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차수당으로 본 회사규칙 VS 근로기준법

회사규칙에 따라 연차수당 절. 대. 못 주겠다는 사장님. 이래도 돼?

퇴사하고 퇴직금을 입금해주지 않아 ‘임금체불’의 불안을 안겨주었던 전 직장의 대표가 4개월 만에 또다시 연락해왔다. 요지는 이러했다.

❶ 퇴직금에서 세금을 빼고 줘야 하는데 다 포함해서 줬으니 세금을 계좌로 보내라. 
❷ 개인카드 지출증빙인 줄 알고 38,520원을 더 보냈으니 다시 돌려줘라. 

원래 내야 할 세금과 잘 못 지급된 금액이니 돌려주려고 하다, 왠지 억울한 마음이 들었다. 고작 몇 만 원이 아까워 무려 4개월 만에 연락한 그 사람. 그런데 왜 몇 백만 원이나 되는 내 퇴직금, 연차수당, 임금은 제대로 계산해주지 않은 거지? 야근 수당도 못 받고, 퇴사한다는 이유로 인상된 연봉도 마음대로 깎아버리고, 벤처기업이라는 이유로 이 업무 저 업무도 가리지 않고 시키더니 그깟 돈 10만 원이 아깝더냐? 
 
퇴직금만 받아도 정말 다행(?) 감사(?) 했던 마음이 4개월 만에 다시 와르르 무너졌다. 이에 질세라 지난번 ‘임금체불’ 기사를 작성하다 알아낸 몇몇 근로기준법을 들어 미지급된 2년 차에 해당하는 연차수당과 퇴직금 계산식이 잘 못되었음을 아느냐고 물었다. 

상황 1_연차수당

S.
연차수당 관련해서는 누락된 것인가요? 지난해 법 개정으로 인하여 1년 미만 근로 시에는…(중략) 2년 차부터는 15일의 연차수당을 지급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이는 고용노동부로부터 확인을 한 내용입니다.

사장. 
회사 규칙에 연차 부분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명시되어 있습니다. 아마 해당 부분은 3항에 해당되는 거 같네요.

상황 2_퇴직금 정산 기준일

S. 
퇴직금 역시 법적으로는 근로한 날일부터 계산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퇴직금 정산내역은 입사일로 잡으셔서 이 부분 회칙상 기준이 그런가요?

사장. 
회사규칙에 다음과 같이 명시되어 있습니다. 입사자들은 다 숙지하라고 출력물 전달하고 동의 사인받았습니다.

이렇게 명시되었다고 메시지를 보내왔다. 그러나 실제로 다르게 적용된 부분도 많았다. (이를테면 보험이라 던가…)

“직원들 동의 사인만 받으면, 정말 근로기준법 위에 회사규칙이 되는 걸까?”

도대체 회사의 규칙, 어디까지 허용되는 걸까? 불합리한 조건도 사인만 하면 효력이 있는 걸까? 전문가에게 SOS를 청했다. 

왕 노무사님 도와주세요!

S. 취업규칙이 근로기준법보다 위 일 수 있나요? 
W. 우선순위를 따지자면 근로기준법 > 단체협약(노동조합) > 취업규칙(회사규칙) > 근로계약서 입니다. ‘상위법 우선’의 원칙에 의해 노동자의 동의 사인을 받았더라도 취업규칙보다 근로기준법이 우선됩니다. 예외 사항이 있긴 한데 ‘유리의 원칙’이에요. ‘취업규칙이나 근로계약서의 내용이 근로기준법보다 노동자에게 더 유리하다!’면 취업규칙이나 근로계약서 내용을 따르게 돼요. 이건 학자들과 법의 판례에서 증명되고 있어요. 

제15조(이 법을 위반한 근로계약)
① 이 법에서 정하는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근로조건을 정한 근로계약은 그 부분에 한하여 무효로 한다.
② 제 1항에 따라 무효로 된 부분은 이 법에서 정한 기준에 따른다.

S. 그렇다면 지켜야 하는 회사규칙, 안 지켜도 되는 회사규칙을 구분하는 기준이 노동자에게 유리한가 불리한가 따져보면 될까요? 
W. 일반적으로 근로기준법에 명시된 항목이라면 그렇게 되겠죠. 예를 들어 연차나 임금 같은. 그렇지만 회사 내 징계, 규율과 같은 취업규칙은 근로기준법에 없는 항목이기 때문에 내용을 따져봐야 할 것 같아요. 

S. 솔직히 재직 중에는 취업규칙이나 근로계약서가 자신에게 불리한 내용이라고 해도 사인을 거부하기 힘들잖아요. 그럴 땐 어떻게 해야 할까요?  
W. 회사에 “잘못된 부분을 고쳐주세요” 말하기가 어렵죠. 대부분은 사후 대처를 하는 경우가 많아요. 보통 금전적인 문제라 노동청 진정서에 제출하거나 민사 소송으로 이어지게 돼요. 

