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생활을 위한 안내서, 취업규칙

취업규칙이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니!

직장 생활이 몇 년째인데 아직도 회사 오면 집에 가고 싶고, 취직하면 퇴사하고 싶어지는 사춘기 직장인, 소금과장. 그만두자니 사소하고, 계속 다니자니 매일을 괴롭게 만드는 사건사고가 터질 때마다 그녀는 회사 취업규칙을 들춰본다. 취업규칙을 잘 살펴보면 마음이 조금은 편안해지고, 아주 가끔씩은 도망갈 구멍도 보이기 때문이다. 

회사 내 법전 취업규칙

같은 날 입사한 과장이라고 하더라도 연봉이나 근로 기간, 근로 조건 등은 다를 수 있다. 그래서 각자의 근로조건이 명시된 근로계약서를 쓴다. 만약 근로계약서에 누락된 내용이 있다면 ‘근로계약서에서 정하지 않은 다른 사항은 관계법령 및 취업규칙에 따른다’라는 위임조항이 있을 것이다. 근로계약서에 모든 근로조건을 적을 수 없기 때문에 회사에 소속된 직원들에게 공통으로 적용되는 조건만 따로 모아 정리한 것이 ‘취업규칙’이다. 

취업규칙은 입사 후에 수시로 들춰봐야 한다. 근로시간, 임금, 복리후생, 휴가 등 회사생활과 밀접한 근로조건이 자세하게 쓰여있기 때문이다. 회사생활에 있어서만큼은 성경보다 취업규칙이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니! 소금과장은 심신이 지칠 때마다 취업규칙을 찾아 정독했다. 가족을 돌봐야 하는 특수한 상황이 있다면 단축근무를 할 수 있고, 임산부나 난임부부라면 검진 목적의 휴가가 추가로 제공된다는 사실 등을 발견하곤 주변 사람들에게 이를 전파하고, 내가 당장 써먹을만한 규정은 없는지 궁리했다. 회사에서는 절대 먼저 말해주지 않는 것들이기 때문에 이렇게 스스로 찾는 수밖에 없다. 취업규칙은 양이 꽤 되기 때문에 목차를 보고 관심 있는 키워드부터 살펴보길 권한다. 물론 내용이 애매모호하거나 문구가 어렵다면 인사담당자에게 바로 문의하면 된다.    

법정 기준 vs 취업규칙 vs 근로계약서

회사에서 정한 근로 기준이 취업규칙이라면, 나라에서 정한 근로 기준인 법정 기준도 있다. 즉, 법정 기준 > 취업규칙 > 근로계약서 순으로 근로조건이 세분화된다. 만약 회사에서 정리한 취업규칙이 법정 기준보다 불리하면 그 취업규칙은 무효! 그리고 취업규칙보다 개인이 쓴 근로계약서가 더 불리하다면 근로계약서도 무효! 취업규칙은 소속 직원들에게 적용되는 회사의 법이기 때문에 당연히 근로계약도 취업규칙 내에서 이뤄져야 한다. 따라서 근로계약서에 있는 조건이 취업규칙보다 불리하다면 취업규칙 내용대로 효력이 생긴다. 예를 들어, 취업규칙에 65세가 정년으로 되어 있는데, 근로계약서에는 60세로 정하고 있다면 취업규칙보다 불리한 근로계약서는 효력을 상실하고 해당 근로자의 정년은 취업규칙대로 65세가 된다. (체감 못했겠지만) 세상이 이렇게 근로자의 편이다. 

다만 직종이나 업무 특성에 따라 근로시간이나 휴일이 서로 다를 때에는 취업규칙에는 근로시간에 관한 원칙만 정하고 개인별로 다르게 정할 필요가 있을 때는 개별 약정에 따르도록 규정하거나 취업규칙의 해당 조항에 적용 범위를 따로 적어두기도 한다. 

무례한 동료에게  대처하는 법

대부분의 회사생활은 달달한 미니시리즈보다 황당하고 자극적인 아침 드라마에 가깝다. 김치싸대기 못지않은 황당한 애티튜드와 마시던 오렌지주스를 주르륵 흘릴 만큼 당황스러운 멘트를 목도할 수 있으니.. 모 기업의 오너 일가, 임원들의 갑질 등을 통해 이런 ‘직장 내 괴롭힘’이 이슈가 됐다. 뉴스에 나올 정도는 아니더라도 이유 없이 내게만 까칠한 사람, 일을 주지 않는 식으로 내 존재를 무시하는 사람, 사생활을 퍼뜨리는 사람 등은 한 번쯤 만나지 않았나. 실제로 국가인권위원회의 조사 결과 근로자의 73.3%가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해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정부도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하고 올해 7월 16일부터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처벌을 위한 규정을 근로기준법에 추가했다.  

직장 내 괴롭힘이란,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해 상대방에게 신체적 혹은 정신적으로 고통을 주는 것을 말한다. 정당한 이유 없이 업무 능력이나 성과를 인정하지 않거나, 승진, 보상 등에서 차별을 하는 경우, 남들이 꺼리는 업무만 계속 주는 경우, 사적인 심부름을 시키거나 소문을 퍼뜨리는 경우 등등. 이제 이러한 직장 내 괴롭힘으로 공황장애나 우울증이 생겼다면 산재신청,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하다. 그동안 벙어리 냉가슴 앓듯 괴로움을 혼자 삼켜야 했던 직장인이라면 당장 취업규칙을 들춰 이 조항을 확인해보자.

취업규칙을 읽으면

직장생활을 좀 더 당당하게 할 수 있어요

취업의 문턱을 넘으며 기쁘고 즐거웠던 시절이 어느 순간 까마득해졌다. 불안과 불만,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고민만 가득한 날들. 가족 같은 회사, 청춘을 바쳐야 하는 회사는 이제 노노. 직장인이라면 이제 취업규칙을 열심히 읽자. 취업규칙 속에 보람 대신 수당이나 휴가 등 우리들의 권리가 숨어 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