 쌔고 쌨어.”

이후, 서류를 넣고 10분이 넘는 긴 통화로 내용을 확인한 다음 어렵사리 대출 승인을 받았다. 은행에 가서는 수없이 많은 서류에 사인했다. 공동명의로 구매한 만큼 2명의 사인이 필요했다. 대출자 명의는 나지만 족히 10페이지는 넘는 문서에 사인하고 신랑에게 넘겼다. 말하자면 연대보증인 셈이었다.

그렇게 우린, 부채 3억 1,800만 원이 남은 빚쟁이가 되었다.

‘돈’과는 거리가 먼 예술계에서 머물다 뒤늦게 ‘재테크’에 눈을 떴다. 푼푼에서 ‘서른에 시작한 주식 오답노트’를 연재하며 수많은 재린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해외 주식 매수법’을 공개 했던 그가 재린이를 위한 부동산 이야기를 들고 돌아왔다. 내 집 마련하고 싶은 이들의 궁금증을 해소해 줄 ‘서울 여자 독립기’는 매주 수요일 푼푼에서 확인할 수 있다.

매주 월요일 배달되는 유익한 이야기,
푼푼레터 구독하기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약관에 동의합니다.

관련 기사

1.2% 초저금리! 중소기업취업청년 전월세보증금대출 ④ : 확정일자 받고 대출 신청까지

주사위는 던져졌다. 이제 대출 승인만 기다릴 뿐

중소기업취업청년 전월세보증금대출 받고 이사가기

STEP. 0 계획 수립
STEP. 1 은행 방문
STEP. 2 집 탐방
STEP. 3 가계약
STEP. 4 대출 신청

STEP. 5 대출 심사 승인
STEP. 6 이사하고 이자 납부하기

마음에 드는 집을 발견하고 계약까지 끝마쳤다면? 이제 부족한 보증금을 메우기 위해 은행에 대출을 신청할 차례. 하지만 준비 없이 무턱대고 은행에 들리면 가뜩이나 영업시간 내에 짬을 내기 어려운데 헛걸음하며 진만 빼기 일쑤다. 방문 전, 확정일자를 미리 받아둬야 대출 신청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확정일자라는 용어가 생소해 보여도 막상 해보면 그리 어렵지 않다. 차분히 다음 스텝을 따라 하자.

STEP. 4 대출 신청하기

중소기업취업청년 전월세보증금대출을 받으려면 확정일자가 필요하다. 요즘은 온라인으로도 신청할 수 있다. 다만 공인인증서의 나라답게(🤯), 개인 공인인증서가 꼭 필요하다.

1.확정일자 받기

확정일자는 해당 계약이 실제로 있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받는다. 부동산 계약 체결 일자를 확인하고, 계약서 여백에 계약 날짜를 도장으로 찍어 증거를 남기는 것. 세입자가 법적 효력을 갖춘 확정일자를 받아두어야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의 효력을 갖게 된다. 그러니까 세입자가 이 집에 계약 기간 거주할 수 있는 권리, 계약 만료 후 보증금을 받을 때까지 거주할 수 있는 권리, 문제가 발생하면 임차보증금을 최우선으로 변제받을 수 있는 권리 등이 주어지는, 최소한의 보호장치다. (중소기업취업청년 전월세보증금대출이 아니더라도 확정일자는 반드시 챙기자.)

대법원 인터넷 등기소에서 신청서와 임대차계약서 스캔본 파일을 첨부하고 발급받으면 된다. 혹시나 신청서의 기입 항목이 헷갈린다면, 담당 공인중개사에서 연락해보자. 제대로 된 중개사라면 늦을지언정 언젠가 친절한 답변을 보내준다.

2.서류 제출 후 대출 신청

돌고 돌아 다시 은행이다. 여기서 본격적인 대출 절차를 밟는다. 추가 서류를 제출하고 별 탈 없이 심사를 통과하면 은행에서 연락이 오고, 또다시 들러 대출약정서 등을 추가로 작성한다. 

이를 위해 가심사 과정에서 준비한 서류 외에 은행원에게 별도로 안내받은 기타 서류 중 놓친 게 없나 끝까지 잘 살피자. (밥도 못 먹고 은행에 갔는데 뭐가 하나 빠졌다면 정말 화난다. 갑자기 서류 종류가 헷갈린다면 뭐다? 사전 문의 전화가 답이다.) 보통은 기존 서류에 더해 계약 과정에서 생긴 임대차계약서 원본과 계약금 영수증(보증금의 5% 이상 납입 명시), 그리고 잔금을 입금받을 임대인 통장 사본과 등기부등본 등이 필요하다. (등기부등본도 대법원 인터넷 등기소에서 출력 가능)

늘 강조하지만 아무리 서류가 많아도 꼼꼼하게 살펴보자. 이 과정에서 시간이 제법 걸린다. 점심시간을 할애해야 하는 직장인은 인원이 덜 붐비는 요일을 택하거나 아예 반차나 연차를 내고 대출 신청을 끝내는 게 속 시원하다. 여기서 팁은 사인할 서류가 워낙 방대하다 보니, 개인 도장으로 사인을 대신하는 것이다. 훨씬 편한 데다 시간도 단축된다.

서류 제출 후, 지점의 간부(혹은 임원)가 대출 적격 여부를 심사하고 승인하기까지 보통 1~2주 정도 걸린다. 하지만 3주 이상 걸리는 경우도 종종 있으니, 한 달 정도 여유를 두는 게 좋다. (승인 여부가 하루빨리 나와야 하는 급박한 상황이라면 담당자에게 빨리 처리해달라고 간곡히 요청하자.)

은행에 방문하지 않고 ‘기금e든든’ 온라인 페이지모바일 애플리케이션에서 대출 심사 요청을 넣을 수도 있다. 위의 홈페이지를 예로 들면 메인 페이지의 대출 신청 버튼을 누르고 절차를 따라가면 된다. 접수 완료부터 사전자산심사까지의 결과를 문자로 전송해 주고, 승인 완료 과정이 비교적 빨라 편리하다. 한 차례 방문 횟수를 줄이지만 결국 은행에 직접 방문해 남은 서류를 제출하고 대출약정서를 작성해야 한다.

여기까지 왔다면 거의 최종 단계에 다다른 것이나 다름없다. 이제 심사가 무사히 끝나기만을 하염없이 기다릴 뿐이다. 더디게만 흐르는 이 시기에는, 나도 모르던 결격 사유로 대출이 불가하면 어떡하지? 그렇게 하면 나는 어디서 살아야 하지? 이삿짐은 일단 창고에 맡겨두고 다시 이사할 곳을 알아봐야 하나? 등등 온갖 생각이 다 든다. (속된 말로 X줄이 탄다.)

그래도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가심사까지 거치고 나서 그런 사례가 실제로 발생하는 건 극히 드물다. (심사에서 탈락하더라도 다시 집을 알아보고, 계약하고, 심사를 넣는 과정을 반복하면 된다. 계약금 반환 특약을 계약서에 넣는 이유도 만에 하나 발생할 불상사를 방지하기 위해서이다. 물론 그런 일은 없어야 하겠지만…) 그러니 차분히 심사 후를 준비하자. 이건 다음 편에서 계속- ★

매주 월요일 배달되는 유익한 이야기,
푼푼레터 구독하기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약관에 동의합니다.

관련 기사

1.2% 초저금리! 중소기업취업청년 전월세보증금대출 ③ : 집 계약, 이렇게나 어렵다

대출도, 집 알아보기도 다 발품이었어

중소기업취업청년 전월세보증금대출 받고 이사가기

STEP. 0 계획 수립
STEP. 1 은행 방문
STEP. 2 집 탐방
STEP. 3 가계약
STEP. 4 대출 신청
STEP. 5 대출 심사 승인
STEP. 6 이사하고 이자 납부하기

계획을 세우고 은행에서 가심사까지 끝냈다면 드디어 이사할 집을 알아볼 차례다. 건물에 근저당이 너무 많이 잡혔거나 이외의 하자가 있다면 은행에서 대출 승인을 거절한다. 또한 은행을 끼고 계약하길 원치 않는 주인이 많아서 중소기업취업청년 전월세보증금대출이 가능한 집을 잘 골라봐야 한다. (집주인 동의 없이는 계약할 수 없다.) 특히 100% 대출은 그 조건이 상당히 까다롭고, 매물이 특히 적으니 80% 대출을 기준에 두고 집을 알아보자.✔👀

STEP. 2 집 알아보기

1.부동산 앱으로 ‘전세자금대출’ 가능 매물 확인

요즘은 다방이나 피터팬의 좋은 방 구하기 등의 부동산 애플리케이션에서 ‘전세자금대출’ 필터를 적용할 수 있어 편리하다.

다만 전세자금대출 중에서 기존의 은행권 대출이나 버팀목 대출이 아닌 ‘중소기업취업청년 전월세보증금대출’이 가능한 곳이어야 한다. 상품별로 이율 차이가 크기 때문. 그러니 게시물 세부사항에 정확한 단어로 명시하지 않았거나 표현이 어중간하다면 공인중개소에 반드시 연락해보자.

2.공인중개소 방문

계획 수립 단계에서 점 찍었던 동네의 시세와 집 상태 등 여러 가지를 머릿속에 그려둔 다음, 공인중개소에 방문해 눈으로 직접 집을 둘러본다. 요즘 들어 전세 품귀 현상이 눈에 띌 정도인 데다, 중소기취업청년 전월세보증금대출이 가능한 곳은 상당히 드물어 나오는 족족 집이 나간다. 또, 한 번에 여러 방을 뜯어 봐야 비교분석하기도 쉬우니 하루에 몰아서 부동산을 살펴보거나 그게 어렵다면, 얼굴을 튼 공인중개사에게 괜찮은 매물이 등록되면 귀띔해달라고 요청하는 게 좋다.

처음 들른 집만 보고 덜컥 거래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는다. 다양한 지역에서 최소 2~3개 정도의 매물을 살펴보자. 더 좋은 조건의 집은 발품만 열심히 판다면, 어떻게든 만날 수 있다.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 급변하는 부동산 시장 정세와 집 구하는 이의 심리를 이용해 ‘지금 아니면 계약 못 한다’, ‘이게 주변에서 최고의 집이다’ 등의 멘트를 심심찮게 들을 수 있으니 주의할 것.) 쿨럭 또한, 처음 본 집에 혹해 계약까지 해버릴 뻔했다. 그러다 열 군데 넘게 집을 더 살펴보고 나서야 (첫눈에 반하고만) 현재의 집을 발견했다.

집을 알아볼 때, 전문적인 공인중개사를 만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좋은 공인중개사는 입주자 입장에서 타입 별로 집을 소개해주고, 건물의 등기부등본과 건축물관리대장을 보고 대출이 가능할지 불가능할지 어느 정도 미리 조언해준다. 게다가 집주인과의 이견 조율뿐만 아니라, 계약부터 이사까지, 단계마다 연락하며 꼼꼼하게 챙기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그러니 쫓기듯 계약을 진행하려는 이는 거르고, 여유를 가지고 최대한 많은 것을 꼼꼼하게 챙기는 사람에게 중개를 맡겨야, 전세 복비가 조금도 아깝지 않다.

STEP. 3 가계약하기

괜찮은 방은 정말 빨리 빠진다. 과장 조금 보태 집을 보고 있는 순간, ‘다른 사람이 방금 여기 계약 했다네요?’ 라는 말을 들을 정도. 그렇기 때문에 되도록 계약 의사를 빨리 밝히는 게 유리하다. (다만 구두 계약이 아닌 지면 계약서만 유효하다.) 안전하게 가려면, 등기부등본과 건축물관리대장을 들고 은행에 다시 한번 들러 이사할 건물에 하자가 없는지, 대출이 불가한 숨은 문제점이 없는지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재점검하는 하루 사이에 집이 나갈 가능성이 (몹시) 크다. 따라서 공인중개사에게 해당 서류를 검토해달라고 요청하여 큰 문제가 없다면 계약을 서둘러야 한다.

1.계약서에 특약 삽입

대신, 계약서에 ‘계약금 반환 조항’을 명시한다. 돈까지 걸고 계약서를 썼는데 건물에 모종의 문제가 있어 대출 심사에서 탈락할 수 있어서이다. 그렇기 때문에 ‘건물의 문제로 인해 전세자금대출이 안 될 시, 계약금 전액(중도금 포함)을 반환하기로 한다.’라는 문구를 기재한다. 만약 부동산이나 집주인 측에서 이를 거부한다면, 굳이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계약서에 서명할 이유가 없다. 그밖에 청소비를 요구한다거나, 최소 거주기간을 합의와 다르게 작성했을 수 있다. 최소 2년, 최대 10년을 거주할 지도 모르는 집이다. 내가 불리한 항목이 있다면 과감하게 시정 조치를 해야 기분 좋게 입주할 수 있다.