S. 어쨌든 취업규칙이 만능법은 아니라니 다행이에요. 인터넷에서 이런 글을 보았는데요, ‘근로계약서대로 지켜지지 않으면 손해배상 책임 없이 자유롭게 그만둘 수 있다’는 글을 보고 이거다! 싶었거든요. 취업규칙이나 근로기준법에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내용인가요? 
W. 근로기준법 제19조
에 따라 근로계약서상 임금, 근로시간, 휴일, 휴가 등이 지켜지지 않으면 근로계약을 즉시해제할 수 있습니다.
손해배상 청구하려면 민사소송으로 진행해야 하는데 시간과 돈이 많이 드니까 부담되잖아요. 그. 런. 데. 이 ‘근로조건 위반’의 경우는 노동위원회에서 손해배상청구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민사소송과 달리 비용이 들지 않고 빠르게 처리될 수 있습니다.

제19조(근로조건의 위반)
① 제17조에 따라 명시된 근로조건이 사실과 다를 경우에 근로자는 근로조건 위반을 이유로 손해의 배상을 청구할 수 있으며 즉시 근로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② 제1항에 따라 근로자가 손해배상을 청구할 경우에는 노동위원회에 신청할 수 있으며, 근로계약이 해제되었을 경우에는 사용자는 취업을 목적으로 거주를 변경하는 근로자에게 귀향 여비를 지급하여야 한다.

S. 노무사님 저는 제 업무 영역이 아닌 부분도 많이 소화해야 해서 힘들었는데, 이 부분도 ‘근로조건 위반’에 해당하나요?
W. 그건 제19조를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아야 할 문제인데요, ‘제17조에 따라 명시된 근로조건이 사실과 다를 경우에’를 주목해야 합니다. 임금, 근로시간, 휴일, 연차유급휴가,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근로조건이 있습니다. 

제17조(근로조건의 명시)
① 사용자는 근로계약을 체결할 때에 근로자에게 다음 각 호의 사항을 명시하여야 한다. 근로계약 체결 후 다음 각 호의 사항을 변경하는 경우에도 또한 같다. <개정 2010.5.25.>
1. 임금
2. 소정근로시간
3. 제55조에 따른 유일
4. 제60조에 따른 연차 유급휴가
5.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근로조건

② 사용자는 제1항제1호와 관련한 임금의 구성항목, 계산방법, 지급방법 및 제2호부터 제4호까지의 사항이 명시된 서면을 근로자에게 교부하여야 한다. 다만, 본문에 따른 사항이 단체협약 또는 취업규식의 변경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로 인하여 변경되는 경우에는 근로자의 요구가 있으면 그 근로자에게 교부하여야 한다. <신설 2010.5.25>

그럼 대통령령은 무엇이냐 하면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8조입니다. 시행령에 따르자면 취업 장소와 업무라고 명시되어 있긴 합니다만, 논란의 여지가 있습니다. 대부분의 근로계약서에 업무가 포괄적으로 명시되어 있거나, ‘회사의 필요에 따라 업무는변경 될 수 있다’라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을 겁니다. 본인 업무 외 다른 업무를 시켰을 때 이것이 근로계약서상 업무내용을 지키지 않은 것인지 애매해지는 것입니다. 임금, 근로시간, 휴가 등은 명확하게 판단할 수 있어 비교적 해결이 쉽습니다. 

제8조(명시하여야 할 근로조건)
법 제17조 제1항제5호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근로조건”이란 다음 각 호의 사항을 말한다. <개정 2018.6.29>
1. 취업의 장소와 종사하여야 할 업무에 관한 사항
2. 법 제93조제1호부터 제12호까지의 규정에서 정한 사항
3. 사업장의 부속 기숙사에 근로자를 기숙하게 하는 경우에는 기숙사 규칙에서 정한 사항

결론, 불리한 취업규칙은 무시. 근로기준법에 따라 쓰지 않은 15일의 연차유급휴가 청구 가능!

덧붙이는 인터뷰 : 연차수당 꼭 받으세요

S. 연차수당 관련 개정 조항, 회사에서 마음대로 바꿔서 사용해도 되나요?
W. 2018년 5월 말, 개정 된 연차유급휴가 관련 근로기준법이 시행되었죠. 현재는 1년 근무하면 총 26개의 연차가 발생합니다. 회사의 규칙이 26일 보다 적다면 당연히 위법 사항이고요, 퇴직 후에도 노동청 진정 등을 통해 청구할 수 있습니다.

1년 미만 근무시, 1개월 만근 = 휴가 1일
만 1년 근무시, 휴가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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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 개정 근로기준법 설명자료

“고용노동부에 확인한 내용이라고 해도 ‘회사내규’라며 나의 계산법을 지적하던 사장님. 제가 맞다고 합니다. 별 하나에 회사의 성공, 별 하나에 전우애, 별 하나에 꿈을 키웠던 나의 지난날이 슬픈 까닭은, 회사규칙을 내세워서라도 돈을 주고 싶어 하지 않는 사장님의 마음이 느껴졌기 때문이겠지요.” 

성경에도 나와 있듯이 카이사르의 것은 카이사르에게. 나는 사장의 것은 사장에게 보내며 노동자의 도리를 다했다. 

그러니까 이제 사장님이 도리를 다 해야할 차례 아닐까요?

고마운 분

김왕영 노무사
(전) 전국건설노동조합 정책국장
(현) 파주시 비정규직노동자지원센터 상담실장
유튜브 <왕노무사TV>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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