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에 시작한 주식 오답노트② - PUNPUN

서른에 시작한 주식 오답노트②

누구나 한 번쯤 겪었을 폭망의 역사.

서른에 시작한 주식 오답노트[2/11]
주식에 대한 편견은 그렇게 쌓인다

IMF(국제통화기금 International Monetary Fund). IMF의 자금이 한국에 들어온 1997년에 청소년기 이상의 시기를 보낸 사람들에게는 싸늘한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이름이다.  

기업들의 방만한 경영으로 국가 외화보유고가 바닥나 모자란 외환을 국제통화기구로부터 자금을 유치했다. 국가 부도 상태를 겨우 모면한 1997년 겨울은 한국 현대경제사에 가장 우울했던 시기였으며, 평범한 사람들에게 손에 꼽게 추운 겨울이었다. 이름만 대면 알만한 대기업들이 줄줄이 도산했고, 환율은 급등했다. 기업은 비용 절감이라는 명목으로 대대적인 감원을 시작했고, 신규채용은 당연히 불가능했다. 실직자와 백수가 도처에 널렸다. 누구도 내일을 기약할 수 없었던 그 시절, ‘한강의 기적’은 ‘한강의 기절’이 되어 평범한 대한민국 국민들을 무너트렸다. 그리고 우리 가족도 그렇게 함께 아스러진 평범한 소시민이었다. 

예나 지금이나 어디 내놔도 빠지지 않는 월급을 자랑하던 금융권 종사자였던 아버지는 드라마에 흔히 등장하던 ‘만년 과장’ 이었다. 중학교 때 엄마가 보여준 아빠의 급여명세서에는 300만 원 이상의 금액이 월급으로 찍혀 있었다. 90년대는 설령 고졸에 만년 과장도 월 급여 300만 원에 자녀 학자금을 대학교까지 전액 지원받던 시절이었다.

영화 <국가 부도의 날>

하지만 100년의 역사를 자랑하던 은행도 IMF의 위력 앞에는 별수 없었다. 승진이 늦었던 아버지는 명예퇴직자 명단에 들어갔고 명예퇴직으로 손에 쥔 것은 퇴직금과 위로금, 그리고 우리사주였다. 그때 처음 알았다. ‘우리사주’의 존재를. 기업은 회사의 주식을 직원들에게 나누어 주고, 기업 활동 성과가 개인의 재산 증식으로 이어지는 제도였다. 

KOSPI 지수가 무려 944.23로 호황기의 정점이었던 1994년 8월에 1만 1천만 대었던 그 은행의 주가가 IMF 구제금융 직후인 1997년 12월 KOSPI 376.31였던 것을 감안하면 주가가 5천 원이었다 해도 감지덕지였을 터. 나의 어렴풋한 기억 속 주당 가격은 1천 원이 채 안 되었다.  
 
아버지는 당신이 쥐고 있던 우리사주의 시가가 1천만 원 밖에 안된다며 더 떨어지기 전에 그거라도 팔아 현금화하시겠다고 하셨다. 가세가 기우는 와중에 집안에 현인이 있었으니, 바로 어머니. 어머니는 어차피 똥값 된 거 팔아 뭐 하냐고 그냥 두라고 하셨지만 아버지는 결국 매도하셨다. 그 은행은 매각과 합병을 거쳐 다른 은행에 매각되어 10만 원이 넘는 주가를 찍은 바 있으니, 누군가는 헐값에 그 주식을 사서 부자가 되었을 것이다.  

여보, 어차피 이미 손실이 났으니, 시집보낼 딸 결혼자금으로 남겨둡시다.

아버지는 하이닉스의 주주이기도 했다. 어머니가 “어차피 이미 손실이 났으니, 언젠가 시집보낼 딸 결혼자금으로 남겨두자” 했던 하이닉스도 날아갔고,매도 이후 하이닉스 주가도 하늘을 날고 있다. 몇 번의 실패에도 굴하지 않고 꿋꿋하게 주식 투자를 하셔서 날린 돈이 총 3억 원에 달한다 하니 가히 가족 구성원들의 인생을 바꿀 수도 있었던 선택을 하신 셈.
 
