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에 시작한 주식 오답노트⑦ - PUNPUN

서른에 시작한 주식 오답노트⑦

주식은 흔들리는 갈대.

서른에 시작한 주식 오답노트[7/11]
코로나19가 쏘아올린 큰 공

2020년 상반기 대한민국, 아니 세계를 흔든 최고의 이슈는 코로나19. 메르스, 사스도 겪어낸 우리나라이건만 김치도 마늘도 원도 한도 없이 먹고 있는 우리이건만, 신종바이러스 앞에서는 모든 것이 멈춰버렸다. 딱 하나. 주식시장만 빼고. 코로나바이러스가 미국을 잡아먹으면 주식시장은 멈추는 게 아니라 곤두박질칠 게 자명한 시점에서 생각했다.

지금이다. 지금이 미루고 미뤄왔던 삼성전자 주식을 매수할 때다.

수중에 마지막 현금을 쥐고 있었다. 무슨 생각인지 저 돈은 현금으로 쥐고 있겠다고 생각했었다. 지난해 삼성전자 보통주가 5만 원 언저리로 훅 떨어지는 걸 보면서 ‘저걸 지금 사야 하는데’라고 생각만 했지 사지 못했다. 특별한 이유도 없이 말이다.

아이가 태어나고 쓸데없이 생각 많은 엄마는 “아이에게 만 1세가 되기 전에 1천만 원을 증여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세전 금리 2%짜리 정기예금보다는 차라리 배당도 있고 주가 상승도 기대할 수 있는 삼성전자 주식을 사주는 것이 유일한 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해 주당 배당액에 내가 살 수 있는 주식 수를 곱해보았다. 당연히 시중 금리보다 훌륭한 결과였다.

코로나로 미국은 아스러질 게 자명했다. 지금까지 본 미국은 강한 나라이지만, 그 개개인은 생각보다 무식하다. 분명히 미국 주식은 멈출 것이고, 우리나라 주식도 같이 흔들릴 게 자명했다. 이런 식의 대형악재 앞에서는 삼성전자 아니라 삼성전자 할아버지도 소용없다.

물론 방역, 예방, 치료, 보안 등등 관련 테마주들은 상승할 수 있겠지만 나같이 꾸준히 공부하지 않는 사람이 어떤 기업이 지금의 이 상황에 최적화된 기업인지 판단하기는 어렵다. 지금 당장은 코로나19의 영향력이 어느 분야에 어떤 식으로 확산할지 예측을 못 하는 나 같은 미물이 할 수 있는 선택은 모두가 떨어질 때 매수하는 것뿐이다.

분명 언젠간 회복한다는 확신은 있었다. 대한민국은 IMF도 빠르게 이겨냈다. 서브프라임 사태도 시간은 걸렸으나 극복해냈다. 주식시장은 살아 숨 쉬는 생물과 같아서 외부 요소에 매우 민감하다. 호재에 한걸음 올라가면 악재에는 뛰어 내려간다. 이런 식의 매수에서 중요한 것은 그 느린 걸음을 기다릴 배포와 여유뿐이다.

2019년 상반기 삼성전자 우선주는 3만 원대였다. 보통주도 5만 원 언더였다. 어느 부자 아저씨가 그랬다. 삼성전자(보통주)는 5만 원 미만이면 한주라도 무조건 매수해두는 거라고. 그랬던 삼전 우선주의 주가가 5만 원을 넘긴 걸 보면서 땅을 쳤던 나다. 지금이 그나마 수익 극대화를 꾀할 수 있는 시점이었다.

예상대로 미국 시장은 흔들렸다. 2월 20일 언저리부터 다우지수가 무섭게 떨어지기 시작했고 원달러 환율은 무섭게 올라갔다. 블랙먼데이가 올 것이라며 난리가 났다. 2월 24일이 되자 한국 주식 시황판에는 온통 파란불이 켜졌다. 나는 내 마지막 가용 자금을 다 털어 주식을 샀다. 이번 매수의 목적은 아이에게 언젠가 증여해주는 것이므로 배당이 높고 상대적으로 주가가 저렴한 우선주를 선택했다. 5만 원을 넘겼던 삼성전자의 주가는 4만 원대로 떨어졌고, 48,950원에 매수를 했다.

똥손도 똥손도 이런 똥손이 없다.

여기서 내가 간과한 것이 한 가지가 있었으니, 코로나 19가 생각보다 장기화됐고, 주가는 내가 예상했던 것 보다 훨씬 더 많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5만 원에서 4만 원대만 해도 괜찮은 가격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뚜껑을 여니 그 여파가 근 한 달이 이어지는 것이다. 36,000원대에 매수할 수 있는 주식을 난 48,950원에 매수한 것이다. 어쩌면 더 떨어질 수도 있었을 것이다. ‘동학 개미’들의 활약으로 이 정도 선에서 멈춘 것이다. 손실이 대략 70만 원. 차라리 곧 생길 목돈으로 추가매수 해서 수익률이라도 높여야 하나 고민하고 있을 정도. 한 달 동안 몇 번의 사이드카가 발동되었지만 이미 손실이 나기 시작한 나에게는 강 건너 불구경이었다. 지금 뺄 수는 없었다.

