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지하라는 국민청원까지? ‘공매도’가 뭐길래 - PUNPUN

폐지하라는 국민청원까지? ‘공매도’가 뭐길래

가지고 있지도 않으면서 ‘매도’를 한다니… 주가가 떨어져야 이득이라니!

“금융위원회가 지난 3월
코로나19 확산 여파에 따른 주식시장 급락을 막기 위해
6개월간 공매도 거래를 전면 금지했다.”

주식시장의 급락을 막기 위해 공매도 거래를 금지했다는 내용의 기사를 읽었다. 그냥 매수, 매도만 반복하는 초보 개미였던 나는, ‘공매도’라는 게 있는지조차 몰랐다. 주가의 급락을 막기 위해 공매도 거래를 금지했다는 건… 정말 그동안 ‘공매도’란 녀석이 주가 하락에 기여하고 있었단 뜻인가? 진실을 알고 싶어 ‘공매도’에 대해 알아봤다.

✔ ‘없는 것을 빌려서 파는’ 공매도

공매도를 말 그대로 풀면 ‘없는 것을 파는’ 것이란 뜻이다. 하지만 없는 걸 만들어 팔 수는 없는 법. 특정 종목의 주가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면 해당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다른 사람에게 빌려 매도하고 나중에 주식으로 갚는 투자 전략이다.

예를 들어보자. ‘ㄱ’ 기업의 주식이 현재 1주당 2만 원이다. 내가 해당 주식을 가지고 있지 않은데, 이 종목의 주가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 해당 주식을 빌려와 2만 원에 주식을 파는 것이다. 그리고 3일 후 결제일이 되기 전에 실제로 주가가 1주당 1만 5천 원까지 떨어졌다면 그때 1만 5천 원짜리 주식을 사서 갚고 5천 원의 시세차익을 얻는 원리(예상과 달리 주가가 상승하면 그만큼 손해)! 그러니까 값이 비쌀 때 주문 먼저 받아서 팔고, 쌀 때 물건을 사서 채워 넣는 거다. 공매도 투자로 수익을 얻는 상황을 그림으로 보면 다음과 같다.

참고로 공매도의 기본 개념에 따르면 3일 후 빌린 주식을 갚아야 하지만, 실제로는 계약에 따른 신용거래 기간(개인 투자자 기준 30~60일 이내) 안에 갚으면 된다.

공매도는 누가 할까?

나 같은 초개미 개인 투자자도 공매도를 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할 수는 있다. 증권사가 가지고 있는 주식을 빌려서 공매도를 하는 방식으로 가능하다. 하지만 종목도 한정적이고 주식을 빌릴 수 있는 기간도 짧다. 게다가 공매도 매매 시장에 뛰어들기까지의 절차도 까다롭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 그래서 사실상 개인 투자자가 공매도에 접근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반면 외국인이나 기관 투자자는 대차중개기관을 통해 종목이나 수량에 제한 없이 주식을 빌릴 수 있고 대여 기간도 길다. 그래서 대부분의 공매도 거래는 이들의 몫이다. * 2019년 국내 공매도 전체 거래액인 약 103조 중 개인 투자자 비중은 1.1%

공매도 폐지 요구… 순기능 vs 역기능

사실상 공매도는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의 놀이터다. 규모가 워낙 크다 보니 그들이 대량으로 공매도하면 실제로 해당 주식의 주가가 떨어지고 그들은 쉽게 시세차익을 챙긴다. 그리고는 그 주식을 다시 매수해놓고 기다렸다가 왜곡된 기업 가치가 회복하면 또 수익을 올린다. 이 과정에서 개미 투자자들은 손해를 볼 확률이 높기 때문에 공매도를 폐지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올라오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전체 주식 시장을 놓고 봤을 때 공매도의 순기능이 많아 필요한 제도라고 반박하는 상황.

1996년 9월, 우리나라에 공매도 제도가 도입된 후 약 25년이 흘렀지만 공매도를 바라보는 입장 차이는 여전히 팽팽하다. 공매도의 장단점을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Positive 👍🏻
✔ 증시가 과열될 때 주가가 지나치게 폭등하는 것을 막아주는 진정 효과를 낸다.
✔ 증시 하락장에서 거래량을 늘려 증시의 유동성을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 시장가치를 제때 적절하게 반영하도록 도와 주가의 ‘거품’을 방지해준다.
Negative 👎🏻
✔ 투기적 시세 조종을 위한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크다.
✔ 코로나19 바이러스와 같은 대형 악재로 특정 종목이나 전체 주가지수가 급락할 때, 공매도가 주가 하락 속도를 높이는 데 기여해 증시 불안을 키운다.

공매도 또 논란… 공매도 금지 조기 해제 vs 시기상조

공매도 제도에 제동이 걸린 건 코로나19의 확산의 영향을 받아 코스피 지수가 급락하면서부터다. 지난 3월 코스피 지수가 1,400선까지 하락하면서 금융위원회는 더 이상의 급락을 막기 위해 6개월간 공매도 거래를 금지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2011년 유럽 재정위기 때에 이어 세 번째 금지 조치다. 공매도 금지의 효과를 본 것인지, 동학 개미들의 힘 덕분인지, 아니면 둘 다 효과가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지난 5월 코스피 지수 2,000선을 회복했다.

그러자 이번엔 공매도 금지 조치를 조기 해제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증시가 안정세를 지나 오히려 급등 장세에 접어드니 이제는 시장 왜곡이 우려되는 상황. 공매도 금지 이후 가격조정 기능이 상실되면서 주식 현물이 고평가되고 있고, 이게 어떤 부작용으로 돌아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와 비슷한 시기에 공매도를 금지했던 유럽권은 지금 공매도 금지를 속속 해제하고 있다는 것도 조기 해제론에 힘을 싣고 있다.

하지만 조기 해제는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 금융위원회도 공매도 금지 조기 해제는 계획이 없다고 밝혀 예정대로 9월까지는 공매도 금지 조치가 해제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가 아무리 공매도에 대해 찬반 의견을 외쳐도 주식 시장은 쉽게 바뀌지 않겠지만, 이번에 무작정 주식 시장에 뛰어든 (나 같은) 초보 개미들이 꼭 알았으면 한다. 그동안 우리는, 하락장을 더 큰 하락장으로 바꿔놓을 수도 있을 만큼 힘이 센 ‘공매도 세력’과 함께 주식 시장에서 싸워왔다는 걸.

PS. ‘공매도 금지한 덕에 코스피 9% 더 올랐다’는 기사를 읽었다. 그동안 ‘공매도’ 때문에 손실을 봤다고 말하는 개인 투자자들의 원성이 이해되는 순간이다. 9월부턴 공매도 금지가 해제될 텐데… 내 주식은 제발 공매도하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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