2.잔금 지급 일자 체크

계약금을 제외하고 남은 돈을 납부하는 ‘잔금 지급일자’는 3~4주 정도 넉넉하게 잡는 게 좋다. 전세대출이 승인될 경우, 잔금은 보통 입주 날짜 1~2일 전에 집주인 계좌로 바로 입금되는데, 대출심사 기간이 생각보다 지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입주 날짜와 잔금 지급 일자를 맞춰 두자.

3.계약금액과 영수증 확인

중소기업취업청년 전월세보증금대출 신청서류 중, 보증금의 5%를 납부한 영수증이 필수다. 따라서 보증금의 5%를 계약금으로 걸었다는 내용이 계약서에 표기되었는지 놓치지 말고, 돈을 정확하게 지급했다는 영수증도 필히 챙기자. 또한 은행에서 임대인의 통장에 계약금을 송금해야 하므로, 임대인 통장 사본도 받아뒀다가 대출 신청 시 함께 제출해야 한다.

드디어 꿈에 그리던 새집을 찾아 가계약까지 끝마쳤다. 이제 전입 일자에 맞춰 이사만 하면 될까? 그렇지 않다. 지금까지 대출을 받기 위한 기초 작업에 불과했으니까… 다음 편에서는 가계약 후 확정일자를 받고 수십 번의 사인을 휘갈겨야 하는 머리 아픈 대출 신청과 최종 승인의 길고 긴 기다림까지. 새로운 보금자리로 들어가기 위한 마지막 관문을 알려드리겠다! (조금만 더, 영..차.. 영..차..🏋️‍♂️)

매주 월요일 배달되는 유익한 이야기,
푼푼레터 구독하기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약관에 동의합니다.

관련 기사

서울 여자 독립기 ⑪ : 전셋집 빼기가 이렇게 힘들 줄이야

전셋집을 구하는 게 그냥 커피라면 나가는 건 TOP였다

오늘 일기 3줄 요약
👆 계약한 아파트에 들어가려면 (계약 기간이 끝나지 않은) 기존의 전셋집에서 보증금을 빼야 한다. ✌ 100곳이 넘는 곳에 집을 내놨고 40쌍이 넘는 커플이 집을 보러 왔지만 계약은 쉽지 않았다. 👌 결국 웃돈 아닌 웃돈을 얹어주고 나서야 계약할 수 있었다.

그땐 미처 알지 못했지
발등에 불 떨어진 건 우리라는 것을

전셋집에 들어갈 때, 우린 도배, 장판을 새로 하지 않았고, 새로운 집으로 이사한 이후에도 마찬가지였다. 실은 이사를 준비할 당시, 그런 건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 왜냐하면 전셋집이 도무지 나가지 않아, 3달 동안 마음을 심하게 졸였기 때문이다.

우린 기존의 전셋집 주인과, 첫 2년 그리고 향후 2년의 권리를 추가로 보장받는 전세 계약을 했다. (대한민국의 전세 세입자는 같은 권리를 보장받는다. 지금은 제도가 바뀌어 조금 더 길게 연장할 수 있다). 그 말인즉슨 건물주도 최소 2년간 계약을 유지할 권리가 있다는 뜻이었다.

투룸 빌라에 사는 1년 동안 옆집 세입자가 2번 바뀌었다. 그중 2번째 세입자는 들어온 지 6개월도 안 되어 나갔다. 사업하는 장소가 바뀌어 이사를 한다나? 그걸 보며 생각했다. 여긴 예상보다 전세금 빼기 쉬운 집이구나, 필요하다면 중간에 이사 가는 것도 큰 문제는 아니구나. 계약은 곧 예의(?)이기 때문에 그래도 2년은 채워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사실 그때 바뀌었던 셈이다. ‘나보다 여유로운 건물주를 걱정 이유가 없는데’까지 생각이 미치자 비로소 집을 살 용기를 낸 것이다.

계약상 2018년 2월이 계약 만료 기간이었지만, 2017년 3월 즈음 건물주에게 7월경에는 이사를 해야 한다고 전했다. 깜짝 놀랄 거라는 순진한 예상과 달리, ‘그래요’라는 매우 담담한 대답을 들었다. 그때는 몰랐다. 전셋집을 빼는 건 그가 아닌 내 발등의 불이라는 사실을.

결혼 1주년을 맞아 기념 여행까지 다녀온 후, 5월 첫 주에 집을 내놨다. 각종 부동산 애플리케이션에 사진을 올리고, 부동산에도 집을 내놨다. 마침 이사 들어오는 날 찍어둔 빈집 사진도 있었고, 상대적으로 깔끔하게 정리된 사진을 올리기 위해 며칠에 걸쳐 대청소까지 단행했다. 또 언제 집을 구경하러 올지 모르니 언제나 깔끔하게 유지했다. 하얀색 실크 벽지에 나무색을 띠는 바닥과 연한 원목 톤으로 맞춘 가구가 어우러져 겉보기에 나름 괜찮았다. 흔한 TV나 액자 하나 없는 조촐한 살림에 냉장고까지 베란다에 나가 있어 실제 사이즈보다 내부도 넓어 보였고.

5월엔 유난히 휴일이 많아 누가 봐도 결혼을 앞둔 커플이 집을 보러 수시로 드나들었다. 주말에는 최소 3팀 이상이 방문할 정도였으니. 그렇다 보니 상시 대기 상태로 1달 반이 지났다. 빨간 날이나 평일 저녁에도 항상 방문이 가능하도록 신랑이 상주했다. 그러다 한 3주쯤 지나도 영 입질이 오지 않아 불안해진 나는 A4 용지에 위치, 조건, 장점, 사진 등을 담아 총 40장을 출력해 신랑의 손에 쥐여주었다. 집주인의 번호도 넣어야 해서 전화로 상황설명을 했다.

“그러게. 왜 전세가 해결이 안 됐는데 집 계약을 했어. 순서가 바뀌니 힘들지!”

그랬다. 집주인은 다급할 게 아무것도 없었다. 나는 그저 계약 파기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우리는 다음 세입자의 보증금이 있어야 짐을 뺄 수 있었지만 그는 보증금을 미리 내줄 의무가 없었다. 법으로 보장된 권리가 2년이었으니까. 부동산 거래 경험이 수없이 많을 건물주에게 상황은 너무나 익숙했다. 생각해 보니 우리가 입주할 때도 기존의 세입자는 계약 기간을 다 채우지 못했다. 그들도 집을 사서 나간다고 했다. 갈수록 마음이 급한 건 명백히 우리였다. 우린 보증금이 있어야 잔금을 치른다. 발등에 불이 떨어져도 정말 크게 떨어졌다

“이걸 들고나가서 인근 1km 이내에 있는 부동산이란 부동산에는 다 쥐여 주고 와”

1시간 남짓 막중한 임무를 수행하고 돌아온 신랑은 놀라면서 말했다.

“부동산이 정말 많아. 이렇게까지 많은지 몰랐다. 40장 다 돌리고도 부동산이 아직 한참 더 있어.”

중개사무소에서 요즘도 이렇게 집 내놓는 사람이 있냐며 놀라더란다. 다시 1~2주가 속절없이 지났지만 집은 여전히 나가지 않았다. 불안한 마음에, 신랑은 9호선 라인을 중심으로 한 정거장 거리까지 60장을 곳곳에 뿌렸다. 제때 해결된다면, 수수료도 더 챙겨준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주말 일정은 완전히 정지 상태였다. 잠시 나가려다가도 부동산에서 연락이 오면 약속을 취소하고 다시 들어왔다. 전셋집을 구할 때 들인 품이 10이라면 나갈 때는 50이 넘었다. 이 집의 조건 자체는 좋았다. 그래서 들어온 거니까. 하지만 같은 건물 4층에도 집이 나오다 보니, 사람들이 한 건물 2개의 매물을 두고 저울질한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 3월부터 나와 있던 4층의 빈집 역시 아직 새로운 세입자를 구하지 못했다. 부동산에서도 우리 집과 그곳을 같이 보여줬다. 심지어 거기는 가격도 500만 원 저렴했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매물이 한 건물에 있다는 것은 매우 치명적이었다. 그러다 6월 초가 되어 4층 집이 나갔고 그제야 가능성이 조금이나마 올라가는 듯했다.

하지만 계절은 계속해서 여름에 가까워졌다. 계절상 여름은 이사 비수기다. 누가 한겨울과 한여름에 눈비를 맞으며 이사하고 싶을까? 신혼부부도 1~3월에 집을 알아보다 늦어도 4월에 계약하고 5월에 결혼해 입주한다. 9~10월 입주를 원하는 커플은 많았지만, 결국 7월이란 조건이 문제였다.

사람이 아닌 돈을 믿으라는
또 하나의 교훈을 얻다

그 와중에 기억조차 하고 싶지 않은 경험도 했다. 집을 내놓은 초반, 여자 혼자 집을 보고 갔다. 마음에 든다며 가계약금을 보내겠다고 했다. 처음 보는 부동산이었지만 가릴 처지가 아니었다. 물론 걸리는 게 없었던 것은 아니다. 결혼 날짜가 언제냐고 묻는데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했다. 느낌이 이상했지만 집부터 구하는 경우가 종종 있겠지라고 여겼다. 그런데 지방에서 일하는 남자가 한 번 더 집을 보고 주말에 계약서를 쓰기로 하는 과정에서 상황이 이상하게 흘러갔다.

통상적으로 계약금은 보증금의 10%이다. 법으로 정한 조건은 아니나 보통 그 정도 수준에서 오가는데 갑자기 계약금을 5%만 걸겠다는 것이다. 안다. 전세자금대출을 신청할 때 대차 계약서와 계약금 5% 이상의 지급 영수증만 있어도 무방하다는 것을. 그러나 그건 그저 가이드라인일 뿐, 5%만 거는 경우는 거의 없다. 건물 가격이 엄청나게 비싼 게 아니라면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5%로 하겠다는 제안이 왔다며 건물주가 전화했다.

“새댁. 나는 사람은 안 믿어. 돈만 믿어. 정말 이 계약할 거야?”

1억 7천만 원이 넘는 돈에서 5%면 그것도 이미 몇백만 원이지만 여기에 들어올 사람이면 그것도 큰돈이 아닐까 싶었다. 그래서 영 찜찜했지만 그래도 괜찮다고 하고 5%의 계약금을 건 계약서를 썼다. 하지만 집을 보러 오기로 한 당일, 끝내 계약은 취소됐다.

건물주가 옳았다. 사람은 믿는 게 아니라 돈을 믿어야 했다. 가계약금은 건물주의 용돈이 되었고, 계약은 정리되는 듯했다. 어이없는 상황에 혼이 털리고 불안한 마음이 계속되는 와중에 그가 건물주에게 가계약금을 돌려달라며 소송이라도 걸겠다고 계속 연락한다는 것을 뒤늦게 듣고 통탄했다. 그들은 부동산 중개인을 닦달하다 못해 건물주 연락처를 직접 받아 연락하고 있었다.

우린 그 건물에서 거의 유일하게 건물주와 관계가 좋은 세입자였다. 신랑에게 1층이 아니라 옥상에서 담배를 피워도 된다며 문을 열어주었고, 거기서 수다를 떨며 그나마 좀 편한 관계가 되었다. 작은 텃밭에서 키운 아기 머리만 한 배추도 받아오곤 했다. 우린 건물주를 좋아했고, 그의 까다로움이 건물이 유지되는 비결임을 알았다. 그런데 이런 귀찮은 일이 아직 건물주에게 안 좋은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에 화가 났다. 이후에 우리가 번갈아 불같이 화를 내고 나서야 문제가 해결됐다.

속앓이와 웃돈과 맞바꾼 계약

참 힘든 과정이었지만 시간이 지나 결국 계약에 성공했다. 어떻게? 무려 50만 원의 웃돈을 주고.

