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에 시작한 주식 오답노트④ - PUNPUN

서른에 시작한 주식 오답노트④

첫 매수부터 매도까지.

서른에 시작한 주식 오답노트[4/11]
수익률 내 맘 같지 않다

사실 펀드가 한참 유행할 때, 다른 왠지 어려워 손 못 대고 유일하게 한번 해본 게 ‘인덱스 펀드’였다. KOSPI 지수를 지표로 하는 펀드라고 이해했다. 돈을 넣었고 나는 매일매일 KOPI가 올랐는지 떨어졌는지를 확인하고 있었다. 그리고 1년도 체 되지 않아 정리해버렸다. MMF도 해본 적이었었다. 목돈을 지긋이 넣어주면 은행 이자보다 낫다는 말에 시작했던 것이었다. 얼마 안되는 그 목돈은 역시 여행을 위해 해지했고, 수익은 매우 미미했다. 

그렇다. 나는 투자라는 것이 가진 위험을 안고 갈 멘탈이 없었다.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이라는 말이 가진 의미를 너무 잘 알았다. 당시의 나의 상황과 맞지 않는 투자 방법이었다. 나는 돈이 없었고, 1만 원만 사라져도 바들바들 떠는 상태였다. 손실 그 자체를 거부하는 사람이었기에 가장 보수적인 선택을 한 것이 ‘인덱스 펀드’였지만 요동치는 주식시장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간이 쪼그라드는 새가슴에게 그 정도 서스펜스는 어불성설이었다. 

그랬던 내가 주식을 시작했다. 

설렜다. 그렇게 애닳아했던 에르메스 백을 이렇게 갖게 되다니. 하지만 난 잊고 있었다. 내가 얼마나 리스크에 민감한 인간인지. 복기해보자. 나는 트위터를 통해서 아모레퍼시픽 주가가 매년 100만 원씩 늘어났다는 사실 하나로 저 주식을 갖고 싶어 했다. 그리고 액면분할을 통해 접근성이 높아진 아모레퍼시픽 주식을 구매했다. 그 말은 나는 그 회사의 그 어떤 정보도 고려하지 않고 주식을 매입했다는 뜻이다. 회사의 실적, 비전, 목표, 현황 그 어느 것도 알아보지 않고 정한 결정, 무지의 소산에 확신이 있을 리 없다. 나는 쓸데없이 시세를 수시로 검색하고 있었다. 장기로 가자 마음먹고 구매한 주식인데 말이다. 

2017년 3월 27만 7천 원에 매수한 아모레퍼시픽 주식은 딱 1년 만에 30만 5천 원에 매도할 수 있었다. 수익률만 생각하면 10% 정도 수준은 된 셈이다. 아무리 금리를 높이 찾아도 1년 정기예금 금리로 10%는 어불성설이었다. 하지만 난 1년이 참 길었다. 매일같이 주가의 변화를 확인하고 또 했다. 하지만 100만 원이 300만 원이 되는 마술을 기대했던 나는 만족하지 않았다. 욕심이었다.  

액면분할을 한 직후의 아모레퍼시픽은 액면분할 전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당시 정권에서 ‘사드’를 국내에 배치하겠다고 했고, 중국 정부는 한국과 관련한 각종 사업에 태클을 걸기 시작했다. 내가 아모레퍼시픽 주식을 매입한 시기는 사드로 인해 한참 민감했던 시점이었다. 정권은 바뀌었지만, 사드에 대한 대응은 미진했던 그런 시기였다. 그리고 아모레퍼시픽이 핫했던 이유 중 하나는 중국 매출이 남달랐기 때문이었다. 아모레퍼시픽의 브랜드들이 중국 시장에서 먹혔고, 폭발적인 매출을 보여준 결과였다. 그리고 사드로 인해 중국 매출이 급감했고 주식은 크게 오르지 못하고 잔잔하게 버텼다. 

아모레퍼시픽은 한때의 ‘사치품’이 되었다. 마치 중고장터에 나온, 한물 꺾인 가방을 산 꼴이었다. 관심 주식으로 함께 지켜보고 있던 LG생활건강의 주가가 70만 원에서 120만 원으로 급상승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분통이 터지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일 것이다. 사드 배치로 인해 중국 화장품 시장이 한풀 꺾인 후에도 여전히 생활용품 등으로 선전하는 LG생활건강을 보면서, 뒤늦게 읽은 LG생활건강 차석용 부회장에 대한 책을 보면서 나의 선택이 얼마나 감정적이고, 한풀이에 가까웠는지 알 수 있었다.

그랬다. 나는 끝물을 탄 것이었다. 생각해보면 나는 ‘끝물’ 전문이었다. 

내가 함께 일했던 회사나 단체들은 하나같이 한때 잘 알려졌던, 나름 정점을 찍었던 곳들이었다. 그 말은 그 정점이 유지되기보다는 내리막일 확률이 높다는 뜻이었다. 안정지향의 나는 일도 ‘안전’을 선택의 최우선 순위로 두었다. 그 성향은 주식 매수에도 이어졌다. 그 와중에 10%의 수익이라도 난건 다행인 것이었다. 

지금의 20만 원도 안 되는 주가를 보여주는 아모레퍼시픽의 오늘을 보면 10%의 수익을 안고 매도한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장기로 가보겠다고 안고 갔다면 크게 후회했으리라. 

