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꿀단지 ① : 짱모는 20살에 200만 원을 잃었어요 - PUNPUN

주식 꿀단지 ① : 짱모는 20살에 200만 원을 잃었어요

예담이는 열두 살에 1,000만 원을 모았다던데… 20대 짱모가 적금 대신 주식을 선택하게 된 사연!

짱모는 아홉 살에 경제활동을 시작했다

‘예담이는 열두 살에 1,000만 원을 모았어요’ 내가 처음으로 재밌게 읽은 책이다. 이 책에는 심부름(아빠 구두를 닦으면 무려 500원을 받았다)을 하고 벼룩시장에서 안 쓰는 물건을 팔며 열두 살의 어린 나이에 1,000만 원을 모은 예담이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예담이의 성공 스토리는 인생 9년 차 짱모의 심장을 두근거리게 만들었다.

학교에서 제일가는 개구쟁이였던 난, 끓어오르는 피를 주체하지 못하고 당장 엄마에게 달려갔다. 그리고 이제부터 대가 없는 심부름은 하지 않겠노라고 선언하며 심부름마다 값을 매겨놓은 종이를 냉장고에 붙였다. 앙칼진 아들의 모습에 엄마는 “벌써 경제 관념이 생긴 걸 보니 우리 아들은 천재가 틀림없다!” 하시며 토끼 같은 아홉 살 아들에게 끼니당 100원을 징수하셨다. 세상은 만만치 않다는 사실을 깨우친 게 아마 이때쯤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100원 정도라면 내 입장에선 나쁘지 않은 거래였다. 아빠의 흰 머리 하나만 뽑으면 벌 수 있는 돈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내 생에 첫 거래가 성사됐다. 아홉 살에 알게 된 예담이의 이야기가 스물여섯 살이 된 지금까지 영향을 미치게 될 줄은 꿈에도 모른 채, 아홉 살 짱모의 좌충우돌 경제활동이 시작됐다.


경제적(이라 쓰고 ‘강제적’이라고 읽는)
독립을 당했다

아홉 살 짱모의 패기가 정확히 얼마나 지속됐는지는 잘 기억이 안 난다. 실제로 안 쓰는 장난감들을 모아 주말에 벼룩시장에 가 물건을 판 기억도 있으니 꽤 오래갔던 것 같긴 하다. 그러나 어느 순간 평촌초등학교 예담이가 되겠다는 생각은 희미해지고 말았다. 아마 아빠의 흰머리를 뽑아가며 1,000만 원을 모으려면 십만 개의 머리카락을 뽑아야 했기에 이것도 불효 같아서 그만두지 않았나 싶다.

아홉 살 아들에게 식사당 100원을 징수했단 사실에서 눈치챘겠지만, 우리 집은 결코 호락호락한 집안이 아니다. 엄마는 입버릇처럼 스무 살이 되는 날부터 모든 경제적 지원을 끊겠다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2014년, 내가 스무 살이 되던 그해에 엄마의 말씀이 현실이 되었다. 등록금과 입학금은 예상했지만, 평생 공짜인 줄만 알았던 핸드폰 요금 청구서까지 내 앞으로 날아오니 눈앞이 캄캄했다. 당장 날아온 청구서는 명절에 받은 용돈으로 해결했지만, 여학우들과 캠퍼스 낭만을 즐기려면 더 많은 돈이 필요했다. 지체할 여지 없이 곧바로 알바천국 앱을 뒤져 레스토랑 서빙 알바를 시작했고, 그것도 부족한 것 같아 동네에 전단지를 돌려 과외 아르바이트를 구했다.

다행히 입학 전까지 입학금과 등록금을 마련할 수 있었다. 예담이를 꿈꾸던 짱모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기업의 CEO가 되겠다는 다짐과 함께 (무려 직접 번 돈으로) 무사히 경영학과에 입학했다. 아, 어느 정도 돈을 모으고 입학했지만 꿈꿨던 여학우들과의 캠퍼스 낭만은 없었으며(이건 돈의 문제가 아니었다), 경영학과는 CEO가 아닌 사무행정직에 최적화되어 있단 사실을 깨달은 건 그 후의 일이다.