난 이미 초고가로 아마존 주식을 매수 한 바 있다. 코로나 발 화살은 아마존 주가도 탈탈 털어내고 있었다. 차라리 삼성전자가 아니라 아마존을 샀어야 했다. 2천 달러 가까운 주가가 최저 1,700달러대까지 떨어졌다. 만약 현금을 쥐고 있었다면 이걸 샀으면 지금 2,300달러까지 회복한 건강한 아마존에 박수를 보내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주당 600달러 정도의 시세 차액이면 충분히 환율을 커버하고도 남았을 것이다.

현재 시점으로 약 28% 정도의 수익률을 보인 아마존은 코로나19의 수혜주이다. 아마존은 대량 해고 사태로 비상인 미국에서 손에 꼽게 고용을 창출하고 있는 회사 중 하나다. 심지어 고용인원도 많다.

코로나19는 치료, 방역 등의 1차원적인 영역 외에도 비접촉, 비대면 방식과 관련한 서비스를 하는 회사의 매출에도 직접적인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출장도, 미팅도, 출근과 등교 모든 것이 멈췄지만 사람들은 돈을 벌어야 하고 공부를 해야 하고 먹고 살아야 한다. 비대면과 관련한 주식들은 오히려 주가가 크게 오르고 있다. 화상회의 프로그램인 MS Team을 가지고 있는 MS와 화상회의 서비스를 주력사업으로 하는 스타트업 ZOOM, 온라인 쇼핑의 본산 아마존, 집에서 할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 서비스인 넷플릭스, 각종 문화예술 콘텐츠가 풀리고 있는 유튜브를 가진 구글 등이 대표적인 수혜주다. 재택근무 시대에 클라우드 서비스 및 관련 각종 보안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도 역시 수혜주일 것이다. 또한 기업 내부 조직원 간 커뮤니케이션 툴인 슬랙도 꽤 주목받고 있다.

넷플릭스나 아마존은 3월 16일을 기점으로 최저점을 찍고 반등해 코로나19 이전 시점보다 더 높은 주가를 기록하고 있고, 화상회의 소프트웨어로 주목받은 줌비디오커뮤니케이션의 주가는 큰 기업들이 훅훅 나가떨어지는 시점에도 과한 하락 없이 꾸준히 상승 중이다.

ZOOM이 핫해지자 재미있는 해프닝도 생겼다. 주식 거래를 할 때는 ‘티커(일종의 기업명 약어)’로 종목을 표기하는데, 화상회의 서비스로 핫해진 ZOOM의 티커는 ZM이지만, 중국에는 티커를 ZOOM으로 하는 기업이 따로 있었던 것. 급한 마음에 ZOOM을 검색한 투자자들에 의해 일시적으로 주가가 폭등했다고 한다.

다시 이야기하지만, 이 글은 절대절대 주식투자 성공기가 아니다. 내 투자는 파급효과에 대한 고민이 얕고, 뒷북이다. 큰맘 먹고 들어간 삼성전자 매수도 망했고, 그 돈을 차라리 아마존 주가매수에 썼다면 더 큰 수익을 볼 수도 있었다. 내 일상에 영향을 어떻게 미치는지 심도 깊은 고민과 리서치가 있었다면 분명 다른 것들이 보였을 텐데 그렇지 못했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내가 배운 것이 하나 있다면 그것은 세상은 언제든 다이나믹하게 변할 수 있고, 이미 세상은 놀랍게 변했다는 것이다. 아프면 쉬고, 멀면 통신으로 만나는 것이 당연해졌다. 세상의 중심이 제조업에서 ‘망’위의 세계로 이동했다는 것을 머리만이 아닌, 몸으로 느끼게 된 것이 이번 코로나19가 쏘아 올린 가장 큰 공일 것이다.

하지만 세상에 필요 없는 것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제조업 일체를 중국으로 넘겨버리고 청정한 공기를 만끽하며 살던 일명 선진국들은 세계의 굴뚝이 멈추면서 같이 바보가 되었고, 그래도 제조업을 안고 가던 작은 나라 한국은 그 힘으로 위기를 이겨냈다.

기업 혹은 국가가 가진 진짜 힘은 위기 속에서 빛난다. 나는 나의 위기에 대응할 힘이 무엇인가 고민해보게 되는 요즘이다.