그렇게 나는 내 인생 첫 에르메스 백(?)을 미련 없이 팔아치웠다. 3년이 훌쩍 지난 어느 날, 내가 갖고 싶어 했던 바로 그 발렌시아가 모터 백 파이톤 모델을 중고장터에서 50% 할인가에 다시 50%가 매겨진 걸 보면서 만약 그때 정말로 가방을 샀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다시 생각했다. 역시 백을 사지 않은 건 잘한 일이야. 주식을 안 샀다면 금이라도 샀어야 했다. 발렌시아가 따위. 

이제 다음 ‘백’을 향해 나가갈 차례이다.  


FACT CHECK

액면가, 주가, 상한가, 하한가, 액면분할  

액면분할이란 주식의 액면가액을 일정한 비율로 나누어 주식 수를 증가시키는 것이다. 액면가란 주식회사를 설립할 때 정한 1주의 가격이다. 예를 들어 1만 원짜리 주식을 10분의 1로 나누어 1천 원짜리 10주로 만드는 경우이다. 액면가를 일정한 비율로 단순히 나눈 것이기 때문에 주주의 입장에서 자산 가치의 총액에는 변동이 없다.  

하지만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주가’는 액면가가 아니라 시가이다. 횟집 메뉴판에 붙어있는 바로 그 ‘시가’ 말이다. 횟집의 시가가 매일 변하듯, 주가도 시시각각 다르다. 매일의 기업 대내외 상황으로 인해 발생하는 주식의 수요·공급의 균형점. 즉 시장에서 거래가 되는 가격이 바로 주가다. 주식 한 주의 액면가는 5천 원에서 시작하지만, 기업의 성장 가능성, 매출 등의 요소들이 충분히 매력적이라면 수요가 많아지고 자연스럽게 주식의 가격은 올라간다. 

수요와 공급이 만나는 지점이 ‘주가’라면 경쟁이 치열해지면 치열할수록 무한히 올라갈 수 있다. 그러나 하루에 거래할 수 있는 가장 높은 가격의 수준을 정해 시장 과열을 방지하고 있으니 이를 ‘상한가’라고 한다. 반대로 ‘하한가’를 정해 투자자를 보호하고 있다. 상한가와 하한가는 모두 전일 종가의 30%로 규정되어 있다. 

특정 기업의 주식이 인기가 매우 높아 주가가 100만 원대가 넘어가면 목돈이 없으면 아무나 살 수 없는 주식이 된다. 이걸 흔히 황제주라고 부른다. 누군가에게는 한 달 치 월급에 해당하는 돈을 주식 한주를 사는데 쓰게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평범한 투자자들이 투자하기 쉽지 않은 주식이 되고, 자연스럽게 거래량이 줄어든다. 한주에 100만 원이라면 고작 10주를 사는데 1,000만 원이 드니 말이다. 

그럴 때 진행하는 것이 바로 액면분할이다. 주식가격의 변동 없이 액면가를 특정 비율로 낮추는 것이다. 그러면 주식 총액은 변함이 없고 주식의 숫자만 늘어난다. 만약 A씨가 10만 원짜리 주식 10주를 갖고 있고, 이를 1/2로 액면 분할한다고 하면, A씨는 5만 원짜리 주식을 20주 갖게 되는 것이다. 액면가는 5천 원에서 2500원이 되는 샘이다. 

2000년 SK텔레콤이 주당 500만 원일 때 액면분할을 진행한 바 있으며, 2015년 아모레 퍼시픽(주당 280만 원), 2019년 삼성전자(주당 280만 원)가 액면분할을 진행한 바 있다. 

주식 차트 어떻게 읽는가? 

주식 차트를 열었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바로 색이다. 빨간색과 파란색. 빨간색은 상승을, 파란색(혹은 초록색)은 하락을 의미한다. 

여기에 막대 모양으로 고가와 저가, 종가와 시가 등을 표기하는 것이 바로 ‘봉 차트’이다. 우리나라의 주식시장은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 30분까지이다. 차트에서 보여주는 봉의 길이는 ‘하루’의 거래 금액을 말한다. 시가는 그날의 시작 가격, 종가는 장이 끝나는 가격, 고가와 저가는 각각 일일 최고가와 최저가를 말한다. 막대와 막대 위아래에 붙은 가느다란 선의 길이로 그날의 거래금액의 진폭을 보여준다.


<서른에 시작한 주식 오답노트>시리즈는 매주 월요일에 업데이트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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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른에 시작한 주식 오답노트⑤
+ 서른에 시작한 주식 오답노트④
+ 서른에 시작한 주식 오답노트③
+ 서른에 시작한 주식 오답노트②
+ 서른에 시작한 주식 오답노트①

'돈'과는 거리가 먼 예술계에서 머물다 뒤늦게 '주식'에 눈을 뜬 이후, N년 째 실패와 성공을 반복 중. 미국 주식에서 만큼은 약간의 손 맛을 보는 경지에 이르렀다고 생각할 때쯤, 코로나 19가 찾아왔다. '독학공부'로 갖은 시행착오를 겪은 덕에, 하락장에서도 '주식은 떨어졌지만 글감은 늘었네요.'라고 말할 줄 아는 강한 멘탈의 소유자가 됐다. 꼼꼼한 투자 기록의 결과, 오답노트는 줄이고 정답노트의 비중을 늘려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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