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전 3기 끝에 이사에 성공하다 - PUNPUN

2전 3기 끝에 이사에 성공하다

부산촌놈상경기 4화

(전편에 이어)

전세가 아닌 월세 계약이라 1년 후에 집을 뺄 수 있단 게,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이었다. 반지하 3개월에 이어 소음과 먼지로 가득한 불법용도변경 원룸에서 1년을 보내고 나니, 거주지의 중요성이 얼마나 큰지 절절히 깨닫게 됐다. 그래서 계약 만료 3개월 전부터 철두철미하게 이사를 준비했다. 기필코 좋은 집에서 살겠다는 일념 하나로.

집을 구하며 최우선으로 고려한 3가지

먼저 내가 가진 패와 선호를 정확히 파악해 그에 맞춰 기준을 세우는 게 중요했다. 자금이 부족해 급하게 손을 빌리는 불상사나 중요한 결정에 앞서 우왕좌왕하는 일을 방지하고 싶어서였다. 그래도 짧은 기간이나마 2곳을 거쳐서인지, 도통 아는 게 없던 이전과 달리 나름 기준이 생겼다.

1️⃣ 위치-회사와 가깝고, 이동은 편하게

누군가는 집을 고르는 처음이자 마지막 조건이라고 일컫는 ‘위치’부터 따졌다. 아무래도 회사원이다 보니 직장과의 거리가 무엇보다 중요했기 때문이었다. 집에서 1시간 이상 소요되는 거리라면 출퇴근길에 낭비하는 시간이 너무 많았다. 그런데 회사가 주로 밀집한 종로, 여의도, 강남 등지는 집값이 너무 비싸 알아볼 생각조차 못 했다. 30분 이내 대부분의 지역도 매한가지였다.

결국 넓게 잡아 1시간 이내 그리고 최대 1번만 환승하면 오갈 수 있는 거점 몇 군데를 정하고 중심부부터 인근까지 집을 탐색하기 시작했다.포레(숲세권)’나 ‘리버(한강뷰)’ 등의 입지는 아직은 감히 넘볼 단계가 아닌지라 훗날을 기약하며 고이 접어 두었다.

2️⃣ 가용 금액-보증금과 고정 비용, 여유자금까지

두 번째로 중요하게 생각한 건 ‘돈’. 보증금을 비롯해 관리비와 공과금 등 고정 지출을 모두 포함했다. 일단 전세로 집을 구할 요량이었기에 보증금이 터무니없이 높으면 안 됐다. 다행히 보증금은 ’중소기업취업청년 전월세보증금대출’이라는 정부 지원을 통해 낮은 이율로 빌렸다. 최대 1억 원을 이율 1.2%의 말도 안 되는 조건으로 대출 가능했는데, 최대치로 빌려도 한 달 이자가 10만 원에 불과하니 값비싼 월세가 아닌 합리적인 전세를 선택할 수 있어 선택의 폭이 한층 넓어졌다.

다음으로 보증금이 낮더라도 달마다 나가는 관리비와 공과금이 과한 곳은 과감히 배제했다. 이자가 최대 10만 원이란 점을 감안할 때, 관리비가 10만 원을 초과한다면 공과금 등을 이래저래 더할 경우 월세살이와 별반 차이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목표는 최대한 고정 비용을 줄이는 것. 이를 위해 전세보증금은 가용 금액의 최대치인 1억 2천만 원 이하로, 그리고 관리비를 포함한 수도, 전기, 가스 사용요금 등의 공과금이 최대 10만 원을 넘지 않아야 한다는 기준을 세웠다.

+ 이사 비용에 더해 생필품, 가구 등을 구매할 상황이 어김없이 발생한다. 그러니 항상 여윳돈을 마련해두고 움직이자.

3️⃣ 상태-집 내·외부를 모두

끝으로 기본옵션이나 청소 상태 등 내부뿐만 아니라 치안, 물가 등 주변 환경까지 꼼꼼하게 살폈다. 냉장고, 에어컨 등 필수품이 없으면 하나하나 직접 사야 하고, 나중에 이사를 가면 되려 처치 곤란한 짐이 될 가능성이 컸다. 그렇기에 옵션이 최대한 갖춰진 곳을 골라 조금이나마 비용을 줄여야 했다. 같은 맥락에서, 벽지를 사비로 갈아야 하거나 보수가 필요한 곳도 미련 없이 지나쳤다.

의외로 집 내부만 보는 경우가 많은데, 주변까지 두루 살펴야 한다는 것을 경험으로 깨달았다. 우선 물가. 집값이 비싼 곳은 물가가 높을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집값이 비교적 저렴한 지역(강서구, 성북구 등)을 위주로 다니고, 대형마트나 전통시장이 인접해 장보기가 수월한 지, 한 끼 식사를 해결할 때 상대적으로 부담이 없는지 등의 여부도 체크했다. 주변에 아무것도 없거나, 밥 한 번 사 먹는 게 부담될 정도로 식대가 높게 형성되어 있다면 일상생활이 생각보다 무척 불편하다.

