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에 시작한 주식 오답노트⑪ - PUNPUN

서른에 시작한 주식 오답노트⑪

이것만은 꼭! Do & Don't

서른에 시작한 주식 오답노트[11/11]
공부를 하기로 결심했다(3)

한때 취미로 했던 것 중 하나는 사진 촬영. 정확히는 사진 촬영을 핑계로 카메라 사기였다. 남들이 많이 사는 흔템을 지양 했던 나는, 일부러 남들이 잘 모를법한 작고 특이한 카메라를 하나씩 사 모으기 시작했다. 내가 ‘카메라를 팔까?’ 고민할 때 동호회 사람들이 해준 말이 있다. 

“아서라. 기추(기기추가)는 있어도 기변(기기변경)은 없다” 

그랬다. 나는 카메라를 거의 팔아본 적이 없다. 딱 한 번 팔아봤다. 비록 보디는 살짝 사용감이 있지만, 그 정도 퀄리티의 렌즈를 그 정도 가격에 구할 수가 없다는 걸 깨닫는데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랬다. 판 것을 후회했다. 카메라 한 대를 사기 위해 얼마나 열심히 책을 뒤지고 공부했던가. 카메라의 원리가 무엇인지, 어떤 절차를 거쳐 카메라는 상을 인식하고 필름에 흔적을 남기는지. 카메라의 구조를 이해하고 나서 어떤 카메라들이 있는지 살폈을 정도였다. 제조사와 제조사별 라인업, 라인업별로 크기, 무게를 비교하고 기능적인 장단점을 확인했다.

내 컬렉션의 기준은 가장 작은 카메라였다. 필름 SLR 중 가장 작은 모델인 미놀타 MX로 대상을 정하고, 어떤 부분의 흠집을 유심히 봐야 하는지, 어디까지는 용납할 수 있는 흠집이고, 어디는 절대 그냥 넘어가서는 안 되는 결함인지 꼼꼼하게 공부했다. 그리고 우연히 황학동 벼룩시장에서 내가 원하는 컨디션과 가격의 카메라를 발견하고 네고 없이 바로 구매했다. 빛이 새어 들어가는 것을 막아주는 스펀지 교체 말고는 특별히 손댈 것이 없는 보디와 영롱하다고 느낄 정도도 깔끔한 렌즈의 조합을 만난 것이다. 

그렇게 구입한 카메라를 팔고나서 한참이 지나서야 내가 그 카메라를 얼마나 신중하게 골랐고, 또 얼마나 거침없이 샀는지 또렷이 기억났다. 비록 중고 필름 카메라에 대한 수요도 예전 같지 않고, 중고 상품은 감가상각으로 무조건 가치가 떨어져야 맞건만 내가 사려고 마음먹은 모델들은 하나같이 가격이 내려가지 않았다. 카메라에 대한 흥미가 떨어진 요즘도 가끔 생각한다. ‘그때 그 카메라를 팔지 말았어야 해. 그렇게 완벽하게 깔끔한 렌즈를 그 가격에 살 수가 없어…’

그렇다. 신중하게 고민하고, 공부해서 진짜 가치 있는 주식 하나를 사고, 그것을 길게 보유하는 것. 그것이 나와 잘 맞는 투자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주식은 그게 쉽지 않다. 끊임없이 새로운 정보가 들어오고 마음은 흔들리는 갈대가 된다. 

주식과 부동산 부자들에 관련된 책을 읽어보다 보니 결론은 하나였다

최대한 저가에 사고, 팔지 않는다. 그 사업 분야의 가능성이 제로에 수렴하고 있다고 판단하지 않는 한, 팔지 않는다. 돈이 생길 때마다 조금씩 삼성전자 주식을 매수해 은퇴를 앞두고 2만 5천 주의 삼성전자 주식을 보유하셨다는 그분도, 세계적인 투자자 워런 버핏도, 1944년에 매수한 주식을 55년간 단 한 번도 매도하지 않고 백만장자가 된 얜 셰이버도 모두 신중하게 매수하고 장기간 보유했다. 그리고 인플레이션에 수익이 더해졌다. 

지금까지의 매수는 충동적이었고, 돈이 필요하면 매도했다. 그런데 모든 것이 아이가 태어나고 변했다. 이제는 내가 살아갈 세상이 아닌, 아이가 살아갈 세상까지 머릿속에 넣어야 했다. 단기에 목돈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장기적으로 보유하고 이후에 변화할 세상에 대해 끊임없이 시뮬레이션해 봐야 한다. 최대한의 상상력을 동원해 그림을 그리고 그 그림에 체계를 갖춘 논리적인 색을 칠하는 것이 주식투자여야 한다. 

아이가 태어나고 친척분들이 이래저래 주신 용돈들을 알뜰히 모아두니 이래저래 돈이 좀 됐다. 좀 발 빠르게 움직여 아이 이름으로 주식계좌를 샀어야 했는데 육아로 힘들다는 핑계로 한참 늦게 통장을 개설했고 그 와중에 다시 오르고 있는 삼성전자 우선주를 매수했다. 만 0세의 아이에게 선물로 주는 돈으로는 우량주가 적절하다 생각했다. 성장 가능성이 있는 다른 주식을 사 주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남편의 말에 잠시 고민했지만, 부자들이 자식들에게 사주는 1순위가 삼성전자라는 말에 나는 내 자식마저 동학개미로 만들어버렸다. 