FACT CHECK

테마주

어떤 새로운 사건이나 이슈가 발생해 주식시장에 영향을 줄 때, 그 현상을 따라 움직이는 종목을 테마주라고 한다. 계절적인 요소로 테마주를 나누기도 한다. 여름에는 에어컨이나 빙과류 제조사들이, 황사나 미세먼지가 심각해지면 마스크나 공기청정제 제조사가 테마주가 될 수 있다. 전 국민이 이동을 하는 명절에는 수송 관련 주식들이, 5G 서비스가 확장되는 시기에는 관련 설비 제조 및 망 설치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들이 테마주로 분류되기도 했다.

테마주라는 말이 제일 자주 등장하는 시즌은 바로 선거철이다. 대통령선거와 같이 큰 이해관계가 물려있는 시기에는 어느 후보가 우세한지에 따라 해당 후보와 친분이 많은 기업의 주가가 이유 없이 오르기도 한다.

테마주로 묶였다고 해서 반드시 손익이 유사한 패턴으로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영화 ‘기생충’이 칸 영화제와 아카데미 영화제에서 작품상을 받았을 때 일시적으로 제작사인 바른손이앤에이의 주가는 올랐지만, 투자배급사인 CJ E&M의 주식은 큰 변동이 없었다. 바른손이앤에이는 영화 제작이 메인 비즈니스모델이지만 CJ E&M은 영화 외에도 다양한 장르의 사업을 진행하고 있어서 영화 한 편의 성공이 기업의 성장에 드라마틱한 변화를 주지는 않았다고 주식시장은 판단한 듯하다.

사이드카와 서킷 브레이커

사이드카는 선물가격이 전일 종가 대비 5% 이상 변동(등락)한 시세가 1분가 지속될 경우 주식시장의 프로그램 매매(사람이 직접 하는 거래가 아닌, 프로그램을 통해 자동 주문되는 매매) 호가가 5분간 효력이 정지되는 조치이다. 이보다 더 강력한 조치는 서킷브레이커다. 주가가 일정 범위 이상 급락하거나 급등할 경우 주식매매 거래행위를 일시적으로 정지시키는 제도이다. 쉽게 말해 사이드카는 거래가 과열된 상황이 확인될 경우 잠시 두꺼비집을 내려 열기를 잠시 식히는 것이고, 서킷브레이커는 아예 아무도 거래하지 못하게 잠시 시장을 닫아두는 것이다.

여기서 등장하는 ‘선물’은 어버이날에 부모님께 드리는 선물(GIFT) 아니라 선매매, 후물건 인수/인도의 거래방식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말하자면 시골에서 흔히 벌어지는 ‘밭떼기’ 같은 것이다. 무나 배추와 같은 농작물을 실제 수확하고 사용해야 하는 김장철이 되기 전에 미리 가격을 정하고 매매 계약을 하는 것이다. 만약 인수 시점에서 예상보다 가격이 오르면 유통업자가 이득을 보고, 예상보다 가격이 낮아지면 생산자가 이득을 보는 구조다. 인수 시점의 가격을 사전에 얼만 정확하게 예측하는가가 관건인 거래이다. 매매가 현물시장에 실시간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두 가지 조치의 공통점은 가격의 급등/급락 시기에 거래를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차이점은 사이드카는 선물시장의 급격한 변화가 현물시장에 영향을 미치기 전에 예방하는 성격이 짙다면, 서킷브레이커는 증시가 급변할 때 사후적 조치이며, 사이드카보다 서킷브레이커가 더 강력한 조치라는 것이다.

블랙먼데이

월요일 증시가 대폭락을 맞이할 경우를 ‘블랙먼데이(Black Monday)’라고 부른다. 1987년 10월 19일 매도 주문이 급증하면서 하루 동안 22.6%가 폭락했는데, 당시 월요일이었기 때문에 이를 두고 ‘블랙먼데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1929년 대공황 때 뉴욕 증시가 12.6%가 하락하면서 처음으로 블랙먼데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서른에 시작한 주식 오답노트>시리즈는 매주 월요일에 업데이트됩니다.

시리즈 보기
+ 서른에 시작한 주식 오답노트⑥
+ 서른에 시작한 주식 오답노트⑤
+ 서른에 시작한 주식 오답노트④
+ 서른에 시작한 주식 오답노트③
+ 서른에 시작한 주식 오답노트②
+ 서른에 시작한 주식 오답노트①

'돈'과는 거리가 먼 예술계에서 머물다 뒤늦게 '주식'에 눈을 뜬 이후, N년 째 실패와 성공을 반복 중. 미국 주식에서 만큼은 약간의 손 맛을 보는 경지에 이르렀다고 생각할 때쯤, 코로나 19가 찾아왔다. '독학공부'로 갖은 시행착오를 겪은 덕에, 하락장에서도 '주식은 떨어졌지만 글감은 늘었네요.'라고 말할 줄 아는 강한 멘탈의 소유자가 됐다. 꼼꼼한 투자 기록의 결과, 오답노트는 줄이고 정답노트의 비중을 늘려가는 중이다.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