적금을 깨고 주식에 올인했다

막상 1학기를 다녀보니 도저히 학교 수업을 들으면서 알바를 병행하는 건 생각보다 힘들었다. 모아놓은 돈도 바닥을 보이기 시작했다. 앞으로 어떻게 학비와 생활비를 마련하면 좋을지 걱정만 늘어갔다.

그러던 어느 날. 안방에서 엄마의 비명이 들려왔다. 나는 엄마에게 일어날 수 있는 수만 가지 상황들을 상상하며 안방으로 뛰어갔다. 다행히 엄마는 멀쩡해 보였지만 나는 엄마의 시선이 꽂혀있는 휴대폰 화면 속 주식 계좌를 보고 충격받을 수밖에 없었다. 엄마의 주식이 100%의 수익률을 뽐내며 빨갛게 물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100%면 원금의 두 배다. 엄마에게 좋은 일이 일어난 건데 축하해줄 수 없었다. 배신감이었다. 이렇게 좋은 정보를 엄마만 알고 있었다니…

주식은 돈 좀 있는 어른들이나 하는 거고, 주식 잘못하면 패가망신한다는 얘기도 많이 들어서 생각도 안 하고 있었는데, 엄마의 소액 투자 성공기는 돈이 궁했던 내게 한 줄기 빛처럼 느껴졌다. 돈 냄새를 맡은 나는 눈을 반짝이며 엄마에게 자초지종을 캐물었다.

상황의 경과는 이렇다. 엄마 친구가 본인이 다니는 회사의 주식을 적극 추천하셨는데 저렇게 열심히 이야기하니 차마 안 살 수 없어 100만 원만 사놓고 있었단다. 그 후 완전히 잊고 지내다가 문득 생각나서 확인해보니 원금의 두 배가 되었다는 것이다.

나는 그 주식 아줌마가 우리 집에 놀러 오기만을 목이 빠지라 기다렸다. 그리고 마침내 그 아줌마가 우리 집을 방문했다. 평소 같으면 인사만 하고 방에 들어가 유튜브나 봤겠지만, 정보가 급했던 나는 ‘아, 진짜요~?’, ‘와! 대박이다~’ 등의 리액션을 남발하며 자연스럽게 아줌마들 사이에 끼어 앉았다. 어느덧 분위기는 무르익었고, 타이밍 좋게 아줌마에게 회사 전망을 물었다. 대답은 볼 것도 없이 장밋빛. 앞으로 두 배가 더 오를 거란다. 나는 그대로 은행에 달려가 적금을 깨고 주식에 올인해버렸다.


짱모는 예담이가 아니었다

그렇다. 짱모는 불과 6개월만에 –60%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예담이는 열두 살에 1,000만 원을 모았지만 짱모는 20살에 200만 원을 잃은 것이다. 수능이 끝난 후 꼴도 보기 싫었던 수능특강 문제집을 들고 주 4회 과외를 뛰며 번 돈을 그렇게 날려버렸다. 그래도 그 아줌마를 원망할 순 없었다. 아줌마는 적금을 넣듯이 월급의 30%를 꼬박꼬박 그 주식에 투자하셨기 때문이다. …그 뒤로 그 아줌마는 우리 집에 놀러 오지 않았다.

이렇게 스무 살 짱모의 주식 인생이 시작됐다.

바야흐로 6년 전, 짱모가 갓 스무 살이 됐을 때다. 이제 성인이 되었으니 모든 경제적 지원을 끊겠다는 부모님의 선언에 알바에 과외까지 뛰며 돈을 모으기 시작했다. 그 정도론 학비와 생활비를 감당할 수 없었던 짱모는 기어이 적금을 털어 주식 투자금으로 쓰게 되는데... 지난 6년간 험난한 주식 시장에서 치고받고 결국 살아남은 짱모가 20대의 주식 투자에 대해 전하고 싶은 이야기. 매주 목요일 푼푼에서 공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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