집을 보러 온 사람들은 여름에 가까워질수록 가을 입주를 원했다. 우리는 기다릴 여유가 없어 마음이 타들어 갔다. 그 무렵, 한 사람이 동생이 혼자 살 집을 보러 왔다. 대로변에 있으면서도 완전히 찻길은 아니고, 지하철과 가까워 안전해 보인다고 했다. 바로 앞에 학교가 있지만 학생들과 마주치는 일이 출퇴근 시간에는 전혀 없어 마음에 든다고 동생과 다시 온다는 말을 남겼다. 그렇게 마음에 들어 하는 기색을 보고서, 부동산 중개인은 신규 세입자가 새로이 받을 대출을 2개월 당겨 받고, 그만큼의 이자를 우리가 제공하는 방향으로 계약을 제안했다. 물론 수수료는 좀 더 챙겨준다고 하셨지요?라는 말과 함께. 결국 2개월 치 이자를 수수료 명목으로 얹어주고 계약을 마무리했다. 실입주는 9월이었지만, 우리가 필요한 금액만 대출금으로 먼저 빼주고, 차액은 입주 시에 주는 것으로. 2달 가까이 40번에 달하는 집 보여주기와 이자 50만 원에 수수료까지 얹고 나서야 마침내 집에서 빠져나왔다.

이사 예정일 2일 후, 신랑의 해외 출장이 잡혀있었다. 커다란 집에 덩그러니 혼자 남을 내가 걱정된다며 이사 날짜를 출장 이후로 미루면 어떻겠냐는 권유에 ‘이 집에 오만 정이 다 떨어졌으니 하루라도 빨리 이사할 거야’라고 선언했다. 그렇게 폭염주의보가 뜨겁게 내리깔린 7월의 어느 날, 편의점 얼음팩을 몇 개씩 사 들고서 ‘새집’ 안으로 꾸역꾸역 짐을 들이밀었다.

‘돈’과는 거리가 먼 예술계에서 머물다 뒤늦게 ‘재테크’에 눈을 떴다. 푼푼에서 ‘서른에 시작한 주식 오답노트’를 연재하며 수많은 재린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해외 주식 매수법’을 공개 했던 그가 재린이를 위한 부동산 이야기를 들고 돌아왔다. 내 집 마련하고 싶은 이들의 궁금증을 해소해 줄 ‘서울 여자 독립기’는 매주 수요일 푼푼에서 확인할 수 있다.

매주 월요일 배달되는 유익한 이야기,
푼푼레터 구독하기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약관에 동의합니다.

관련 기사

1.2% 초저금리! 중소기업취업청년 전월세보증금대출 ② : 계획을 세웠다면 은행으로!

대출 가능 여부에 따라 기분이 오르락내리락

중소기업취업청년 전월세보증금대출 받고 이사하기

STEP. 0 계획 수립
STEP. 1 은행 방문

STEP. 2 집 탐방
STEP. 3 가계약
STEP. 4 대출 신청
STEP. 5 대출 심사 승인
STEP. 6 이사하고 이자 납부하기

1.2%의 초저금리로 최대 1억까지 대출 가능한 중소기업취업청년 전월세보증금대출! 1편에서는 특징과 세부 내용을 상세하게 살피며, 동시에 대출을 받기 위해 어떠한 자격 요건을 갖춰야 하는지 하나하나 들여다봤다.

솔직히 말하면, 자격 요건을 갖추는 것보다 이후의 진행 과정이 더욱더 까다롭다. 그래서 오늘은 이사 계획 수립과 은행 방문 방법을, 에디터 쿨럭의 경험을 바탕으로 소개해보겠다. 실전에서 우러난 꿀팁이 군데군데 포진해 있으니, 중소기업취업청년 전월세보증금대출이 궁금한 푼둥이라면 특히 주목하자 👀👀

STEP. 0 전반적인 계획 세우기

회사와의 거리, 주변 환경 등을 고려해 희망 지역 몇 군데를 선정하고 인근 전세 시세를 파악한 이후 예산을 설정한다. 이때, 최대 1억 원까지 대출이 가능하지만, 보증서 발급 주체가 주택도시보증공사냐 한국주택금융공사냐에 따라 전자는 100%, 후자는 80%로 대출금 차이가 발생한다. 예를 들어 보증금 1억 원인 집을 대상으로 대출을 받을 때 1억 원을 빌릴 수도, 8천만 원을 빌릴 수도 있다는 뜻이다. 상황에 따라 대출금액 외에 자비 부담이 늘어날 수 있으니, 이러한 점을 염두에 두고 계획을 세워야 보증금이 부족해 계약을 포기하는 불상사를 방지할 수 있다.

추가로 준비부터 이사까지 최소 1달은 걸린다. 그러니 적어도 이사 희망 일자의 2달 전부터 중소기업취업청년 전월세보증금대출을 준비하자.

STEP. 1 은행 방문하기

계획을 세웠다면 부동산에 먼저 방문하느냐, 은행에 먼저 방문하느냐 고민하게 된다. 에디터 쿨럭은 ‘선 은행-후 부동산’을 추천한다. 은행 내부 기준에 맞는 자격 요건에 부합하는지 그리고 대출금액이 얼마나 나오는지 얼추 확인해야 그에 맞춰 집을 살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최대치로 대출이 가능하면 좋겠지만 생각보다 적게 나오기라도 하면 예산 한도 내에서 울며 겨자먹기로 집을 알아봐야 한다.

중소기업취업청년 전월세보증금대출 취급 은행

1.적격여부 확인

은행 방문 전 기본 서류를 구비해 헛걸음하지 말자. 크게 개인 서류와 회사 서류, 그리고 부동산 서류(대출 신청 과정에서 소개할 예정!)로 나뉜다. 첫 방문 시 미리 뽑아 두면 두고두고 쓸 수 있어 유용하다.

개인 준비 서류
– 신분증
– 주민등록 초본 및 등본(최근 이사 이력 포함)
– 가족관계 증명서고용보험
– 피보험 자격 이력내역서(피보험자용)
– 건강보험 자격득실 확인서
– 전세 계약서(계약 후 확정일자 받은 이후 제출) 

회사 요청 서류
– 재직증명서
– 원천징수영수증(급여명세서와 급여통장)
– 사업자등록증(사본)
– 주업종 코드 확인서

은행에서 이밖에 추가 서류를 요청할 수 있고 서류 발행 기간 기준도 각기 다르니, 전화 문의를 통해 미리 한 번쯤 짚고 넘어가는 게 마음 편하다.

자, 복잡한 서류 준비가 드디어 끝났다. 이제 은행에 방문하면 대출 전담 은행원이 적격 여부와, 대출금액 산정 등을 친절히 상담해준다. 또한 신용등급과 기타 부채 등을 조회하여, 대출 대상자라면 다음번 은행 방문 시 제출해야 할 서류와 유의 사항도 안내해준다.

2.대출금액 가심사

은행 방문의 가장 큰 목적은 ‘가심사’다. 이사할 집을 정하고 대출신청서를 제출하면 더욱 정확한 수치가 나오겠지만, 가심사 과정에서 대략 얼마큼 대출을 받을 수 있을지 가닥이 잡힌다. 여기서 주거래 은행의 이점은 크지 않다. 같은 은행이어도 지점에 따라 대출 가능 금액이 천차만별이라 부지런히 돌아다니며 필요한 금액만큼 대출해주는 곳을 찾을 수밖에 없다. 은행원의 답변 한마디 한마디에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구간으로, 대출 과정에서 맞이하는 가장 큰 고비 중 하나다.

쿨럭 역시, 대출 가능 최대치인 9,600만 원(전세보증금 1억 2천만 원)을 받아야 이사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K은행 9,400만 원, W은행 9,200만 원, 심지어 주거래 은행에서는 8,800만원까지 가능하다는 답변을 듣고 크게 절망했다.(이사 포기할 뻔…) 그러다 두 번째 W은행에서 9,600만 원까지 가능할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제야 가슴을 쓸어내리며 다음 단계를 밟을 수 있었다.

여기까지 끝마쳤다면 손에 쥔 돈으로 좋은 조건의 집을 얼마나 빠르게 알아보고 먼저 계약하는가에 성패가 달려 있다. 가히 피 말리는 초 싸움이라 부를만한 집 알아보기는 다음 편에서 이어가겠다🚴‍♂️-🚴‍♂️

매주 월요일 배달되는 유익한 이야기,
푼푼레터 구독하기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약관에 동의합니다.

관련 기사

서울 여자 독립기 ⑩ : 그래도 혹시 모르니 한번 들어가 보자

등잔 밑에서 예산에 맞는 집을 찾았다

오늘 일기 3줄 요약
👆 혹시나 해 들어간 집이 마음에 들었다. ✌ 보일러, 새시, 화장실 리모델링까지 된 1층 집을 발견했다. 👌 예산도 맞아서 당장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등잔 밑이 어둡다는 말이,
집을 구할 때도 들어맞다니

더는 돌아다니기 힘들었고 점점 더 지쳐갔다. 말이 쉽지 지하철역 3개 정도의 거리를, 오전에 나와 해 질 녘까지 쉬지 않고 골목골목 누비고 돌아다녔다. 부동산이 보일 때마다 묻고 또 물었다. 그 돈으로 뭘 할 거냐는 뉘앙스에도 좀 지쳐있었다. 사람을 상대한다고 해서, 모두가 전셋집을 구해준 부동산 중개사무소 부장님과 같은 스타일은 아니었다. 뭐 저런 사람이 영업을 하나 싶은 부동산 중개사도 많았다.

“여기가 끝이야. 이제 여긴 뭐가 더 없어.”

함께 돌아다니며 몸과 마음이 지친 신랑에게 말했다. 그만 돌아가자고. 그렇게 골목골목을 돌아 길만 건너면 한강인 곳까지 도착해서야 포기를 외쳤다. 그런데 어둑해진 길가에서 불이 켜진 부동산 하나를 발견했다. 그리고 우린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이게 진짜 마지막이라며 문을 열었다. 엄마와 10년 동안 살던 아파트 단지, 바로 앞의 부동산이었다. 기억이 맞는다면 처음 그곳으로 이사 갈 때부터 있던 곳이었다. 살면서 한 번도 들리지 않았지만 그날, 지친 마음을 이끌며 처음으로 문을 연 것이다. 안에는 제법 나이가 있어 보이는 중개사가 앉아 있었다. 우린 거두절미하고 조건부터 말했다. 이내 답변이 돌아왔다.

“1층이긴 한데, 예산은 딱 맞아요. 4억 7천만 원.

(비록 1층이지만) 예산도 맞고,
리모델링까지 된 집을 발견하다

나는 1층인 점이 싫었지만, 신랑은 그래도 기왕 여기까지 왔으니 한번 보기나 하자고 했다. 갓 6시를 넘기는 무렵이었다. 그곳엔 세입자가 있었다. 이사를 한다면 기존의 세입자와 오고 나가는 시점을 조율해야 했다. 세입자는 7월 즈음 전세를 뺄 예정이었는데, 어차피 우리도 중간에 전세를 빼야 하는 상황이라 일정이 빡빡한 것보다 여유 있는 편이 좋았다. 처음 목표했던 상반기 이사와도 가까웠다. 무엇보다 예산이 맞지 않는가! 5억이라는 금액은 사실 대출이 가능한 상한선이었지, 우리 형편에 여유로운 금액은 아니었다. 대출을 2건이나 받지만 여전히 부담은 컸다.

(미련하게) 대출원금 균등으로 상환계획을 잡아 계산기를 두드려보니 내 급여 실수령액의 절반 가까이 원리금 상환에 밀어 넣어야 했다. 게다가 이사 과정에서 분명 새로이 사야 할 것도 많을 터였다. 공간이 늘어난 만큼 소파도 사게 될 거고, 전 세입자에게 15만 원 주고 산 벽걸이 에어컨으론 부족할 테니 고성능의 제품과 미루고 미룬 건조기도 사게 될 가능성이 컸다. 이사 비용에 이것저것 더하다 보니 지출 예상 금액이 한두 푼이 아니었다.

여기에 기본 생활비와 각종 보험료, 통신비, 그리고 이사 후 고정적으로 나갈 관리비와 유지비 등을 계산했다. 그러고 나자 밥을 먹고 차를 마시며 쓰는 개인적인 여유자금은 한 달에 30만 원도 채 되지 않았다.

물론 5억으로 계약하고 천만 원은 현금으로 따로 주는 상황까지 고려해야 할 정도로 시세가 쭉쭉 오르는 상황에서, 4억 대 후반의 집은 확실히 매력적이었다. 게다가 리모델링한 지 이제 3년 된 집이었다. 안쪽 새시도 싹 새것이고 도배나 장판의 상태도 나쁘지 않았다. 보일러도 그해 새 걸로 교체했다고 했다. 리모델링이 괜찮은지를 판가름하는 나름의 기준은 ‘욕실’이었는데, 이곳도 상태가 매우 괜찮았다. 전에 살던 전셋집에는 도배, 장판도 그대로 둔 채 들어간 나였다. 그냥 쓰지 뭘 굳이 바꾸냐 싶었다. (무엇보다 그럴 돈이 없었다.) 그런데 막상 말끔하게 뜯어고친 집을 보고 나니 뜻밖에도 마음에 들었다. 꽤 말이다.

