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살면 전세대출 안되나요? - PUNPUN

강남 살면 전세대출 안되나요?

투자자와 정부의 술래잡기. 전세대출을 막으면 집값이 잡힐까?

19년 12월 그리고 20년 1월, 정부에서는 각종 규제에도 끝을 모르고 올라가는 집값을 잡고자 전세대출 규제 2연타를 날렸다. 그런데 여기서 든 의문. ‘왜 하필 전세대출이지? 집을 매매하면서 계속 집값이 상승하는거 아니야? 그럼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담보 대출을 못하게 막는게 더 효과적인거 아닐까?’ 그 이유가 궁금해서 따져봤다.

전세대출 규제 내용은?

1월 20일부터 시가 9억을 초과하는 고가주택을 갖고 있거나 주택을 2채 이상 보유다주택자는 보증기관을 활용한 전세대출을 금지한다는 것. 애초에 전세대출을 금지할 뿐만 아니라 기존에 전세대출 중인 사람들도 규제 조건에 걸리면 도로 회수하거나 만기 시까지만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왜 하필 9억이야?

놀랍게도 ‘9억 원’이라는 숫자는 2020년 2월 현재, 아파트의 평균 매매가에 수렴하는 숫자! 서울의 아파트 평균 매매 가격은 8억7,997만 원으로 매 월 조금씩 상승중이다. 게다가 전체 매매 가격을 쭉 일렬로 세운 후 딱 중간쯤을 잘라봤더니 이미 9억을 넘긴 상황(9억1,216만 원).

게다가 9억을 기준으로 주택 가격 상승을 이끌고 있는 서울 아파트가 이번 규제로 어떤 영향을 받을지 살펴보았더니, 서울 아파트의 37%, 강남 아파트의 대부분(87.3%)이 시세 9억을 초과해서 규제 대상이 됐다.

여기서 두 가지 사실을 유추해볼 수 있었다. ①정부가 2020년 현재 9억을 기점으로 집값이 쭉쭉 앞으로 뻗어나가고 있는 것을 막고자 한다는 것과 ②특히 강남과 같은 고가 아파트 밀집 지역의 집값 상승 동력을 떨어뜨려, 도미노처럼 전국의 집값이 더이상 부풀지 못하게 막고자 한다는 점이다.

전세대출을 규제하면 주택시장이 안정될까?

주택담보 대출을 막았더니 생긴 현상이 있다. ‘똑똑한 한 채 갖기’ 그리고 ‘전세대출’을 이용한 레버리지 투자! 흔히 갭투자라고 하는데 적은 돈으로 비싼 집을 구매할 수 있어서 유행처럼 번진 투자법이다. 예를들면 이렇다.

  • 세이프티는 투자금 1억으로 10억짜리 강남 아파트를 구매하려고 한다.
  • 이 아파트에는 세입자가 5억 2천만 원을 내고 전세로 살고 있다.
  • 세이프티는 이 집에 거주할 생각이 없기 때문에 세입자기 낸 전세금 5억 2천만 원을 고스란히 투자금액으로 사용할 수 있다.
  • 집값 10억 중, 투자금과 전세금을 제외한 나머지 3억 8천만 원은 구매할 10억 아파트를 담보로 은행에서 대출을 받았다.
  • 주택이 9억 원이 넘으면 9억까지는 집값의 40%까지, 9억을 초과하는 1억에 대한 부분은 20%까지 대출해준다.
  • 투자금을 모두 쓴 세이프티는 자신이 살 집을 구하기 위해 전세대출을 받아 집 주인 푼푼씨의 집에 들어가 살게된다.
  • 푼푼씨는 세이프티가 낸 전세금으로 또다른 갭투자자가 된다.
  • 이런식으로 전국민이 서로 세입자이자 집주인(투자자)인 관계로 무한 루프가 이어진다.

🙅‍♂️”전세대출 규제로갭투자를 막겠어!“🙅‍♂️

이렇듯 그동안 다른사람의 전세금을 내 돈처럼 사용하는 갭투자가 일반화되면서 돈 없는 사람들도 부동산 투자에 뛰어들었다. 그 결과 집값은 무서운 속도로 상승했다. 그럼 이 상황에서 전세대출을 막으면? 어떤 결과가 생길지 가상 시나리오를 짜봤다.

  • (상황 1) “그래, 결심했어! 이제 내 형편에 맞는 집을 사서, 전세 안주고 직접 살테야.”
  • 자기 집에 직접 거주하는 사람들은 늘어나고 전세대출을 받는 사람들은 줄어든다.
  • 부동산 시장에 갭투자자들이 구매할 물건이 줄어든다.
  • 부동산 투기 열기가 식는다.
  • (상황 2) “그래, 결심했어! 이제 9억 원이 넘는 집엔 투자하지 않겠어. 더 싼 집에 투자해야지.”
  • 전세대출을 받아 갭투자를 하더라도 9억을 넘지 않는 부동산을 구매한다.
  • 고가 아파트의 인기가 시들해진다.
  • 부동산 가격이 9억이라는 허들에 걸려 급격하게 가격이 오르는 것을 막는다.

에르메스의 버킨백은 돈이 있어도 살 수 없는 가방으로 유명하다. 상위 1% 부자들도 줄을 서서 대기해야 할 정도로 인기인 덕에 매년 그 가격은 상승한다. 에르메스의 가격이 뛰면 같은 명품 시장군에 있는 샤넬, 루이비통, 구찌 등도 덩달아 가격이 오른다.

부동산도 그렇다. 명품 아파트를 사고 싶은 사람들이 너도 나도 줄을 서면 수요와 공급의 시장원리에 따라 오른다. 더 많은 돈을 주고서라도 명품 아파트를 사려는 쟁탈전이 일어난 지금, 전세대출 규제는 허다한 무리들이 고가 아파트 구매 시장에 뛰어들어 집값 상승을 부추기는 것을 막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과연 그 결과는 예상한 대로 적중할까? 무주택자인 세이프티는 이 번달에도 오르는 집값에 유주택자로부터 한 걸음 멀어졌다. 오늘도 눈물이 바람에 스치운다.

이제 ‘갭투자로 강남 간다’는 말도 옛말이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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