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에 시작한 주식 오답노트⑨ - PUNPUN

서른에 시작한 주식 오답노트⑨

기업의 어제와 오늘을 보는 눈, 재무제표를 공부했다

서른에 시작한 주식 오답노트[9/11]
공부를 하기로 결심했다(1)

막연한 감과 촉으로만 주식을 사는 건 장기적으로 적절하지 않았다. 어쩌다 한번 재미 삼아 사보는 게 아닌 바에야, 적지 않은 자금이 들어가기 시작한 지금에는 이제 공부라는 걸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 주식을 시작할 때는 ‘촉’이 좋은 사람이 주식을 잘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내가 넷플릭스를 샀고 수익을 냈던 건 ‘비가 오면 우산이 잘 팔리겠다’ 정도 수준이었다. 한두 번은 괜찮을 수 있어도 길게는 무리다. 종목에 대해 공부를 해야 하고, 공부를 통해 어떤 기업이 우수한 실적을 보이는가 연구해야 한다. 기업의 어제와 오늘을 알아야 옥석을 가릴 수 있다.

기업 정보 기업 가치의 기본은 재무제표에서 시작한다.

기업이 굴러가는 곳곳에 혈관처럼 박혀있는 자금의 흐름을 보여주는 자료들. 그것이 바로 재무제표이다. 기본적으로 주식시장에 상장될 정도의 규모를 갖춘 기업이라면 홈페이지에 재정정보들이 다 노출되어있다. 굳이 성실하게 홈페이지까지 들어가지 않아도 포털사이트들에서 기업명을 검색하면 주식과 관련한 정보가 떠 있고, 그 안에 기업의 재무제표를 볼 수 있는 페이지가 다 있었다.

나는 동학개미답게 삼성전자를 검색했고, 내가 왜 그동안 이걸 찾아보지 않았는지 깨달았다. 나름 투자론, 파생상품 수업을 듣긴 들으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던 이유는 중요한 단어들은 일반적으로 잘 사용하지 않는 한자어 아니면 영어 약자로 되어있고, 한자어들은 회계 용어에 기반한다. 회계의 로직을 이해하기도 벅찼던 스무 살은 투자 관련 각종 용어까지 한꺼번에 이해하기란 무리였다. 대체 난 왜 경영학과를 갔는지 지금도 잘 이해되지 않는다. 저런 용어들도 너무 다 낯설고 먼 나라 이야기였고 사실 지금도 대부분은 그렇다. 다만 사회생활을 어느 정도 한 이후에야 재무제표가 어떤 의미의 표인지 조금씩 이해하기 시작했다.

일단 회계가 무엇인지 이해할 필요가 있다. 회계란 기업의 가계부를 작성하는 것이다. 흔히 가계부는 어디에 언제 얼마를 썼는지 기록하는 것으로 생각하기 쉬운데, 사용한 돈의 용처, 규모, 빈도, 시기 등은 분석을 하기 위한 가장 기본 자료라고 보면 된다. 가계부의 진짜 목적은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언제 얼마가 들어오는지, 들어온 돈은 월세, 식비, 통신비, 운동, 교통비, 취미활동비 등등의 항목으로 분류하고 그것을 적절한 시기에 문제 되지 않게 지출하고 최대한 많은 저축을 하기 위해 작성하는 것이다.

이 상황을 기업 회계에 대입해서 생각해보자. 기업은 돈을 들여서 물건(혹은 서비스)을 만들어낸다. 더욱 효율적인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설비 투자도 하고, 연구개발 활동도 꾸준히 한다. 그렇게 만들어낸 상품을 유통채널을 통해 판매하고 벌어들이는 수익은 이미 지출한 비용과 관련 세금을 제하고 회사의 진짜 수익으로 귀속시킨다. 그와 관련해 사용 혹은 적립되는 금액과 항목들을 매일매일 기록하고, 그 1년 치 기록을 모아서 재무제표를 만드는 것이다.

혹 뱅크샐러드나 브로콜리 같은 서비스를 사용한 적이 있다면 알 수 있을 것이다. 한 달 치 예산을 설정하고, 그 예산에 맞게 사용했는지 확인할 수도 있고, 이미 지출한 내용을 카테고리별로 모아 어디에 얼마나 지출했는지 볼 수도 있다. 그걸 보며 비정상적인 지출은 없는지 검토하고, 그런 지출이 합당한 지출이었는지 생각해보는 그런 리뷰의 과정을 거치는 것이다. 꾸준히 저축이나 투자금액을 늘려나가면서 자본의 건전성을 유지하는 것이 가계부 앱의 핵심이다.

재무제표를 검토하는 과정은 연말정산과 매우 흡사하다.

연말정산에서는 명목 소득인 연봉이 잡히고, 1년간 한 사람이 살아가는데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는 각종 경비들을 공제하고 남은 소득을 실질 소득이라고 판단한다. 실질소득 규모에 따라 세율을 정하고 소득세를 거둬가는 것이 연말정산이다.

