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루마블 필승전략으로 배운 부동산 투자

‘Blue Marble(블루마블)’이라 쓰고, ‘부루마블’이라 부르는 보드게임. 이 게임은 주사위 두 개를 굴려서 말을 움직인 후, 도착한 도시를 사고 건물을 지은 뒤 통행료를 받으면서 최대한 많은 재산을 모은다. 한 바퀴 돌 때마다 똑같이 월급을 받지만 투자 방식에 따라 승패가 나뉘는데 게임을 하다보면 한 가지 생각만 남는다. 결국 ‘조물주 위에 건물주’란 말인가.

게임의 아이러니

세계 최고의 경제사학자 니얼 퍼거슨이 쓴 〈금융의 지배〉에 따르면 부루마블의 시초는 ‘모노폴리(Monopoly)’가 아닌 ‘지주게임(The Landlord’s Game)’이다. 미국 경제 대공황 시기에 앨리자베스 매기는 땅 주인이 토지 사용료로 돈을 버는 사회적 폐단을 비판하기 위해 ‘지주게임’을 만들었다. 하지만 이 게임을 접한 배관공 찰스 대로우는 이 게임의 본래 취지보다 상업적 잠재력을 먼저 알아본 것. 그는 이 게임을 ‘모노폴리’라는 이름으로 상품화했다. 독점의 폐단을 알리기 위해 만들었지만 ‘독점(Monopoly)’이라는 이름으로 인기를 끌게 된 아이러니라니. 대공황에 시달린 사람들은 모노폴리를 할 때만큼은 자본주의 사회의 부자였고, 덕분에 기록적인 판매고를 올릴 수 있었다.

월급 외 수입의 중요성

한 바퀴를 돌 때마다 모든 플레이어는 월급 20만 원을 받는다. 부루마블이 출시된 1982년 당시의 평균 월급, 24만 5,981원을 반영한 금액이다. 일단 게임을 시작하면 월급만으로는 이길 수 없다. 부동산을 사지 않고 월급만 모으다가는 통행료로 전 재산을 탕진할 터. 그러니 땅을 사고 그 위에 건물을 지어 다른 사람들로부터 통행료로 받아 월급 외 수입을 만들어야 한다. 결국 많은 부동산을 소유해야만 부수입이 늘고, 이길 확률도 높아진다. 월급을 모아 투자하고 수익을 재투자해 더 큰 수익을 얻어야 부자가 된다는 공식이 깔려 있다. 월급으로만 살아가기엔 현실도 게임도 냉혹하다.

투자는 결국 타이밍

그렇다면 언제 투자할 것인가. 부동산 투자를 위해 임장을 가듯, 부루마블 보드판부터 뜯어볼 필요가 있다. 보드판은 출발점부터 시계 방향으로 각 나라의 GNP(국민 총생산) 규모순이다. 1982년에 출시 후 세계경제의 변화에 따라 홍콩 대신 베이징이 추가되고, 순서도 바뀐 상태. 초반에 만나는 핑크라인 도시는 땅값과 건물 건설 비용이 저렴하고, 한 바퀴를 다 돌 때쯤에야 만나는 그린라인 도시는 땅값과 건물 건설 비용이 비싸다. 맨 앞에 있는 타이베이 땅값과 맨 뒤에 있는 뉴욕 땅값의 차이는 무려 7배.

“월급을 모아서 비싼 땅을 살까?
지금 살 수 있는 저렴한 땅을 살까?”

월급을 받으면 고민이 생긴다. 모아서 비싼 땅을 살 것인가, 지금 살 수 있는 저렴한 땅을 살 것인가. 모름지기 투자는 회전 초밥과 같다. 더 맛있는 초밥이 나올지 안 나올지 모르고, 지금 내가 놓아준 초밥마저 다른 사람이 채갈 수 있다. 부동산은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한 바퀴를 돌아야만 받을 수 있는 월급이 얼마나 보잘것없는지 게임을 해본 사람이라면 잘 알고 있다. 우리는 후회 없는 선택을 위해 ‘투자 수익률’을 계산해야 한다.

소액 부동산부터 시작

그래서 어떤 도시가 좋을까? 부루마블에도 강남처럼 불패 도시가 있다. 바로 이스탄불. 토지 위에 지을 수 있는 모든 건물을 구입하는 비용 대비 수익을 계산했을 경우 가장 수익이 좋다. 앞으로 게임을 할 사람들을 위해 몇 가지 더 정보를 주자면, 호텔 하나만 지을 경우에도 수익률이 가장 높은 도시는 이스탄불, 싱가포르, 카이로 순이다. (이것만 일찍 알았어도!) 비싸기로 유명한 런던, 뉴욕, 마드리드 등 몇몇 도시에서는 가장 비싼 호텔보다 저렴한 빌딩을 짓는 게 낫다. 현실과 마찬가지로 비싼 물건이 반드시 고수익을 보장하는 건 아니다. 토지를 사고 투자하기 전에 꼭 수익률을 따져야 하는 이유다. 앞으로 조카들과 부루마블을 할 때에는 꼭 투자 수익률부터 가르쳐주시길. 쿨럭.

비싼 도시는 그만큼 상당한 금액의 통행료를 받을 수 있지만, 돈을 모을 때까지 시간이 걸린다. 우선 저렴한 도시들을 선점해 2-3곳의 도시에 비싼 호텔을 짓기보다는 많은 도시에 빌딩과 별장을 두루 짓는 게 낫다. 소액 부동산은 급하게 돈이 필요한 순간 팔더라도 기존의 수익보다 많이 낮아지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이다. 즉, 환금성과 이 임대수익을 고려해 분산투자해야 한다. 부루마블의 승리는 놓쳤어도 실제 부동산 투자만큼은 성공해야 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