그 밖에도 대로나 고가도로가 집을 둘러싸고 있는지, 새벽까지 영업하는 유흥시설이 성업 중인지, 맞닿은 고층 건물 탓에 볕이 들지 않거나 환기가 어려운지 등도 두 발로 뛰며 점검했다.

조금 더 편히 그리고 제대로 구하는 꿀팁

1️⃣ 부동산 애플리케이션 활용

이 과정에서 직방, 다방 등의 애플리케이션으로 큰 도움을 얻을 수 있었다. 대출을 받아야 했기에 ‘전세자금대출’ 필터를 적용해 대출 진행이 가능한 집만 찾았다. 또한 원하는 보증금과 관리비 상한선을 정한 후, 점 찍어둔 지역의 매물을 훑어보니 제법 괜찮은 게 눈에 띄었다. 이처럼 무작정 해당 지역에 방문하기보다, 지역별 시세와 주요 매물 등을 사전에 살피면 편리하다. (부동산 카페에도 양질의 정보가 올라온다. 앱 사용이 익숙지 않다면 공인중개소라도 최대한 들리자.)

2️⃣ 매물은 지역별로 하루에 몰아 보기

꾸준히 분석하니 시세가 높게 형성된 곳과 주변보다 저렴하게 집을 구할 수 있는 지역을 점차 파악할 수 있었다. 그렇게 날릴 곳은 날리고 몇 군데를 추려 본격적으로 집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먼저 공인중개소에 전화해 매물이 남아 있는지 확인한 뒤, 그 지역의 매물을 한 번에 최소 다섯 군데씩 살펴봤다. 또다시 방문하기도 번거로울뿐더러, 급한 마음에 첫 번째로 소개받은 집을 선택하는 것을 방지하고 여러 집을 비교·분석해 가장 괜찮은 매물을 골라내기 위해서였다.

나도 처음 소개받은 집을 보고 덜컥 계약하는 바람에 1년간 고생한 전력이 있고, 이번에도 첫 번째 집에 혹해 곧바로 사인까지 끝마칠 뻔했다. 하지만 그곳은 지하철역에서 버스로 한참을 더 올라가야 했다. 퇴근 시간에 버스정류장 앞에 줄지어 선 사람들을 보며, 눈비라도 오는 날엔 고생 꽤나 하겠다는 우려에 이내 마음을 접은 게 천만다행이었다. 그러니 역세권에서 한참을 벗어났거나 환승까지 해야 할 정도의 위치라면 고심을 거듭해야 한다. 하루 정도는 괜찮지만 1~2년을 매일 같이 그렇게 다니는 건 엄청난 고역일 수 있다.

3️⃣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사실 가장 중요한 것은 버릴 건 버리고, 취할 건 취하겠다는 마음가짐이다. 한정적인 재화와 시간으로 모든 걸 다 얻을 순 없다. 원하는 위치에 살려면 더 많은 돈이 필요하고, 넓은 집을 구하려면 두 배에 육박하는 보증금을 지불해야 하니까. 예를 들어 미어터지는 대중교통을 도저히 참기 어렵다면? 도보로 출퇴근은 가능하지만 대신 좁고 비싼 집으로 이사하는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이것만큼은 꼭 사수해야겠다!’ 싶은 중요도 순으로 점검 목록을 채워야 한다. 치안, 소음, 편의시설 등 고려할 건 무척이나 많다.

나 역시, 편의시설 부족, 침대와 수납장 부재 등 단점이 눈에 훤히 보였지만 신축 첫 입주라 내부가 깔끔한 데다 구조가 반듯하고 물가가 저렴하며, 게다가 역에서 도보 5분 거리에 회사까지 환승 없이 40분 거리로 갈 수 있다는 수많은 장점에 반해 망설이지 않고 계약을 끝마쳤다.

그렇게 우여곡절을 거쳐 오랜 노력을 쏟아붓고 나서야, 드디어 마음에 쏙 드는 현재의 집으로 이사할 수 있었다.

(다음 편에 계속)

20대의 끝과 30대의 처음을 타향, 서울에서 보내고 있다. 처음엔 독립이 마냥 기뻤는데, 집을 떠나 낯선 곳에 자리 잡는 과정이 생각보다 만만치 않았다. 그래도 홀로 사는 삶이 익숙해지자 차츰 주변에 눈이 돌아갔다. 그때부터 적금, 청약 같은 기본적인 재테크부터 시작해 주식, 해외 ETF 투자까지 온갖 걸 경험했다. 정부 지원이나 정책도 꼬박꼬박 챙겨가며 아등바등 살았고. 피나는 노력의 결과 이제 어느 정도 숨통은 틔우고 산다. 하지만 돌이켜 보니 누가 미리 좀 알려줬더라면 좋았을 일이 수없이 많다. 그래서 이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며 쓴, 그때는 몰랐고 지금은 아는 이야기이다. 에디터 쿨럭(부산 촌놈)의 짠내나는 상경기는 격주 목요일 연재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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