드디어 (덜컥) 집을 계약하다

다만 저녁 시간에 본 게 마음에 걸려 다음날 점심 시간에 다시 한번 보기로 했다. 마음에 드는 괜찮은 매물을 발견했다는 말에 시어머니는 단번에 달려오셨다. 아들이 어떤 집에 살지 무척이나 궁금해하셨기 때문이었다. 전세, 월세는 내가 확신을 하고 구할 수 있었지만 매매는 달랐다. 큰돈이 들어갔고, 당장 가지고 있는 자금 전부가 전세보증금에 묶여 있어서 당장 계약금은 어른들께 현금으로 빌려야 했다. 입주 후에는 돌려드릴 수 있었지만, 그런 말조차 조심스러웠다. 물론 겉으로는 안 그런 척했지만.

“이만하면 도배 안 하고 들어와도 되겠다.”

먼저 말을 꺼낸 것은 어머님이었다. 난 욕실과 새시, 보일러 상태가 이 정도면 훌륭하다 싶었다. 그래서 도배나 장판은 사실 부수적인 문제였다. 나름 3년 전에 리모델링하며 이것저것 손대놓은 게 있어 스타일도 나쁘지 않았고, 원목 색상으로 맞춘 가구와 어울릴 것 같았다.

‘3천만 원이 남는다!’

사실 이 생각을 떠올리며 마음을 다잡았다. 1층. 벌레 많고 시끄럽고 사생활 보호는 더더욱 어렵고. 불편한 것 투성이지만 바꿔 말하면 아이가 태어나도 층간소음으로 누군가에게 민폐 끼치지 않고 맘껏 뛰어다녀도 된다는 장점으로 다가왔다. 그럼 그 정도는 감수하고 살 수 있을 듯했다. 그리고 리모델링 공사 후 3년이 지난 집이라면 앞으로 쭉 사는 데 전혀 문제가 없을 것만 같았다. 어쨌든 무려 3천만 원이 저렴했고, 예산이 가장 큰 장점이었으니까.

결국 그 주에 계약서 도장을 찍기로 하고 가계약금 100만 원을 걸었다. 사무실로 돌아와 일하면서도 괜히 머리가 붕 떠 있는 느낌이었다. 단지, 같은 사무실 누군가는 서초동에 집을 샀다는데, 난 고작 염창동에 집을 사면서도 이렇게 설렐 일인가 싶었다.

‘돈’과는 거리가 먼 예술계에서 머물다 뒤늦게 ‘재테크’에 눈을 떴다. 푼푼에서 ‘서른에 시작한 주식 오답노트’를 연재하며 수많은 재린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해외 주식 매수법’을 공개 했던 그가 재린이를 위한 부동산 이야기를 들고 돌아왔다. 내 집 마련하고 싶은 이들의 궁금증을 해소해 줄 ‘서울 여자 독립기’는 매주 수요일 푼푼에서 확인할 수 있다.

매주 월요일 배달되는 유익한 이야기,
푼푼레터 구독하기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약관에 동의합니다.

관련 기사

1.2% 초저금리! 중소기업취업청년 전월세보증금대출 ① : 특장점과 자격 요건

월 10만 원만 내고 살 수 있는, 그런 전셋집이 있다고요!?

비싼 월세와 높은 전세 보증금은 사회 초년생의 가장 큰 걱정거리다. 최근에는 전세 매물이 줄고 기존의 집마저 나날이 최고가를 갱신해, 고대했던 독립 혹은 이사를 미루는 이도 속출한다. 이제 갓 사회에 발을 들인 청년이 적게는 수천에서, 많게는 억대로 넘어가는 전세 보증금을 단번에 마련하기란 쉽지 않은 일. 대출을 받는다 쳐도 이율을 생각하면 전세나 월세나 들어가는 돈은 별반 차이가 없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부는 중소기업과 중견기업에 취업한 청년이 전·월세 임차보증금을 좋은 조건으로 대출받을 수 있도록 청년 주거 금융지원 상품을 만들었다. 바로 1.2%의 저금리로 최대 1억 원까지 대출 가능한 중소기업취업청년 전월세보증금대출이다. 1.2%라는 놀라운 금리에 벌써 솔깃하다고? 그렇다면 오늘 준비한 해당 상품의 특장점과 대출을 받기 위한 자격 요건부터 살펴 보자.

대출 자격 요건은?

1. 대출 신청일을 기준으로 중소/중견기업 재직자여야 한다. (구분 방법은 링크 참고. 재직 중인 회사에 확인해달라고 요청해도 문제없다.). 또한 현 직장을 기준으로 만 1개월 이상 재직하여, 1개월 치 전체 급여를 받은 기록이 필요하다.

2. 재직자가 아닌 청년 창업자라면 중소기업진흥공단,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에서 청년 창업자금을 지원받은 사람이어야 가능하다.

3. 청년을 위한 상품이기 때문에 만 34세 이하의 무주택 세대주(세대주 예정자 포함)여야 한다. 만약 병역의무를 다했다면 복무기간과 비례해 최대 만 39세까지 신청할 수 있다.

4. 소득 기준도 있다. 외벌이나 단독세대주는 부부합산 연 소득 3,500만 원 이하, 맞벌이 부부는 합산 연 소득이 5,000만 원 이하일 경우 대출이 가능하다. 부부라면 배우자 포함 합산 자산이 2.88억 원 이하여야 하는 점도 유의하자.
*합산 자산: 자산(부동산+일반자산+자동차+금융자산)-부채(일반부채+금융부채)

++TIP) 다른 대출을 받을 수 있는지 주택도시기금 홈페이지에서 자격을 확인해볼 수 있다.

위의 조건을 모두 충족한다면 중소기업취업청년 전월세보증금대출 대상자이다. 그러니 본격적으로 대출 대상이 되는 주택 조건과 대출금리, 한도 등을 꼼꼼히 살피며 계획을 세워보자.

어떤 집(대출 대상 주택)을 골라야 할까?

1. 임차보증금이 2억 원 이하여야 한다.

2. 전용면적이 85㎡ 이하여야 한다. 대부분의 원룸이나 주거용 오피스텔, 소형 아파트는 85㎡ 이내로 떨어지기 때문에 선택의 폭이 좁은 편은 아니다.

대출 한도와 금리는?

1. 최대 1억 원까지 대출이 가능하다. 보증하는 기관에 따라 아래와 같이 금액 차이가 있다.

먼저, 주택도시보증공사의 보증 상품은 임차보증금액 100% 범위 안에서 최대 1억 원이다.
Ex) 보증금이 1억 원이면 1억 원, 1억 2천만 원이면 한도 내인 1억 원까지, 8천만 원이면 8천만 원 전액 가능

그리고 한국주택금융공사의 보증 상품은 임차보증금액 80% 범위 내에서 최대 1억 원까지 빌릴 수 있다.
Ex) 보증금이 1억 원이면 80%인 8천만 원, 보증금이 2억 원이면 한도 내인 1억 원까지 가능

2. 위와 같이 대출 금액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보증 상품 종류를 잘 골라야 한다. 이때, 주택도시보증공사 상품은 대출 가능 금액이 많지만 입주를 원하는 집의 상태(ex.근저당)와 집주인에게 요구하는 서류 등 대출 조건이 비교적 까다로워 전세 매물이 그만큼 귀하다.

3. 제일 중요한 금리는 연 1.2%의 고정 금리가 적용된다. 예를 들어 1억 원을 빌리면 한 달에 대략 10만 원 정도의 이자를 갚는다. 시중 금리를 고려했을 때, 그리고 신용등급에 따른 차등까지 생각한다면 ‘거저 빌려주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서울 월세가 50만 원을 훌쩍 넘는 시대다. 이를 돌이켜 본다면 보다 적은 비용으로 훨씬 쾌적한 환경으로 이주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4. 2년 거주 후 1회차 연장(2년)까지 1.2% 금리가 적용되지만 이후 2회차 연장(2년 단위)부터는 버팀목전세대출 금리(2% 이상)가 적용된다. 이렇게 4회차 연장으로 최대 10년까지 저금리 대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대출 기간과 대출 상환은?

1. 앞서 말한 것처럼 4회(2년 단위)나 연장 할 수 있어 최장 10년까지 이용할 수 있다. 여기서 유의해야 할 점은 해당 상품이 세대주와 세대원을 포함해 생애 중 단 1회만 이용 가능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신청과 해지 시기를 신중히 정해야 한다.

2. 만기 혹은 해지 시 대출금은 일시 상환만 허용된다. 평소에 이자만 내다가 정해진 시기에 한 번에 갚으면 된다는 뜻이다. (중도에 상환하더라도 수수료는 없다.) 끝으로 보증 금액이 추후에 증액된다면 추가 대출은 횟수 제약 없이 가능하다.

살펴볼 게 너무 많아 벌써 지친다고? 사실… 이건 시작에 불과하다. 집 구하기란 원래 쉬운 일이 아니다. 1.2% 저금리 대출을 받으려면 조금 더 인내하는 수밖에 없다. 힘들더라도 이사까지 마무리하고 나면, 급상승한 삶의 질과 한결 여유로워진 주머니 사정에 그 뿌듯함을 이루 말할 수 없을 테니(쿨럭의 경험담이다!) 여기서 포기하지 말자.

이제 어떠한 대출인지 어느 정도 파악했고, 자격 요건을 충족하는지 확인했다면 남은 절차를 하나하나 본격적으로 밟아 나갈 차례다. 이를 위해 다음 편에서 계약서를 준비하고 은행에서 대출을 승인받는 과정까지, 나머지 내용을 차근차근 다뤄보겠다.

매주 월요일 배달되는 유익한 이야기,
푼푼레터 구독하기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약관에 동의합니다.

관련 기사

서울 여자 독립기 ⑨ : 이달 안에 계약하고, 상반기 안에 이사 갈 거야

꿈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열심히 발품을 팔다

오늘 일기 3줄 요약
👆부동산 중개사 부장님 덕분에 2개의 정부보증 대출상품을 받으면 70%까지 대출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았다. ✌ 그런데 한 달 사이 또 아파트 가격이 올랐다. 👌 이제 발품과 실행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두 가지 대출에서 일말의 희망을 발견하다

서울에서 쓸만하다는 아파트들의 가격이 급등하기 시작했다. 정부에서 지정한 투기지역은 ‘투자’에 적합한 지역임을 인증하는 ‘KS마크’와도 같았다. ‘그래도 염창동에는 그런 여파가 없겠지’라고 생각했지만 착각이었다. 하루가 다르게 시세가 변해 심란한 심정을 감출 길이 없었다. 네이버 시세는 믿을 수가 없다는 말에 전셋집을 구해준 부동산에 전화로 시세를 물었다.

드라마틱하지는 않을지언정, 시세는 나에게 아주 유의미하게 변화하고 있었다. 네이버 시세는 한국감정원이나 KB리브온보다 훨씬 더 충동적으로 움직였다. 2017년 겨울에 물어본 아파트가 2018년 3월에는 2천만 원이 또 올랐다. 시세일 뿐이라 쳐도, 가격 오름세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어떤 건물주가 가격을 안 올리고 싶겠는가. 사람 마음은 다 같은 것이니 말이다.

맥락 없는 통화를 끝낼 무렵, 부장님이 희망을 던져주었다.

“그런데요, 방법이 하나 있어요.
제가 지난주에 은행에 문의해서 그 방법으로 이번 주에 매매계약 했어요”

그건 바로 대출을 두 가지 받는 것이었다.

(지금은 규제가 바뀌었지만) 그 당시에는, 거래 시세 5억 원 이하의 집은 주택금융공사에서 운용하는 내집마련디딤돌대출과 보금자리론 등 두 가지로 최대 70%까지 대출이 가능했다. 물론 소득 상한선 기준은 존재했다. 부부합산소득 6천만 원 미만이 전제조건이었다. 그건 맞추는 게 가능할 것 같았다. 난 월급을 받는 직장인이었지만, 신랑은 사업자라 공제요건들이 많았고 따라서 종합소득세 상 소득은 상대적으로 적게 잡히는 편이었다.

