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단기 금리 역전이 ‘불황의 서막’으로 통하는 이유

Winter is coming…?

미국 정부가 발행하는 국채는 안전 자산 중에도 안전 자산으로 평가된다. 기업은 망하지만, 나라는 안 망한다. 하물며 1년 국가 예산만 4,000조(兆)가 넘는 ‘천조국’ 미국이 망할 가능성은 (인류 멸망 전까진) 사실상 0에 수렴한다.

금융계에는 유명한 격언이 있다. 미국 국채의 장, 단기 시장금리가 뒤집히면 글로벌 불황이 찾아온다는 것. “금리가 뒤집혔다”는 것은 단기채 금리가 장기채 금리보다 높아졌다는 뜻이다(단기채, 장기채의 정의가 궁금하다면 Click!). 대체 금리 역전과 불황이 무슨 상관이라는 걸까?

5번 역전, 5번 불황… 데이터는 어김없었다?

‘금리 역전 -> 불황’의 첫 번째 근거는 과거 데이터다. 미국 연방준비은행(Fed)에 따르면, 1978년 이후 미국 국채의 장, 단기 시장금리(만기 10년, 2년 기준)는 크게 5번(1978, 1980, 1988, 1998, 2005) 뒤집혔다. 그리고 짧게는 1년(11개월), 길게는 3년(34개월) 뒤 불황이 닥쳐 세계 경제가 꽁꽁 얼어붙었다. 아래는 금리 역전에서 불황까지 걸린 기간을 정리한 표다.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할까? 여러 해석이 존재하지만, 가장 유력한 썰은 “장, 단기 금리 역전이 이미 시장의 비관적 경기 전망을 반영한 결과”라는 것이다. 즉 ‘금리 역전 -> 침체’가 아니라 ‘침체 -> 금리 역전’으로 원인과 결과가 반대라는 소리다.

경기에 대한 비관적 전망이 시장에 드리우면서 안전자산인 미 국채, 그중에서도 돈을 오래 묶어두는 까닭에 이자율이 높은 장기채에 대한 수요가 높아진다. 찾는 사람이 많아지면? 수요-공급 원칙에 따라 가격이 높아진다. 채권 가격이 높아지는 건 채권과 금리의 반비례 관계에 따라 시장금리가 떨어지는 것과 같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서 단기채 금리가 장기채 금리를 추월한다는 것이다.

‘돈 안 돼’ 지갑 닫는 은행들

두 번째 근거는 은행의 대출 심사 강화다. 은행 대출금리는 장기채 금리와 경쟁 관계다. 돈 쓸 곳이 많은 기업은 단기보다 장기 자금 대여를 선호한다. 은행 대출금리가 높다면, 회사는 이보다 낮은 금리에 채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 게 이득이다. 그래서 은행은 회사라는 ‘우량 고객’을 놓치지 않기 위해 채권 시장금리 수준과 비슷하게 대출금리를 운영한다.

장기채 금리가 떨어지면, 대출금리도 떨어진다. 경쟁 관계에 있는 두 가게 중 한 곳이 음식값을 내리면 다른 곳도 내리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자와 수수료가 주 수입원인 은행에 대출금리 하락은 수익률 감소를 뜻한다. 은행은 저렴한 이자에 오랫동안 돈을 빌려주는 것을 피하고자 대출 심사 기준을 높인다. 시장에 풀리는 돈이 줄어들면서 불황의 전조인 ‘신용경색(기업이 금융기관에서 돈을 못 빌리는 상황)’이 찾아온다. 이 과정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경제는 수학이 아닙니다

가장 최근 장, 단기 금리 역전 현상이 일어난 건 2019년 8월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이던 2007년 이후 12년 만이다. 시장에선 “‘R(Recession, 불황)의 공포가 시작됐다”, “문제없다” 등 해석이 분분하지만, 최소 3년은 지나야 어느 쪽 말이 맞았는지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3년은 금리 역전이 불황으로 이어지는 데 걸린 기간들 중 가장 긴 기간이다.

‘문제없다’ 측에서 내세우는 주장은 크게 2가지다. 먼저 연준이 2008년 이후 3차례 진행한 양적완화(QE)의 여파가 이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양적완화는 중앙은행이 시장에 직접 돈을 공급하는 통화정책의 일종이다. 연준은 미국 중앙은행이다. 양적완화는 중앙은행이 시장의 국공채를 대량 매입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이때 높아진 국공채 수요가 장기채 금리를 서서히 떨어뜨려 현재에 이르렀다는 분석이다.

둘째는 미, 중 무역전쟁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라는 설명이다. 2018년 3월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수입제품 고(高) 관세 행정명령 서명으로 촉발된 무역전쟁은 중국의 희토류(스마트폰 등 첨단 기기 원재료) 금지 카드로 확전 양상을 띄다가 2019년 6월 G20 정상 회의에서 휴전에 합의하며 일단락된 상태. 전쟁 기간 시장의 위험성이 커지며 미국 장기 국채로 수요가 몰려 금리가 일시적으로 하락했다는 것이다.

경제는 수학처럼 명확한 답이 없다. 장, 단기 금리 역전이 침체의 징조일 수도, 해프닝일 수도 있다는 말. 확실한 건 ‘좋은 징조’나 ‘상식적 상황’은 아니라는 점이다. 수많은 원인과 결과가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움직이는 시장을 전망할 때 도움이 되는 지표 중 하나로 이해하는 게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