기업의 재무제표를 보는 것은 연말정산하고 나면 받을 수 있는 원천징수 영수증과 비슷한 방식이다. 기업의 영업활동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면 거기서 비용을 제하고 남은 돈이 이익이다. 손익계산서는 매우 복잡해 보이지만 총계와 소계만 구분할 줄 알면 누구나 읽을 수 있다. 이 사실을 학생 때 제대로 이해했다면 회계과목이 올 C로 남는 비극은 없었을 텐데.

삼성전자의 재무제표를 기준으로 살펴보자.

삼성전자 재무제표

복잡해 보이지만 심플하게 빨간 상자만 따라가 보면, 매출 총액에서 실제 생산에 들어간 비용인 매출원가를 빼면 매출총이익이 나온다. 말하자면 매출총이익은 기업의 실수령 소득인 셈이다. 매출총이익에서 판매비와 관리비 등 영업활동에 직결되는 돈을 빼고 남은 돈은 영업이익이라고 부른다. 여기서 보험료, 이자비용, 기타 영업외 비용 등을 계산하고 마지막으로 세금(법인세)까지 다 공제하고 나면 당기순이익이 나온다.

매출액이라는 연봉에서 매출원가를 비롯한 각종 비용을 제하고 남은 수익에 맞는 법인세율을 곱해 법인세 비용을 산출하고 나면 그제야 비로소 실질 소득인 당기순이익이 나오는 것이다.

그렇다. 주식을 하기 위해서는 저 고루하고 피곤한 띄어쓰기도 잘 안 하는 듯한 단어들을 다시 익혀야 한다. 그럼 손익계산서가 왜 중요한지 생각해보면 누구나 돈은 많이 벌고, 비용은 적게 써서 더 큰 이익을 남기고 싶어 한다. 경영활동은 더 큰 당기순이익을 위해 굴러가지만 때로는 연구개발비를 투자해야 할 수도 있고, 때로는 설비투자를 해야 할 수도 있다. 올해는 발생하지만, 내년에는 발생하지 않을 비용이나 수익도 있을 수 있다. 기업의 재무제표는 1년을 보여주는 지표일 뿐, 기업의 전부를 속속들이 설명하는 지표는 아니다.

기업에 얼마나 부채가 있는지, 얼마의 소득이 있는지도 중요하지만, 그 소득과 부채가 어떻게 형성되었고, 그것이 기업의 이후 영업활동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 것인가를 아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코로나 백신을 위해 연구개발비용을 대폭 늘려 그로 인해 당기순이익이 파격적으로 줄었다고 해서 그 회사의 실적이 무조건 나쁘다고만 할 수는 없다는 뜻이다.

궁금한 기업이 있다면 재무제표를 검토하는 것이 기본 중의 기본일 것이다. 하지만 그건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다. 그리고 손익계산서는 재정상황을 검토하는 시작이지 끝은 아니다. 재무제표 3종 세트 중 하나인 재무상태표나 현금흐름표, 자본변동표 등 기업의 자금 흐름을 이해하는데 필수적인 요소들은 이외에도 많다.

주가의 적정성을 보여주는 PBR(주가순자산비율/Price Book-value Ratio), EPS(주당순이익/ Earning Per Share), PER(주가수익비율/Price earning ratio), PBR(주가순자산비율/Price on Book-Value Ratio) 같은 지표들은 손익계산서, 재무상태표 등을 이해하고 읽는다는 전제하에 유의미하다.

이런 내용을 우리가 일일이 다 계산하기는 어렵지만 최소한 이런 정보들을 한 번에 볼 수있는 사이트라도 둘러보는 시도는 필요하다. 그러기에 가장 접근성이 높은 채널은 역시 네이버 증권. 기업 정보, 애널리스트들의 평가, 시세, 공시 등 주식과 관련한 모든 기업정보가 총망라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렵고 복잡한 단어들이 너무 많아서 하나하나 검색해가면서 보아야 하지만, 그렇게 스스로 쌓아가지 않으면 공부가 되기 어려운 사람이라 그냥 천천히 살펴보기로 했다. 그동안 무시했던 수많은 정보가 한꺼번에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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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른에 시작한 주식 오답노트①

'돈'과는 거리가 먼 예술계에서 머물다 뒤늦게 '주식'에 눈을 뜬 이후, N년 째 실패와 성공을 반복 중. 미국 주식에서 만큼은 약간의 손 맛을 보는 경지에 이르렀다고 생각할 때쯤, 코로나 19가 찾아왔다. '독학공부'로 갖은 시행착오를 겪은 덕에, 하락장에서도 '주식은 떨어졌지만 글감은 늘었네요.'라고 말할 줄 아는 강한 멘탈의 소유자가 됐다. 꼼꼼한 투자 기록의 결과, 오답노트는 줄이고 정답노트의 비중을 늘려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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