나의 투자는 여전히 진행형이고, 나 또한 성공했다 말하기 어려운 상태이지만 몇 가지, 최소한의 투자 원칙들은 꼭 지키고 있다

빚내서 투자해서는 안 된다

빚을 내서 하는 주식투자는 투자가 아니라 도박이다. 도박은 중독성이 커서 한번 시작하면 패가망신하기 전까지는 끊을 수 없다. 

신문 하나 정도는 구독해서 보자

경영학과를 졸업한 나 역시 신문의 경제면을 검색 없이 한 번에 술술 읽는 것은 어렵다. 학교에서 배우는 것은 그저 기초적인 소양일 뿐. 리얼월드는 언제나 더 다이내믹하고 복잡하다. 한 2년 정도만 어떤 신문이든 경제면만이라도 구독해서 읽어보자. 온라인으로 보다 보면 설렁설렁 넘기기 쉽다. 모든 신문은 중학교 2학년 정도 수준의 지적능력을 가진 사람이 이해하기 좋은 수준의 언어를 구사하는 것을 기준으로 한다. 기사의 중간에는 반드시 기사의 주요 토픽에 대한 정의나 의미들이 포함된다. 처음부터 신문을 정독하는 것은 어렵다. 경제나 정치면은 그저 단어 자체가 어려울 뿐이다. 첫 시작은 헤드라인이다. 헤드라인만 쭉 훑어보고 그 중 궁금한 기사가 있다면 그 기사만 따로 찬찬히 읽어보자. 모르는 단어는 검색하다 보면 이해가 쌓이기 시작하는 수난이 온다. 경제용어에 대한 거부감이나 거리감을 줄여야 공부가 좀 더 쉬워진다. 

공부하자. 공부해서 남 주면 돈도 주는 세상이다

이 콘텐츠를 읽는 사람들은 이제 재테크를 처음으로 접하는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나이가 마흔에 들어선 나도 재테크는 여전히 새롭고 어려운 세계이다. 그럴수록 눈을 뜨고, 귀를 열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확인해야 한다. 내가 손에 쥔 돈은 최소 주 40시간 이상, 내가 눈뜨고 누군가를 위해 몸과 마음을 혹사해가며 힘들게 번 것이다. 그 돈을 허망하게 날리지 않으려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고, 투자할 기업이 어떤 사업을 하는 기업인지는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 기본적인 정보들은 누구나 공평하게 접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주어진 정보를 어떻게 해석하고 이해하느냐다. 해석을 위한 공부. 우리에겐 그게 필요하다. 언제까지 감으로만 투자할 것인가. 

모든 투자에는 비용과 세금이 따라다닌다

그 어떤 투자도 실물세계와 동떨어진 투자란 있을 수 없다. 돈과 관련한 모든 요소는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고, 모든 거래행위에는 법적 책임이 따라다니며, 비용과 세금은 무조건 발생한다. ‘내가 고생해서 번 돈을 왜 뜯어가냐’고 말하지 말고, 합리적이고 합법적인 비용 최소화 방법을 늘 염두에 둬야 한다. 기업의 당기순수익은 법인세를 제한 후 금액이다. 나의 재테크 역시 세금과 관련 비용을 제외한 비용이 진짜 수익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주식은 거래세와 매매수수료, 양도소득세 등의 비용과 세금이 발생한다. 

개미가아는 ‘비밀’은 비밀이 아니다 

주식시장은 외국인 투자자, 기관 투자자, 투자 전문가, 개미 등으로 구성된다. 주식 가격을 결정하는 중요한 정보들은 큰돈과 함께 움직인다고 생각하면 된다. 혹여라도 누군가가 ‘이건 비밀인데’로 시작하는 정보(일명 소스)를 흘린다면 그것은 더이상 비밀이 아니다. 우리 같은 개미 투자자들이 아는 비밀은 비밀이 아니다. 부화뇌동하지 말자. 내가 아는 정보라면 이미 더 큰 돈을 쥐고 움직이는 사람들 사이에 먼저 돌고 난 후에 떨어지는 정보다. 그것이 진짜 돈이 되는 정보라고 생각하지 마라. 


그동안 <서른에 시작한 주식 오답노트>시리즈와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시리즈 보기
+ 서른에 시작한 주식 오답노트⑩
+ 서른에 시작한 주식 오답노트⑨
+ 서른에 시작한 주식 오답노트⑧
+ 서른에 시작한 주식 오답노트⑦
+ 서른에 시작한 주식 오답노트⑥
+ 서른에 시작한 주식 오답노트⑤
+ 서른에 시작한 주식 오답노트④
+ 서른에 시작한 주식 오답노트③
+ 서른에 시작한 주식 오답노트②
+ 서른에 시작한 주식 오답노트①

'돈'과는 거리가 먼 예술계에서 머물다 뒤늦게 '주식'에 눈을 뜬 이후, N년 째 실패와 성공을 반복 중. 미국 주식에서 만큼은 약간의 손 맛을 보는 경지에 이르렀다고 생각할 때쯤, 코로나 19가 찾아왔다. '독학공부'로 갖은 시행착오를 겪은 덕에, 하락장에서도 '주식은 떨어졌지만 글감은 늘었네요.'라고 말할 줄 아는 강한 멘탈의 소유자가 됐다. 꼼꼼한 투자 기록의 결과, 오답노트는 줄이고 정답노트의 비중을 늘려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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