아버지는 안정지향, 새가슴 나에게 패가망신까지는 아니어도, 가족의 인생을 바꿀 수도 있는 것이 주식임을 몸소 가르쳐 주셨다. 대학에 들어가 경영학을 전공하며 투자론 시간에 접해본 모의주식투자는 그런 나의 막연한 생각을 공고히 하게 만들었다. 고민 없이 고른 아이템으로 수익률이 날 리 만무했고, “주식은 아무것도 모르는 개미들이 덤비면 안 되는 시장”으로 규정지어버렸다. 
 
아버지와 나의 실패로 나의 유전자에는 투자 유전자가 없다고 단정했다. 나의 문제는 거기에 있었다. 막연하게 단정 지었다는 것. 나의 낮은 수익률이 유전자의 실패가 아닌 정보와 공부, 노력의 부재였음을 확인하는데 꽤 긴 시간이 걸렸다. 
 
KOSPI 지수가 처음으로 2,000을 돌파하고 수많은 사람들이 주식시장과 펀드를 향해 불나방처럼 달려갈 때도 나는 꿋꿋했다. 어차피 펀드도 주식을 기반으로 한 투자 행위이니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역시 막연한)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초단타 매매로 돈을 버는 사람들이 나타나도 흔들림이 없었다. 그런 방식의 부의 축적은 내 몫이 아니었다.  

나는 왜 작년에 주식을 사지 않고 이걸 올해 다시 보고만 있을까?

주식에 다시금 눈을 돌리기 시작한 건 SNS에서 본 글 때문이었다. 어떤 분이 1년에 한 번씩 아모레퍼시픽 주가를 찾아서 올리는데 3년 연속 100만 원씩 올라가고 있었다. 100만 원에서 시작해 300만 원까지 커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멘션의 마지막 코멘트는 “나는 왜 작년에 주식을 사지 않고 이걸 올해 다시 보고만 있을까?”였다.
 
그때 ‘시간’이 눈에 들어왔다. 아버지가 포기하고 매도했던 우리사주도, 하이닉스도, 아모레퍼시픽도 쥐고 묵히면 돈이 될 수 있었다. 완전히 없어지는 회사가 아니라면 말이다. 5천 원에서 5만 원이 되는 드라마도 놀랍지만, 100만 원이 300만 원이 되는 순간은 기적처럼 보였다. 

1~2년 정도가 아니라 5년, 10년이 지나 의미가 있어지는 주식도 있다는 데까지 생각이 미치자 주식에 대한 관점이 달라졌다. 한 돈에 5만 원이던 금값이 십수 년이 지나 20만 원이 된 것처럼, ‘금’같은 주식을 찾으면 되는 것이 아닌가. 안전자산의 성격과 유사한 주식. 인플레이션을 방어할 수 있는 주식. 그거면 해볼 수 있겠다 싶었다. 
 
아버지가 27년간 몸담았던, 코스피 시장 제1호 상장기업(종목코드 000010), 대한민국 주식시장의 역사를 함께했던 100년 전통의 그 은행은 IMF를 거치면서 결국 다른 은행에 매각되었고 최종적으로 사라졌다. 그럼 무엇이 ‘안전’의 기준인 것인가 고민이 시작되었다.


FACT CHECK

주식이란? 

기업이 자금조달을 위해 회사 지분을 발행한 증권이다. 쉽게 말하자면 기업의 지분을 판매해 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증서라고 할 수 있다. 기업은 증권을 팔아 자금을 조달하고, 이렇게 조달된 자금을 통해 얻어진 수익을 주식을 보유한 사람, 즉 자본 조달에 기여한 사람들과 나누는 것이다. 