그러니까. 5억 원 이하의 아파트를 구하는 게 관건이었다. 당장 부동산 애플리케이션을 켜고 대출 가능한 아파트 단지를 물색했다. 물론 나의 패착은 입지의 중요성을 그렇게 절절히 공부하고도 정작 집을 살 때는 출퇴근 가능 지역을 벗어나지 않았던 것이었지만.

어쨌든 희망이 생겼고 나는 다시 공부를 시작했다. 반경은 정해졌다. 염창동. 자그마한 면적의 수많은 아파트 중 우리 집이 어딘가 한 곳은 있다고 생각했다. 그때부터 두 가지 대출상품을 다 받을 수 있는 가격대의 아파트가 나올 때마다 연락을 받기로 했다. 하지만 나는 안일했다. 그런 놀라운 소식을 듣고도 그저 네이버 부동산 페이지나 들락거렸다. 다시 시세가 2~4천만 원이 오르는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던 꼴이었다. 그러다 마음속에서 최우선으로 꼽던 아파트의 시세가 한 달 사이에 2천만 원이나 올랐다는 사실을 듣고 나서야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을 알았다. 나는 신랑에게 이 뜨거움을 그대로 전했다.

“나는 이달 안에 계약을 할 거고, 상반기 안에 이사 갈 거야. 그런 줄 알아”

열심히 발품을 팔았지만,
현실의 벽은 만만치 않았다

집을 사겠다고 이미 이야기했지만, 그래도 전세를 한 번 정도 더 돌리고 난 다음에 이사 갈 거라 말한 터였다. 그 말을 내뱉은 지 6개월 만에, 그리고 당시 살던 전셋집에 들어간 지 1년 만에 내린 결정이었다. 내가 한번 한다면 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모를 리 없는 신랑은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였고, 곧바로 집을 나서 가양역 인근부터 훑기 시작했다. 최소한 함께 삶을 살아나갈 사람이 동의하는 집을 사는 게 중요했으니까.

늘 그렇듯 부동산은 발품이다. 그렇게 9호선 라인을 필두로 아파트단지를 하나하나 둘러보았다. 그때도 마곡은 핫해질 대로 핫해진 상태였고, 우리의 예산으로 마곡에 들어가는 것은 불가능했다. 일단 9호선 라인인 가양역에서 도보로 이동 가능한 거리 중 가장 멀리 떨어진 아파트부터 단지 근처를 직접 둘러보기 시작했다.

소위 말하는 임장의 시작이었다. 물론 지금도 임장을 하면서 뭘 어떻게 체크하고 확인해야 하는지 모른다. 지금도 모르는 걸 그때라고 알리 없었다. 그저 우리의 방식으로 공간을 둘러봤다. 우리의 조건은 3가지였다. (그때는 몰랐지만) 조만간 태어날 아이를 위해 방이 3개, 화장실이 2개인 30평대 아파트일 것, 9호선에서 도보 이동이 가능할 것, 인근에 유흥시설이 없을 것. 그 기본조건을 충족시킬 아파트 자체는 사실 가양과 염창에 많았다. 염창동은 중학교까지 학군도 괜찮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하철과 거리가 멀지 않았고, 염창역까지 도보 이동이 가능하다면 강남까지 지하철로 22분이면 도달할 수 있는 엄청난 장점을 가진 동네였다. 다만 예산과 맞는지가 중요할 뿐.

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 그 일대 한강 변에는, 원하는 조건을 충족하면서 예산과 맞는 곳이 현재 사는 아파트 말곤 없을 거라고. 이미 많은 아파트가 5억을 훌쩍 넘어가고 있었다. 최악의 경우 다운계약서라도 써서 현금 지불을 하고 들어가야 했다.

하여튼. 가양역에서 가장 먼저 만난 아파트는 강서 한강자이였다. 살짝 걸어야 해도 인근에 9호선이 있고, 마곡과 가까운 새 아파트였다. 하지만 예상대로 시세는 범접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그때 7억을 넘던 아파트 대부분이 현재 10억을 호가한다. 그러니 5억 원대 집이 있을 리 없었다. 그렇게 가양역부터 평수와 금액, 두 가지 필터를 켜고 다시 아파트들을 찾아다녔다. 물론 괜찮아 보이는 아파트 대부분이 예산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그렇게 몇 시간을 골목골목 걸어 다녔다. 2017년 겨울 시세를 보며, 한 걸음만 빨랐다면 저렴하게 집을 구할 수 있었을 것을, 선택의 폭을 훨씬 넓게, 그리고 좋은 입지의 집을 구할 수 있었을 텐데. 이럴 줄 알았으면 어떻게든 결혼할 때 집을 살걸. 정말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하지만 우리는 최대한 자력으로 살아가고 싶었다. 그렇기에 만약 그때 집을 샀다면, 아마도 어른들께 큰돈을 빌려야 했을 것이다. 부담스러운 상황을 만들고 싶지 않았다. 갭투자를 알던 시절도 아니었다.

A아파트는 지하철에서 너무 떨어져 있고, B아파트는 브랜드 인지도가 너무 낮았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둘 다 예산을 넘어서기 일쑤였다. 걷는 내내 부동산이 보일 때마다 문을 두드리고 구하고자 하는 조건을 이야 했지만, 이미 그 동네도 5억 원으로 집을 구하는 게 쉽지 않아 보였다. 언젠가 월세를 구할 때와 비슷한 상황이었다. 생각했던 예산보다 전체적인 예산이 높아 어느 정도 포기해야 하는 상태였다.

그렇게 하루 내내 동네를 헤집고 다니며, ‘그 조건은 없어요’라는 거절의 말을 수없이 들었다. 미묘한 무시와 모멸감을 견디며 마침내 염창동의 끝에 도착했다. 가장 끝에 있는 동아 3차아파트는 염창역과 가장 가까우면서 한강 영구조망권이 확보된 단지였다. 하지만 그 역시 우리가 손댈 수 없는 가격이었다.

‘돈’과는 거리가 먼 예술계에서 머물다 뒤늦게 ‘재테크’에 눈을 떴다. 푼푼에서 ‘서른에 시작한 주식 오답노트’를 연재하며 수많은 재린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해외 주식 매수법’을 공개 했던 그가 재린이를 위한 부동산 이야기를 들고 돌아왔다. 내 집 마련하고 싶은 이들의 궁금증을 해소해 줄 ‘서울 여자 독립기’는 매주 수요일 푼푼에서 확인할 수 있다.

매주 월요일 배달되는 유익한 이야기,
푼푼레터 구독하기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약관에 동의합니다.

관련 기사

생애최초 특별공급으로 브랜드 아파트를?

‘최초’에게 주어지는 (청약)합격 목걸이

내 집 마련의 꿈! 모두가 바라지만, 오랜 기간 준비해야 겨우 성공을 맛볼 수 있는 어려운 일입니다. 주택 청약의 높은 경쟁률이 이를 증명하죠. 그렇다 보니 집 구하기가 상대적으로 힘든(혹은 준비조차 하지 못하는) 사회적 약자나 신혼부부를 위해 정부는 청약 제도를 꾸준히 개선해왔는데요. 그중 하나가 최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주택시장 안정 보완대책’의 후속 조치입니다. 올해 9월 29일부터 ‘생애최초 특별공급’ 제도가 개정된다는 게 주요 내용인데요. 무엇이 바뀌었는지, 오늘은‘국민주택’을 넘어 ‘민간주택’에도 청약이 가능한 ‘생애최초 특별공급(개정판)’ 금트를 준비했습니다!

어서 와,
집 사는 건 처음이지?😙

생애최초 특별공급은 말 그대로 태어나 처음 집을 사려는 사람에게, 새로 지은 주택의 전체 물량 중 일정한 비율만큼 따로 공급한다는 뜻입니다. (신청자가 몰리면 사업 주체가 100% 추첨으로 입주자를 선정하고요.) 살면서 딱 한 번(1가구 1주택)만 누릴 수 있는데요. 지금까지는 전체 주택 중 국민주택(LH, SH같은 공기업과 정부·지자체가 건설한 가구당 면적 85㎡ 이하의 주택)만 포함됐습니다. 그러다 이번에 국민주택 공급 물량이 20%에서 25%로 늘고, 자O, O스테이트 같은 민영주택 물량도 신규로 추가되었어요. 민간택지의 7%, 공공택지 분양물량의 15%까지 공급할 수 있는 거죠.

생애최초 특별공급 청약,
어떤 조건이 필요할까🧾

1. 일반공급 1순위 조건에 준하는 무주택세대의 구성원이어야 합니다. 그리고 입주자 모집 공고일 당시, ‘최초’라는 이름처럼 다른 구성원 모두 주택소유 이력이 없어야 하죠.
*투기과열·조정대상 지역은 세대주만 1순위 요건에 해당합니다.

2. 다음으로 현재 결혼을 했거나 자녀가 있어야 합니다. (자녀는 미혼이어야 하고요.)

3. 근로자 혹은 자영업자로서 5년 이상 소득세 납부 이력이 필요합니다. (공고일 기준 무직자는 신청이 불가능해요.)

다만 민영주택은 분양가가 높게 형성되기 때문에 소득 기준에 차등을 둡니다. 국민주택의 소득 기준이 전년도 도시근로자 평균 임금의 100% 이하(맞벌이 120%)라면 민영주택은 (맞벌이, 외벌이 구분 없이) 130% 이하인 사람까지 가능하죠. 예를 들어 3인 이하 가구라면, 기존 555만 원(국민주택)에서 722만 원(민영주택)까지 확대됩니다.

그리고 국민주택 청약은 보유 재산이 부동산 2억 1,550만 원, 자동차 2,764만 원 이하인 사람만 가능하지만, 민영주택은 별도의 기준이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국민주택은 통장 가입 기간 2년, 청약통장 선납금 600만 원이 필요한데요. 이와 달리 민영주택은 권역별로 충족 기준 차이가 납니다. (아래 이미지 참고)

현명한 청약 자세,
현미경으로 들여다 보듯🧐

기본 청약 방식과 크게 다를 바 없습니다. 하지만 자격요건에 일부 차이가 있어서, 세부 내용을 토씨 하나까지 살펴 봐야 합니다.

1. 먼저 한국감정원 청약홈에서 (특별공급) 입주자 모집공고문을 꼼꼼하게 확인합니다.

2. 그리고 소득과 자격요건 등을 확인합니다. 본인과 세대원의 소득 합계액을 정확하게 정산하고, 앞서 말씀드린 기본 조건을 모두 갖추었는지 점검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여기까지 끝났다면 이후 공고문에 기재된 서류를 발급하고, 정해진 기간 내에 직접 방문하거나 인터넷에서 청약 신청을 마무리합니다.

3. 치열한 경쟁을 뚫고 당첨된 주인공은 청약홈 홈페이지에 정해진 날짜에 공지됩니다. 대상자라면 기타 서류 등을 제출하고 계약을 체결하면 되죠.

삼키긴 어렵고 뱉기는 아까운
뜨거운 감자🥔 생애최초 특별공급

그동안 국민주택은 정부에서 공급한다는 색채가 강해, 일각에서는 청약을 꺼렸습니다. 하지만 이제 민간에서 짓는 모든 주택에서 생애최초 특별공급을 받을 수 있고 순수 물량도 늘어 기회와 선택의 폭이 넓어졌습니다.

하지만 일반 청약자의 반발이 만만치 않습니다. 국민주택 공급 비중을 5% 늘린 데다, 특별공급 대상에 민영주택을 추가하고 청약 조건은 대폭 완화했기 때문인데요. 그렇지 않아도 한정적인 청약 물량이 어디론가 빠져나가는 것을 보며, 장기간 무주택 요건을 유지하며 점수를 쌓은 40대와 50대의 불만이 커진 겁니다. (일반 청약 경쟁률이 더 올라가니까요.)

게다가 20·30세대마저 볼멘소리를 내는 중입니다. 소득 요건이 확대됐지만, 맞벌이 부부는 소득 요건 130%를 넘기기 쉽다는 거죠. 또한 청약에 당첨되어도, 최근 대출규제가 강화되어 애초에 분양가가 값비싼 민영주택을 구매하기가 여전히 현실적으로 힘들다는 지적입니다. 이로 인해 민영주택 특별공급이 소득이 적어도 현금이 넉넉한 사람의 전유물이 될 것이란 시선도 공존하죠.

