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 가격과 금리가 반대로 움직이는 이유

조금 어려워도 집중!

채권도 부동산, 주식처럼 금리의 영향을 받는다. 금리가 올라가면(↑) 채권 가격은 내려가고(↓), 금리가 내려가면(↓) 채권 가격은 올라간다(↑). 즉 금리와 채권 가격은 반비례한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금리가 높아지면, 이자율도 올라 채권 가격이 높아져야 하는 게 맞지 않을까?

표면금리 vs 시장금리

신문 기사를 읽다 보면 ‘채권금리’라는 말이 자주 나온다. 그냥 ‘금리’라 표현할 때도 많다. 문맥상 ‘표면금리’ 또는 ‘시장금리’를 뜻하는 데 둘은 전혀 다른 개념이다. 금리와 채권 가격이 왜 반대로 움직이는지는 표면금리와 시장금리의 차이를 아는 것에서 시작한다.

표면금리는 채권 만기 시점까지 변하지 않는 금리다. 쉽게 말해, 채권 증서에 적힌 이자율이다. 이 이자율은 채권 발행과 동시에 고정된다. 과거엔 채권 이자를 받으려면 증서에서 이표(Coupon)를 뜯어내 발행 기관에 제출해야 했다. 그래서 표면금리는 ‘이표금리’ 혹은 ‘발행금리’라고도 한다.

시장(시중)금리는 시장에서 채권의 종류별로 책정되는 금리다. 대내외 경제 상황에 따라 수시로 변한다.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조정, 경기 변동, 물가 등의 영향을 받는다.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것은 수요와 공급이다. 채권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 채권 가격은 올라가고(금리 ↓), 공급이 늘어나면 가격은 내려간다(금리 ↑).

거꾸로 움직이는 금리와 채권 가격

왜 시장금리와 채권 가격은 반대로 움직일까? 바로 채권 만기 때 받는 돈이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1년 만기에 표면금리가 5%인 액면가(원금) 1억 원짜리 국채(이하 ‘A채권’)가 있다고 하자. 정부는 총 10억 어치를 발행했다가 생각만큼 팔리지 않자 내일부터 표면금리를 6% 올린 채권(이하 ‘B채권’)을 발행하기로 한다. 오늘 A채권을 산 베짱이 대리는 억울하다. 내일 샀다면 1%p의 추가 이자 수익을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B채권의 인기가 치솟으며, A채권의 매매 가격은 9,000만 원까지 떨어진다. 그러자 A채권과 B채권의 만기 차액(100만 원)이 많지 않다는 점을 깨달은 몇몇 사람들이 A채권과 9,400만 원짜리 B채권의 만기 수익률을 비교해본다. 그리고 오히려 채권 가격 하락으로 A채권의 수익률(16%, 1500÷9000)이 B채권(12%, 1200÷9400)보다 4%p 높아졌다는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된다. 투자자들은 다시 B채권을 찾기 시작하고, B채권의 시장가치(시장금리)는 상승한다. 즉, ‘채권 가격 하락 ☞ 시장금리(=수익률) 상승’의 반비례 관계가 성립된다.

왜 수익률이 올랐을까? 앞서 설명했듯 만기에 지급되는 금액은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미래에 받을 돈이 이미 정해져 있다면, 수익률을 높일 유일한 방법은 매입 원가를 최대한 낮추는 것이다. 같은 양의 과자를 베짱이 대리는 100원, 독자는 200원에 샀다면 누가 이익일까? 채권 가격 하락에 따른 수익률 상승도 같은 이치다.

시장금리와 달리, 표면금리는 채권가격과 비례한다. 시장금리와 잔존만기(만기까지 남은 기간), 액면가가 동일하면서 표면금리가 4%인 채권과 5%인 채권 중 어떤 게 더 비싸게 팔릴까? 당연히 4% 채권보다 1%p 높은 이자 수익을 보장하는 5% 채권이 값비싸게 가격에 팔릴 것이다. 물론 실제로는 금리와 액면가 변화가 이렇게 똑 떨어지진 않는다. 실제 금리와 채권 가격은 소수점으로 움직이면서 책정 과정도 꽤 복잡하기 때문. 표면금리와 시장금리의 이해를 돕기 위해 단순화해 설명했음을 알린다.

아래는 표면금리, 시장금리와 채권 가격의 상관관계를 그래프로 정리한 것이다.

‘표면금리 – 시장금리’ 값 클수록 세후수익률 ↑

표면금리, 시장금리 만큼 중요한 게 채권의 세후수익률이다. 세후수익률은 두 금리의 차이가 클수록 올라간다.

채권 수익률은 수익금을 원금으로 나눈 것이다. 만기 때 들어오는 모든 현금의 흐름(수익금)을 현재 채권 매입가(원금)로 나눈 뒤 1을 뺀 것을 말한다. 세후수익률은 이 수익률로 산정한 원리금에서 세금(이자 소득세)을 빼고 환산한 수익률이다.

이자 소득세(15.4%)는 표면금리가 과세 기준이다. 아무리 수익률이 높아도 표면금리가 낮으면, 세금을 적게 뗀다. 즉, 표면금리는 낮으면서 수익률(시장금리)은 높은 채권을 사면 수익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 시장금리와 표면금리의 차가 크면 클수록 세후수익률이 높아진다는 뜻이다.

고정된 가격이 없는 주식과 달리, 채권은 고정된 값(표면금리+액면가)과 고정되지 않은 값(시장금리)을 함께 고려해야 하므로 이해가 어려운 게 사실이다. 때문에 탄탄한 개념 숙지가 필수다. 다음 편에서는 시장금리 변동에 따른 채권의 민감도를 계산하는 ‘듀레이션(Duration)’에 대해 알아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