이처럼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을 ‘주주’, 주식시장에서 거래되는 주식의 가격을 ‘주가’라고 한다. 또한 주주가 보유한 주식의 비율만큼의 기업 경영의 의사결정권을 갖게 되며,이윤을 주주들과 나누는 것을 ‘배당’이라고 한다. 아무 기업이나 주식을 거래소에서 사고팔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일정한 요건을 갖춘 기업만이 주식거래를 팔 수 있으며, 이렇게 요건을 갖춘 기업이 주식시장에 진입하는 것을 ‘상장’이라 한다.

한국의 주식시장은 크게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기업들이 상장된 KOSPI(코스피) 시장과 KOSPI 시장에 상장은 어렵지만 유망한 벤처기업이나 중소기업 등의 주식을 거래하는 KOSDAQ(코스닥) 시장이 있다. 

다음은 주식과 관련하여 기본적으로 알고 있어야 하는 단어들이다. 

매수 : 주식을 사는 행위
매도 : 보유한 주식을 파는 행위
시가 : 하루를 기준으로 첫 주식거래가 시작된 금액
종가 : 주식 시장 시간(정규장)이 끝나면서 마감될 때 체결된 금액, 즉 마지막 거래 금액을 뜻함
호가 : 자신이 지닌 종목을 매도할 때, 매매 상대자를 구하기 위해 판매 가격을 미리 걸어두는 것
지정가 : 주식 매매 시 가격을 지정해 주문하는 것
시장가 : 주식 주문 시 주문이 바로 체결 가능한 가격으로 주문하는 것
체결 : 매수나 매도를 요청한 주식 주문이 완료되는 것 
미체결 : 매수나 매도 요청을 한 주식 주문이 완료되지 못한 것
시가총액(시총) : 상장 주식 주가의 총액
거래대금 : 거래된 주식 가격과 거래량을 곱한 값 

주가지수란? 

한국거래소에 상장 및 등록되어 있는 주식의 가격을 통해 전반적인 주가의 동향을 보여주는 지표이다. KOSPI 시장과 코스닥 시장은 모두 각각의 지수가 존재하며, 특정 시점을 기준으로 현재의 시장 가치를 판단하는 것이다. KOSPI는 1980년 1월 4일, 코스닥은 1996년 7월1일을 기준 시점으로 한다. KOSPI 지수를 예를 들어 설명하자면 1980년 1월 4일 이후 특정 시점의 주가지수가 1,000이었다고 한다면, 당시 주식시장의 시가총액은 1980년 1월 4일의 10배가 됨을 의미한다.

우리사주란? 

임직원에게 자사주를 취득하게 하는 제도이다. 임직원이 우리사주조합을 설립하여 자기 회사의 주식을 취득, 보유하는 것으로 근무 기간 중에는 우리사주조합에서 관리를 한다. 일반적으로 시가보다 낮은 가격에 매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일반적인 주식 거래처럼 바로 사고팔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퇴사나 주택 구매 같은 특별한 사유가 아니면 1년 이상 보유해야 한다. 


<서른에 시작한 주식 오답노트>시리즈는 매주 월요일에 업데이트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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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른에 시작한 주식 오답노트⑤
+ 서른에 시작한 주식 오답노트④
+ 서른에 시작한 주식 오답노트③
+ 서른에 시작한 주식 오답노트②
+ 서른에 시작한 주식 오답노트①

'돈'과는 거리가 먼 예술계에서 머물다 뒤늦게 '주식'에 눈을 뜬 이후, N년 째 실패와 성공을 반복 중. 미국 주식에서 만큼은 약간의 손 맛을 보는 경지에 이르렀다고 생각할 때쯤, 코로나 19가 찾아왔다. '독학공부'로 갖은 시행착오를 겪은 덕에, 하락장에서도 '주식은 떨어졌지만 글감은 늘었네요.'라고 말할 줄 아는 강한 멘탈의 소유자가 됐다. 꼼꼼한 투자 기록의 결과, 오답노트는 줄이고 정답노트의 비중을 늘려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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