비판과 걱정에도 불구하고 민영 첫 생애최초 특별공급에 대한 수요는 상당합니다.최근 진행된 민영주택 생애최초 특별공급 청약에 가점이 낮은 무주택실수요자가 대거 몰리며 경쟁률이 100대 1을 훌쩍 넘겼습니다. 20·30세대는 기한, 금액 등의 제약으로 가점 쌓기가 상당히 어려웠기 때문에 점수를 따지지 않고 소득 기준도 대폭 완화된 특별공급에 신청자가 집중적으로 몰린 겁니다.

그러니 일반 청약 외에도, 이제는 민간주택까지 노릴 수 있는 생애최초 특별공급 청약을 항상 염두에 두고 살펴보는 게 중요하겠습니다. 멀게만 보이는 청약이지만, 시선을 넓혀 폭넓게 두드리다 보면, 결국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룰 수 있을 테니까요!

매주 월요일 배달되는 유익한 이야기,
푼푼레터 구독하기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약관에 동의합니다.

관련 기사

서울 여자 독립기 ⑧ : 왜 정부가 내 발목을 잡는가!

내 집 마련의 꿈이 이틀 만에 무너졌다

오늘 일기 3줄 요약
👆집을 사려면 70%의 대출이 필수인데, 주택 정책이 바뀌어 대출 가능 범위가 확 줄었다.✌ 그러다 보니 종잣돈이 더 필요해졌다. 👌 심지어 인기 없는 동네도 집값이 빠르게 올랐다.

서울 여자, 드디어 이사할 지역을 정하다

서울 곳곳의 아파트 중 가격 대비 어디가 주거하기에 괜찮은지, 어디가 투자가치가 높은지 등 가격과 관련된 이야기를 보고 듣던 중이었다.

그러다 나는 욕심 없는 평범한 사람이고, 내가 매입할 수 있는 수준의 집은 엄마와 10년을 살던 동네(염창동)의 아파트 단지 정도라는 것을 깨달았다. 거짓말 좀 보태, 지하철까지 도보 10분이면 이동 가능한 한강변 아파트 중 우리 단지가 가장 쌌다. 가성비 하나는 최고라는 이야기였다.

그랬다. 내가 갈 수 있는 아파트는 이미 낡디 낡은 아파트뿐이었다. 그래도 언젠가 태어날 아이와 재택근무 중인 남편을 위한 공간, 그러니까 최소한의 주거 요건이었던 방 3개와 화장실 2개를 갖춘 30평대 아파트라는 기준은 충족했다. 여기에 더해, 여의도까지 출퇴근시간이 30분라는 점도 매력적인 요소였다. 이미 마곡이 개발에 들어간 시점이었고, 소위 베드타운으로도 유의미한 지역이라는 평가도 있었다. 다 떠나서 익숙한 지역이라 편했다. 물론 지금 돌아보면 좀 멍청하고 바보 같은 생각이었지만 말이다.

여하튼, 염창동에서 적당한 위치의 아파트 가격은 당시 이렇다 할 변화 없이 잔잔하게 흐르고 있었다. 평균 시세 4억 3천만 원, 최저 시세는 3억대로 내려갔으니. 2년 동안 1억이 오른 게 용할 정도로 조용한 동네였다.

서울 여자 독립기 ⑧ : 왜 정부가 내 발목을 잡는가! -  푼푼(PUNPUN)

정부 정책에 산산조각난 내 집 마련의 꿈

그랬다. 대출은 70%까지 나온다고 하니까 남은 전세보증금만 착실하게 갚아 나가면 집을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뭐 그리 어려운 일이겠는가. 하면 된다. 그래서 기세 좋게 신랑에게 선언했던 것이다. 2년 후엔 집을 사자고. 대출이라는 게 한번 받아보니 별거 아니었다. 경험은 간을 통통하게 키우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서울 시내(지도상에서)에서 둘러보지 않은 동네가 없고, 정보를 안 찾아본 아파트가 없었다. 이제 여의도로 이동이 순탄한 웬만한 아파트 단지들은 대충 머릿속에 그림이 나왔다. 뭐 강남 8학군까지는 됐고, 그냥 이 정도 집이면 충분히 거주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사려면 살수도 있을 것 같다는 결론을 내린 게 정확하게 2017년 7월 말이었다.

사자. 집을 사자. 그런데 마음먹은 지 딱 2일 만에 정부에서 새로운 주택 가격 안정 정책을 내놓았다. 서울 시내 쓸만한 대부분의 지역구는 투기지역으로 묶였고 마곡이 있다는 이유로 강서구도 투기지역으로 묶였다. 이 지역에서 건물을 사려면 대출이 전체 건물 가액의 40%밖에 나오지 않았다.

그럼 5억 원에 육박하는 집을 사려면 최소한 3억은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1억까지는 어찌어찌 모아보겠는데 3억 원은 뭐 퀀텀 점프도 아니고 현실 여건상 말도 안되는 금액이었다. 부동산 카페에서는 사다리차기네 뭐네 말이 많았다. 사다리차기. 정확하게 나를 두고 하는 말이었다.  난 오직 40%에 꽂혀있었다. ‘빌라에서 살다가 아파트 좀 살아보겠다는데 그걸 못하게 막나? 그럼 현금이 있어야지만 집을 사는 거잖아? 우리 같은 사람은 10년을 죽어라 모아도 1억 원조차 모으기 힘들다고!’ 내적 아우성이 끊임없이 메아리쳤다.

정부 정책에 이렇게 손이 벌벌 떨려 본 적은 처음이었다. 정책과 먼 삶을 사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나도 이제 저 세계에 들어가는 사람이어야 했다. 그런 삶을 내가 결정했다. 그런데 생각 정리를 마치고 나니 정책이 바뀌어 집을 살 수 없게 되었다. 마음이 쉽사리 비워지지 않았다. 마치 사지도 않은 집을 벌써 잃어버린 듯한 기분마저 들었다. 상실감. 그게 가장 정확한 표현이었다. 왜 길거리에 나앉는 느낌이 드는지 나도 몰랐다. 그때의 참담함은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돈’과는 거리가 먼 예술계에서 머물다 뒤늦게 ‘재테크’에 눈을 떴다. 푼푼에서 ‘서른에 시작한 주식 오답노트’를 연재하며 수많은 재린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해외 주식 매수법’을 공개 했던 그가 재린이를 위한 부동산 이야기를 들고 돌아왔다. 내 집 마련하고 싶은 이들의 궁금증을 해소해 줄 ‘서울 여자 독립기’는 매주 수요일 푼푼에서 확인할 수 있다.

매주 월요일 배달되는 유익한 이야기,
푼푼레터 구독하기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약관에 동의합니다.

관련 기사

서울 여자 독립기 ⑦ : 미련하게 전세 대출 갚는 여자

결론은 '땅'이라는 걸 깨닫기까지

오늘 일기 3줄 요약
👆전세건, 월세건 결국은 건물주 배 불려주는 짓이라는 것을 깨닫는데 2년이 걸렸다. ✌ 그렇다. 그러니 집을 사야 한다. 👌 입지, 학군, 교통 이 3가지 요건이 갖춰져야 좋은 집이라는 건 알겠다.

전세로 살다, 문득 억울해졌다

대출상환을 미련하게 고집한 것은 사실 집을 사고 싶어서였다. 계기는 우연히 찾아왔다. 우편번호 검색을 위해 집 주소를 넣다가, 우연히 뜬 링크를 호기심에 열어 보았는데, 당시 내가 살던 다세대 빌라의 전세가 실거래 흔적이 떴다. 한국감정원이나 KB 리브온 같은 곳의 정식 데이터도 아니었다. 누군가 짜깁기하듯 모아둔, 매우 희한한 디자인의 사이트였는데, 6년 된 이 집의 첫 세입자 보증금이 1억이었다. 그리고 해마다 평균 1천만 원이 올랐고, 내가 입주할 때는 이미 1억 7천만 원이 넘었다. 지하철역 도보 5분 거리를 고려하면 꽤 괜찮은 가격이라 여긴 집이었다. 그때 머릿속에서 시뮬레이션이 돌아갔다.

(아마도 돈이 많았을) 건물주 아저씨는 땅이 있었거나 혹은 사서 빌라를 올리겠다 마음먹은 후에, 다른 자산을 담보로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건물을 세웠을 것이다. 그리고 다른 건물주들처럼, 전세 세입자를 받아 대출금을 메꿨을 것이다. 똑같은 구조로 10개의 집을 만들었으니까, 가격은 다 1억 원이었겠지. 그럼 건물대출금은 그 전세자금 10억 원으로 끝냈을 거고. 그리고 전세보증기간을 2년으로 잡고 해마다 1천만 원, 다시 말해 한 집에 2천만 원씩 올리며 세입자를 받았을 것이다. 그러면 1년에 1억, 6년이면 6억. 그렇게 늘어난 자산으로 또 다른 부동산을 사거나 차차 월세로 돌릴 준비를 했을 수도 있다. 전세보증금은 세입자 간 돌려 막기 구조니까. 어차피 전세를 돌리는 이상 건물주 아저씨가 들이는 돈은 관리비 말고 없다. 앉은자리에서 매년 1억 원씩 버는 셈이다. 약간의 마음고생과 소소한 노동만으로.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갑자기 미친 듯이 억울해졌다. 전세가 남의 배를 불리는 일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는데 아니었다. 월세보다 더 확실하게 누군가의 주머니를 불려주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월세는 이동이라도 쉽지. 전세는 금액이 커서 넣고 빼기도 간단하지 않다. 비슷한 신축은 또 끊임없이 올라가고 누군가는 6년 된 건물보다 돈을 더 주더라도 신축으로 가길 원할 테니까.

그 생각이 든 게 신혼여행을 다녀와서 한 달쯤 후였던 것 같다. 그래서 신랑에게 말했다.

“이 집 전세 계약 끝나면 그땐 무조건 집을 살 거야”

난데없는 선언에 신랑은 좀 당황한 듯했지만 큰 상관은 없었다. 집에 대한 니즈는 그에게도 있었으니까. 그게 2017년 6월쯤이었다.

집을 사기 위한 서울 여자의 준비

나에게 일상의 모든 것은 ‘쇼핑’으로 귀결된다. 결혼식 준비도 결국 끝없는 쇼핑의 연속이었다. 드레스와 반지를 그리고 한복을 쇼핑하는. 쇼핑은 언제나 즐거운 행위니까 힘든 일일수록 쇼핑과 결부시키는 게 버릇이었다. 월세도, 전세도 그렇게 쇼핑하듯 훅훅 해치운 나였지만, 집을 쇼핑하는 것은 좀 다른 문제였다.

빌라 전세도 2억 원이 필요한데, 대체 집을 사려면 얼마나 많은 돈을 들어가야 하는지, 어디서, 어떻게, 어떤 집을 사야 하는지도 몰랐다.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했다. 부동산 카페에 가입하고, 신문 기사를 읽어보고, 집을 사려면 어디에서 어떤 기준으로 골라야 하는지 찾기 시작했다. 언젠가 우연히 본 괜찮은 동네들, 한 번쯤 들어본 평이 좋은 동네들, 내가 사는 동네와 어려서 살던 동네들, 궁금한 게 한 두 가지가 아니었다. 큰 쇼핑을 해야 하는 만큼 공부도 많이 필요했다. 자산가치의 빠른 상승은 고사하고, 최소한 하락하지 않을 집을 사야 하니까 말이다.

그래서 일단 서울 지도를 살펴보기 시작했다. 소위 강남 8학군부터 목동, 광장동, 반포, 여의도, 마포, 중계동 등 살기 좋다는 동네들을 싹 검토하기 시작했다. 궁금했던 모든 동네의 시세를 파악하고, 부동산 카페에서 해당 지역을 검색해 올라온 글과 댓글을 확인했다. 이 동네가 왜 인기있는지 궁금했다. 사람들의 선호 이유가 분명 있을 것인데 그게 내 인생에 얼마나 영향력 있는 이유인지 확인하고 싶었다.

그러다 내린 결론. ‘어느 지역이 좋은 동네다’라고 이야기하는 기준은 크게 3가지였다.

결국은 ‘일자리’, ‘교육’, ‘교통’이었다

1. 일자리

직주근접과 상권. 일자리의 중요성과 가치를 설명하는 두 가지 단어다. 직주근접이란 일하는 곳과 사는 곳이 가깝다는 뜻으로,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이해할 것이다. 출퇴근을 위해 길거리에 뿌리는 시간을 돈으로 환산한다면, 월급을 조금 깎더라도 집과 가까운 회사를 선택하고 싶은 마음을. 혹은 월세를 더 내더라도 회사와 가까운 곳에 자리 잡고 싶은 마음을. 직주근접의 가치는 그만큼 크고, 직장이 자리한 곳과 삶의 터전을 최대한 가깝게 마련하고 싶은 마음은 다 같다.

