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세공과금’이라 쓰고 ‘기타소득세’라 읽는 것

경품 받을 때 떼는 ‘그 세금’

평생 경품, 상금과는 동떨어진 삶을 살던 베짱이 대리가 웬일로 작은 이벤트에 당첨됐다. 당첨 안내문을 읽고 있는데 길가의 돌부리처럼 걸리는 문구. 제세공과금 본인 부담. 검색해 보니 세율이 무려 20%라고? 이건 경품이 아니라, 세금에 당첨된 게 확실하다. 대체 제세공과금이 뭐기에!

단어부터 바로잡자

제세공과금은 경품 및 상금에서 떼는 특정한 세금을 말하는 것만 같다. 그러나 사실은 국세, 지방세 등을 뜻하는 ‘제세금(諸稅金)’과, 비슷한 용어인 ‘공과금(公課金)’을 합친 말로, ‘국가나 지자체, 공공단체에서 부여하는 다양한 세금’을 한자로 쓴 것에 불과하다. 경품과 상금에 매겨지는 세금은 제세공과금의 일종인 ‘기타소득세’다. 아무래도 ‘소득세’란 단어가 부담스럽다 보니 제세공과금이라 두루뭉술하게 부르기 시작한 게 그대로 굳어진 것으로 보인다.

왜 기타소득세는 세율이 높을까?

소득세법에는 7가지 소득(이자, 배당, 사업, 근로, 연금, 퇴직 및 양도)이 개별 항목으로 마련돼 있다. 기타소득세는 이들을 제외한 ‘기타 등등’ 소득에 붙는 세금이다. 뇌물, 위약금, 원고료 등 온갖 잡다한 금액을 소득에 포함시키다 보니 세부 항목만 26개에 이른다. 세부 항목의 하부 항목까지 따지면 그 수는 배로 늘어난다.

기타소득세의 세율은 20~30%로 꽤 높다. 이유는 간단하다. ‘불로소득(노동 없이 얻은 소득)’이기 때문. 세상에 공짜는 없다. 쉽고, 우연히 번 돈에는 무거운 세율이 부과된다. 한 달 동안 건설 현장에서 뼈빠지게 일해 200만 원을 받은 A씨와 운 좋게 200만 원짜리 경품에 당첨된 B씨에게 같은 세율을 부과한다면, A씨는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가능성이 높다. 이른바 ‘조세형평성’에 어긋나는 것이다.

소득 유형에 따라 세율도 각각

보통 기타소득세는 전체 소득에서 필요 경비(60%, 2019년 기준)율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에 부과된다. 그러나 경품이나 상금은 따로 경비 인정이 안 돼 소득 전체가 부과 대상이다.

기타소득세는 소득 유형에 따라 세율이 다르다. 경품과 상금은 ‘일반적인 기타소득’에 해당해 가장 낮은 20%가 적용된다. 최대 세율은 3억 원 이상의 슬롯머신 당첨금 등에 적용되는 30%다. 여기 지방소득세(특별징수분, 소득세의 10%)를 더하면 소득의 최대 33%가 세금으로 부과될 수 있다. 지방소득세는 지방세법에서 납세 의무가 있는 개인과 법인에게 소득에 따라 매기는 세금이다.

아래는 기타소득세의 소득 유형별 원천징수세율을 정리한 표다. 표 두 번째 항목에서 승마투표권은 흔히 ‘마권’이라 부르는 우승마 예상 티켓을 말한다. 영화, 드라마 속 경마장 장면에서 사람들에 손에 쥐고 흔드는 그 표, 맞다.

5만 원 이하 상금은 비과세

기타소득세는 과세와 비과세의 기준 역할을 하는 ‘과세최저한’이 존재한다. 쉽게 말해 기타소득이 일정 금액을 넘지 않으면 과세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만 그 수준이 높진 않다.

일반 상금 및 경품의 과세최저한은 건당 5만 원 이하다. 5만 원에서 10원이라도 넘으면 상금의 20%(+지방소득세 2%)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 비디오게임이나 슬롯머신 등 기구를 통한 배당, 당첨금은 건당 200만 원까지 세금이 면제된다. 마권, 우권(牛券, 소싸움경기투표권) 등은 권면에 표시된 합계액이 10만 원을 넘지 않으면 비과세 대상이다.

금액에 관계없이 비과세인 기타소득도 있다. 예를 들어 국가유공자에게 지급되는 보훈급여나 새터민에게 지급되는 정착금은 기타소득으로 분류되지만 과세하지 않는다. 또 외국 정부나 국제단체에서 받는 상금,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받는 포상금, 서화나 골동품을 미술관에 양도할 때 발생하는 소득도 세금이 붙지 않는다.

300만 원 이하는 종합, 분리 선택 가능

300만 원 이하 기타소득은 종합소득세 신고(매년 5월) 과정에서 ‘종합과세’와 ‘분리과세’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만약 300만 원이 넘으면 종합과세 대상이 된다.

근로소득 과세표준(세금 부과에 기준이 되는 금액)과 기타소득을 더한 금액이 4,600만 원을 넘지 않을 때는 종합과세가 유리하다. 종합소득세율(15%) < 기타소득세율(20%)이기 때문. 반면, 4,600만 원이 넘을 때는 분리과세가 유리하다. 종소세율은 4,600만 원부터 24%로 올라간다.

소득이 없는 학생이나 주부가 경품에 당첨됐을 경우 종소세 신고를 통해 원천징수된 기타소득세의 대부분을 돌려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경품 금액이 100만 원 이상일 때 환급 받으면 연말정산 피부양자에서 제외될 수 있다.

천재 물리학자 아인슈타인은 살아생전 세금 계산에 유독 애를 먹었다고 한다. 특히 소득세는 “세상에서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란 말까지 남겼을 정도. 세금은 그만큼 복잡하고 어렵지만 알아두면 피가 되고, 뼈가 되는 유용한 지식이다. 기억하자. 세상에 세금 안 걷는 나라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