서울 여자 독립기 ⑦ : 미련하게 전세 대출 갚는 여자 - 푼푼(PUNPN)
출처: 서울연구데이터서비스

서울에서 일자리가 밀접한 대표적인 지역은 광화문, 여의도, 강남이다. 이 3개 지역을 잇는 삼각 지대가 핵심이다. 그러니까 많은 사람이 아침저녁으로 광화문, 여의도, 강남으로 갔다가 집으로 돌아간다. 그럼 이들은 어디서 살고 싶을까? 가족의 상황 같은 여러 이슈를 제외하고 생각하자. 해당 지역에 직접 사는 게 당연히 베스트다. 하지만 광화문, 여의도, 강남의 거주 비용은 예상처럼 엄청나다. 그리고 이 지역에 빠르게 도달할 수 있는 곳도 거주 가치가 그만큼 크다는 뜻이어서 너나 할 것 없이 원하고 자연스레 비용이 많이 든다. 게다가 사람이 많이 모이면? 자연히 상권도 발달한다. 강남대로의 상가 월세가 억 단위로 노는 것도 이 때문이다.

2. 교육

대한민국의 높은 교육열은 전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유학을 하다가도 방학 때면, 더 좋은 과외를 찾아 한국에서 보충수업을 듣는 나라다. 맹모삼천지교를 이보다 잘 따를 수 없는 국가다. 그런데 서울에서 맹모가 가장 선호하는 지역이 대치동과 목동이다.

서울 여자 독립기 ⑦ : 미련하게 전세 대출 갚는 여자 - 푼푼(PUNPN)
출처: 국민일보 ‘서초 강남 아파트 공시가격 폭탄 맞았다…보유세 인상 불보듯’

서울시에서 가장 주목받는 학군은 강남교육청이 관할하는 소위 8학군이다. 그와 쌍벽을 이루는 지역은 강서교육청 관할의 목동. 이외에도 중계동, 광장동, 잠실 등 학군으로 주목받는 지역의 공시지가 증감률 현황을 보자. 해당 지역이 공시가격이 대부분 높은 비중으로 올라갔다. 시가가 매우 높게 뛰었다는 뜻이다.

서울만의 상황은 아니다. 대구의 유명한 학군인 수성동과 광주의 봉성동, 평촌신도시 등은 서울 못지않은 집값이 형성되어 있다. 소위 좋은 대학을 많이 보낸다는 고등학교에 배정받기 위해 해당 지역으로 이사하고, 연장선상에서 초등학교와 중학교 학군을 고민한다. 대한민국의 학부모는 공시가격도 쥐고 흔들 만큼 위대하다.

3. 교통

직주근접과 학군을 이해했다면 이제 이 둘을 어떻게 엮어야 하나 고민해야 한다. 자차 이동은 논외로 하고 대중교통, 특히 지하철에 주목해 보자. 누구나 한 번쯤 ‘역세권’이라는 단어를 들어봤을 것이다. 이는 지하철역에서 도보 이동이 가능한 거리를 뜻한다. 가장 빠르고, 깨끗하고, 저렴한 교통수단이 서울에서는 지하철이기 때문에 ‘역세권’ 여부는 중요하다. 지하철은 수도권 대부분의 주요 업무지구와 학군으로 단시간 내에 가장 많은 인원을 수송하는 교통수단이니까.

80년대 1호선에서 시작해 차곡차곡 건설을 시작한 지하철은 이제 서울의 경우, 9호선을 넘어 ‘김포선’, ‘경의선’까지 생겼다. 하지만 지하철의 전반적인 인프라를 설치하는데 상당히 많은 비용과 시간이 들기 때문에, 아직 노선이 깔리지 않은 곳에 대한 수요를 즉각적으로 채우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 보니 꼭 집을 사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역세권이 집을 고를 때 얼마나 중요한 요소인지를.

돌고 돌아 입지와 감가상각까지,
결론은 ‘땅’이었는데

이외에도 사실 한강뷰, 숲세권 등 여러 요소를 따져가며 집을 고르지만, 위의 3가지야말로 핵심적인 요소라고 파악했다. 그리고 그 3가지의 절대적인 가치가 바로 ‘입지’다. 지하철은 한번 설치하면 바꿀 수 없다. 또 일자리단지를 통으로 옮길 수 없고, 학교를 당장 어디로 이동시킬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렇듯 모든 설비는 ‘이미’ 거기에 있다. 그렇기에 거주할 곳을, 가장 중요시하는 포인트와 가까운 위치에서 선정하는 게 핵심이었다. 그러니 첫째도 입지, 둘째도 입지, 셋째도 입지였다.

여기서 생각해야 하는 게 또 있다. 바로 ‘감가상각’이다. 부모님과 살던 곳은 1994년에 태어난 아파트였다. 그곳에 2003년에 들어갔으니 나름 10년 이내의 괜찮은 조건이었다. 비교적 새것이었고, 주변 아파트도 비슷한 시기에 지어졌으니까. 그런데 지금은 25년이 훌쩍 넘은 늙은 아파트가 되었다.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건물을 부수고 다시 짓는 상황도 생길 수 있다. 그럼 건물의 가치는 사라진다. 완.전.히.

그리고 그곳엔 오직 ‘땅’만 남는다.

그렇다. 땅이다. 집을 고를 때는 예쁜 인테리어가 아니라 땅을 골라야 한다. 언덕이나 물가에 있는지, 지하철 혹은 회사, 학교와 가까운지. 그 모든 것들의 중심엔 땅의 위치, 즉 ‘입지’가 있다. 건물의 가치는 언젠가 소멸하지만 땅의 가치는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다.

실제로 아파트를 둘러보면 ‘대지지분’이라는 게 있다. 좁은 땅덩어리에 건물을 높게 세워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이 나누어서 이고지고 산다. 그럼 단독주택은? 땅을 나눠 살 사람이 없다. 오롯이 땅을 다 사야 그 위에 건물을 지을 수 있다. 그래서 아파트는 ‘대지지분’이 매우 적고, 단독주택은 담으로 두른 주택 외 모든 공간의 지분을 오롯이 소유한다. 그러니 아파트는 땅보다 건물을, 단독주택은 ‘땅’을 사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 낡은 건물이 의외로 수십억의 가치를 가진 것을 종종 볼 수 있는데, 그건 건물보다 땅의 가치가 더 많이 반영되었다고 생각하면 된다.

돌고 돌아 결론은 땅이다. 땅을 사야 한다. 이렇게 집을 쇼핑할 때 제일 중요한 것이 ‘땅’이라는 것을 깨닫는데 한 달 남짓의 시간을 보냈다.

‘돈’과는 거리가 먼 예술계에서 머물다 뒤늦게 ‘재테크’에 눈을 떴다. 푼푼에서 ‘서른에 시작한 주식 오답노트’를 연재하며 수많은 재린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해외 주식 매수법’을 공개 했던 그가 재린이를 위한 부동산 이야기를 들고 돌아왔다. 내 집 마련하고 싶은 이들의 궁금증을 해소해 줄 ‘서울 여자 독립기’는 매주 수요일 푼푼에서 확인할 수 있다.

매주 월요일 배달되는 유익한 이야기,
푼푼레터 구독하기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약관에 동의합니다.

관련 기사

서울 여자 독립기 ⑥ : 미련하게 전세 대출 갚는 여자

전세 대출금을 갚는 일이 종잣돈을 마련하는 방법이라고 착각했었다

오늘 일기 3줄 요약
👆 전세 대출금을 갚는 것 보다 주식이나 펀드처럼 재테크로 돈을 굴려 현금을 갖고 있는 편이 낫다 ✌ 전세 대출금 원금 상환만으로 강제 저축 및 월 납입 이자 삭감 효과 👌 전세 대출금 원금 및 이자 상환 금액은 소득공제 가능

저출산과 저금리가 만나 만들어낸 시너지는 위대했다. 1억이 넘는 돈을 빌리는데 한 달 이자가 20만 원 내외였다. 버팀목이라는 대출 상품 이름이 매우 적절하다고 느껴졌다. 버팀목 없이 삶을 이어가기는 쉽지 않으니까. 전세자금대출은 우리 삶에 매우 중요한 버팀목이 되어 주었다. 이름을 참 잘 지었다. 버팀목전세자금대출.

혼인신고, 이사, 집 정리, 무수히 많은 택배 받기, 각종 집들이를 겸한 청첩장 전달, 결혼식, 신혼여행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개인적으로는 혼인신고 이전에 논문과, 큰 회사 행사, 집 알아보기가 선행된 후의 결혼이었던지라 혼이 들락날락하는 시기였다. 모든 것으로부터 자유로워진 것은 신혼여행을 다녀와서 한 달쯤 후였다. 저녁 9시만 되면 정신을 못 차리고 뻗기 일쑤였고, 급기야 보약을 먹어가며 체력을 보존한 후에야 겨우 정신이 돌아왔을 정도였다.

그제야 우리의 경제 사정이 눈에 들어왔다. 우리는 전세자금 대출을 제외하고는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는 신혼부부였다. 그나마 남아있던 약간의 현금을 충동적으로 넷플릭스 주식을 매수하는데 밀어 넣고 나니 매달 월급을 제외하고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우리에겐 종잣돈이 없었다. 그나마 있던 돈도 전세보증금에 꽁꽁 묶여 있으니까, 월급만이 전부였다. 애초에 전세 대출을 받을 때 나의 마음가짐은 “최대한 많이, 최대한 빨리 대출을 갚아 나가자!”는 것이었는데, 만약 어떤 투자자가 나를 봤다면 “그것참 미련한 선택”이라고 말했을 것이다.

“그걸 왜 갚아? 갚을 돈을 차라리 저축하고 모으던가, 주식투자나 재테크로 불리던가. 더 많은 돈이 보증금에 묶이지 않도록 했어야지!”. 이 사실을 깨달은 건 한참 나중 일이었다.

나는 전세 대출을 갚기 위해 최대한 빨리 목돈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사고의 흐름은 이랬기 때문이었다.

“언젠가 더 큰 집, 더 나은 집으로 이사 갈 때는 추가 대출을 해야 할 텐데, 그러려면 기존에 갚아 둔 돈이 많아야 대출을 또 받을 수 있겠지?” 그렇게 1억을 만들어보고 싶었다.

(그래도) 전세 대출을 갚으면 이런 점은 좋다

① 강제로 목돈이 모인다

언젠가 홈텍스를 통해 찾아본 지난 몇 년간의 나의 총수입은 억이 훌쩍 넘는 돈이었다. 짧지 않은 사회생활, 제대로 등록된 수입은 얼마 되지 않았지만 그래도 10년이 넘어가니 1억은 족히 되는 것이었다. 1억이 남 일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기 시작한 건 그때부터였다. 1억 원을 만드는 것은 생각보다 간단한 일일 수 있다. 최소한 거기서 시작해야 뭘 해도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언젠가 엄마가 말씀하셨다. “처음엔 100만 원, 그다음엔 300만 원, 500만 원, 천만 원으로 모이고, 천만 원이 모이면 3천만 원, 5천만 원, 다음엔 1억이야. 그 고비만 넘기면 돈은 모이게 되어있어”

우린 그 수 많은 고비를 넘고 넘어 돈을 모아 보기로 했다. 그리고 그 증거로 이자가 적어지는 기쁨을 누리기로 했다. 그랬다. 대출을 갚는 것으로 우리는 종잣돈을 만들어 보기로 했다. 각종 생활비를 제외한, 저축 가능한 모든 돈을 대출 상환에 쏟아부었다. 나는 정기적으로 일정 금액을, 신랑은 돈이 생길 때마다 뭉텅이로 툭툭 쳐내기 시작했다.

② 월 이자가 적어진다

20만 원이던 월 이자가 10만 원으로 줄었다. 아이도 없고, 크게 사치하는 일도 없는 팔자이기에 그렇게 빚을 갚고 이자가 줄어드는 것을 보는 건 꽤 큰 기쁨이 되었다.

③ 연말정산 소득공제를 받는다

대출을 갚는 즐거움은 하나가 더 있다. 바로 연말정산에 소득공제 항목으로 반영이 된다는 것이었다. 물론 월세도 이것은 가능하다. 엄밀히는 월세는 세액공제 항목이고, 전세자금대출 원금 및 이자 상환액은 소득공제 영역이다.

물론 주택청약불입을 하고 있다면 주택청약금액 포함해서 300만 원까지일 뿐이지만. 소득공제 영역에 들어가 있다는 것은 왠지 월세보다 전세가 좀 더 삶의 필수적인 요소처럼 느껴졌다. 이 와중에 난 청약도 한 달에 20만 원씩 꼬박꼬박 넣고 있었다. 굳이 그럴 필요는 없었는데, 왠지 청약으로 목돈을 만들어보고 싶었달까?

※ 특별소득공제 > 주택자금 > 주택 임차차입금 원리금 상환액
무주택 세대의 세대주(세대주가 주택 관련 공제를 받지 않은 경우 세대원도 가능)인 근로자가 국민주택규모(1호 또는 1세대당 85㎡ 이하)의 주택(주거용 오피스텔 포함)을 임차하기 위하여 금융회사 등으로부터 차입한 일정 요건의 주택차입금의 원리금 상환액

1년이 거의 다 됐을 무렵 무려 원금의 절반을 갚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일단 모으니 순식간에 몇천만 원이 쌓였다. 혼자였으면 기약이 없었을 일도 둘이 하니 끝이 보이는 기분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 돈을 그냥 아마존 주식 같은 거나 좀 사놓고 있었으면 더 많이 모을 수 있었을 것 같은데 세상 고지식한 우리는 그렇게 미련하게, 굳이 전세금에 현금을 묶어가며 1년을 버텼다.

그렇게 다음 단계를 차곡차곡 준비했다. 빚을 갚는 즐거움이 언젠가 큰 괴로움과 위기로 올 수 있다는 것을 그때는 미처 몰랐다는 게 문제였을 뿐. 그 순간은 매우 즐거웠다. 인생의 첫 빚이었고, 그렇게 큰 빚은 무서웠으니까.

‘돈’과는 거리가 먼 예술계에서 머물다 뒤늦게 ‘재테크’에 눈을 떴다. 푼푼에서 ‘서른에 시작한 주식 오답노트’를 연재하며 수많은 재린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해외 주식 매수법’을 공개 했던 그가 재린이를 위한 부동산 이야기를 들고 돌아왔다. 내 집 마련하고 싶은 이들의 궁금증을 해소해 줄 ‘서울 여자 독립기’는 매주 수요일 푼푼에서 확인할 수 있다.

매주 월요일 배달되는 유익한 이야기,
푼푼레터 구독하기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약관에 동의합니다.

관련 기사

서울 여자 독립기 ⑤ : 전세와 대출은 이음동의어

1% 대 금리로 전세 자금 대출을 받았다

오늘 일기 3줄 요약
👆 전세 보증금의 80%까지 대출 가능 ✌ 신혼부부는 우대금리가 적용되어 최저 1%대까지 대출 금리가 낮아질 수 있다 👌 불법 구조물로 판명되면 대출 불가

사실 독립을 결심했을 때 전세를 생각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원룸은 1억 언저리면 전세를 구할 수 있었다. 전세금의 80%까지 대출할 수 있으니까 약 2천만 원의 현금이 있었다면 말이다. 현금도 없었지만 엄마가 해준 한마디가 마음에 크게 남아 월세로 시작했다.

“10원을 빌려도 빚은 빚이야. 은행은 절대 널 봐주지 않아”

짧지 않은 시간 동안 대출과 빚에 시달렸던 경험이 있었던 우리 집은 대출이라면 진저리를 쳤다. 엄마는 비록 정기적인 수입을 가지게 된 상태라 할지라도 대출로 무리수를 두지 말고 니가 할 수 있는 능력껏 살라는 말씀을 해주셨다. 그 말이 가진 무게는 딱 1년 정도였지만.

월세란 낼 때는 감이 없다. 그런데 연말정산할 때가 되면 세상 심란해진다. 1년 동안 낸 월세의 총합. 45만 원씩 12개월. 540만 원으로 뭉쳐진 목돈이 내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갔다 생각하니 속이 뒤틀렸다. 연말정산할 때 환급받는다고 해봐야 10% 정도다. 결국 쌩돈이 나간 셈. 그러다 우연히 사회초년생 재테크 정보를 찾아보다 ‘월세에서 탈출해야 하는 이유’를 쓴 글을 보게 되었다.

1억을 빌려도 전세자금 대출이자는 2~3%. 한 달 월세는 평균 50만 원. 이자가 3%라고 했을 때 한 달에 30만 원 내외의 이자가 나온다. 그리고 전세 만료 후 보증금을 그대로 대출금 상환에 사용한다고 해도 월세보다 대출 이자가 저렴한 것이었다.

망치로 머리를 땡 맞는 느낌이었다. 전세자금의 20%만 확보되고 대출 조건에 부합된다면 일반 월세의 반값에 은행에 월세를 내며 살 수 있었다. 심지어 대출 이자와 전세대출 상환금액도 연말정산에 반영이 된다. 월세로 인한 세액공제 만큼까진 아니어도 유의미한 정도는 됐다.

많은 사람이 원금을 갚지 않고 이자만 내면서 소액으로 전세에서 다시 전세로 이동하며 대출을 연장하고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 나는 다음 계약엔 전세를 구할 생각을 하고 월급을 차곡차곡 모아야 했다.

물론 전세에도 허들은 있었다. 투룸의 경우는 좀 다르지만, 원룸은 전세 대출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았다. 법적으로 집주인의 허락을 받아야 할 이유는 없었지만 집주인은 자신의 자산에 어떤 형태로든 위험요소가 얹어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 것 같았다.

그런데 전세 대출이 안된다는 투룸 빌라는 어디에도 없었다. 누군가가 대출을 끼고 빌라 건물을 분양·건축했고, 세입자가 내는 전세자금으로 그 대출원금을 빨리 갚지 않으면 건물주는 꽤 높은 금리의 대출금을 감당해야 했다. 금수저 부자라 해도 생돈이 나가는 느낌이 들어 화나고 억울할 게 뻔한 구조이다. 전세 보증금은 2억 가까이 되니까 전세 대출을 마다할 리가 없었다.

또한 기존에 이미 전세로 굴러가고 있던 집은 다시 월세로 돌리기가 쉽지 않다. 그걸 월세로 돌리려면 지금 입주한 세입자의 전세 자금을 고대로 현금으로 주어야 한다.

전세 시스템을 알면 집이 보인다

다시 정리하자면 대출을 일으켜 건물을 세웠고, 전세 세입자를 들임으로 인해 건축으로 인해 발생한 대출 원금을 전액 상환한다. 건물주는 대출금을 해마다 아주 조금씩 인상하면서 물가상승분을 커버한다. 그리고 계약 기간이 다되면 다음 세입자가 들어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한다. 다음 세입자는 크건 작건 상승한 전세보증금을 건물주에게 전달하고, 그중 일부를 기존 세입자에게 주어 내보낸다.

결국 건물주의 대출금은 일정 시점이 지나면 임차인의 전세자금으로 인해 일제히 사라진다. 건물주는 새로운 임차인이 들어올 때 기존 임차인에게 진 빚을 갚는 구조. 그게 대한민국의 전세다. 이 시스템은 신축 빌라가 아닌 아파트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임차인은 임대인에게 필요한 목돈을 들고 들어가 집을 빌리고, 임대인은 기존 임차인에게 진 빚을 해결한다.

전세와 대출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구조

내가 전세자금 대출을 받을 당시엔 우리나라 전세자금 대출은 2가지로 나뉘었다. 정부보증 상품과 은행에서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전세 대출. 주택금융공사의 보증으로 운영되는 버팀목전세자금 대출은 정부보증 상품으로 전세자금의 70%까지 대출이 가능했다. 집이 불법 가건물이거나, 대출자의 신용도가 터무니없이 낮은 게 아니라면(정규직이라면 대부분 OK) 버팀목전세자금 대출은 어렵지 않게 승인이 나는 듯했다.

물론 조건은 있었다.

  • 만 19세 이상의 무주택세대주 중 부부 합산 연 소득 5천만 원 미만인 자에게는 연 2.3~2.9% 정도의 금리로 대출이 가능
  • 서울을 기준으로 총대출 금액이 1억 2천만 원은 넘지 않을 것
  • 결혼한 지 5년 이내의 신혼부부에게는 우대금리 적용. 소득에 따라 최저 1.6%까지 금리를 낮출 수 있음

집주인이 급하면 전세도 깎는다

전세보증금 1억 8천만 원. 전에 살던 사람이 계약 기간을 다 못 채우고 나갔던지라 중개사 부장님께 조금 더 전세금을 낮출 수 있냐고 물었다. 다행히 약간의 조정이 가능했고 우리는 500만 원이나 낮춘 금액으로 최종 전세보증금을 확정했다.

전세 대출을 받을 땐

대출을 받으려면 대출 신청은 세대주가 해야 했다. 통상적으로 세대주는 남자가 하게 마련이지만 프리랜서로 살던 신랑은 금융권에서 선호하는 직업군이 아니었다. 페이가 크건 적건 정규직으로 안정적인 페이를 확보할 수 있는 사람이 세대주여야 했다.

그래서 우리 집은 세대주가 나다. 이런저런 서류들을 간단히 챙겨서 계약하고 일정 기간 이내에 혼인신고를 해야지만 신혼부부 우대 금리를 적용해준다는 말에 그냥 속 편하게 혼인신고를 했다. 어차피 날은 잡았고, 결혼은 할 거였으니까. 왜들 결혼식 전에 혼인신고를 하는지 이해가 되었다. 대출을 보다 낮은 금리로 받기 위해서 였다.

생에 첫 대출이라 떨릴 땐

주택전세자금계산마법사 사이트를 통해 시뮬레이션은 스무 번도 더 했다. 세대주여야 했고, 세대주 포함 세대원 전원이 무주택이어야 했다. 혼인신고를 한지 5년 미만의 신혼부부였고, 홈텍스 상 부부합산 소득이 연간 5천만 원 미만이었다. 입주하고자 하는 주택이 등기부등본상 주거에 적합한 주택이고, 주택전용면적이 85제곱미터 미만이었다. 연 소득을 입력하고, 우대사항에 신혼부부 관련 칸에 체크를 마쳤다.

전세보증금은 2억을 넘지 않았고 별도의 부채는 없었다. 1억 2천 300만 원 가량의 대출 가능 금액이 나왔고, 우린 남은 5천만 원 내외를 돈을 구해야 했다. 전세보증금을 제외한 돈으로 최대한 타이트하게 결혼식과 살림을 준비했다. 세탁기 냉장고 말고는 산 가전제품은 없었고, 침대는 엄마가 쓰던 돌침대를 받는 거로 하고, 옷장이나 탁자 다해서 100만 원 정도 지출한 게 다였다.

불법 구조물은 대출이 안된다

대출 신청을 완료 하며 새롭게 들은 사실은 원칙적으로는 불법 구조물에는 대출 승인이 나지 않는 다는 것. 전세자금 대출로 실사까지 나오지는 않으니 큰 문제는 없지만 우리가 선택한 투룸  빌라에도 불법 구조물은 있었다. 바로 베란다. 엄밀하게는 베란다가 아니었다. 건물이 용적률을 맞추기 위해 위층으로 올라갈수록 계단식으로 안쪽으로 들어간 구조를 가진 건물들이 많은데, 이 계단식 구조물 위에 가벽을 세우고 베란다처럼 사용하고 있는 것이었다.

법적으로 엄밀히 따지면 내가 선택한 집의 베란다는 베란다가 아니었다. 다른 층에는 없는 베란다가 있는 것이 이상하지 않은가. 세금 문제라는데 말이다. 결국 불법이었다. 물론 저 정도 상황은 별문제 없이 매끄럽게 지나갔고 대출 승인은 떨어졌다. 대출 승인이 떨어지고 서류작성까지 마친 상황에서 신혼부부 우대 금리가 추가 인하되었고, 담당 은행원의 배려로 서류를 다시 작성해 좀 더 낮은 금리로 대출을 할 수 있었다. 저출산 기조가 유지되는 통에 지금 소득 기준이라던가, 대출 가능 금액 등의 기준들이 좀 더 완화되었다.

그렇게 무사히 대출을 받은 우리는 “청첩장 날짜와 (대출을 받기 위해서 한) 혼인신고 날짜 중 어느 날을 결혼기념일로 해야 할까?”라며 농담을 던질 정도로 여유가 생겼다. 이제 진짜 부부가 된 서울 여자. 내 집 마련을 향한 또 한 걸음을 내 딛게 된다.

매주 월요일 배달되는 유익한 이야기,
푼푼레터 구독하기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약관에 동의합니다.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