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율 5% 특판 발행어음, 직접 해보니

아아, 부자가 되고 싶습니다.

IMF를 직접 겪지 않았어도, 어깨너머 들은 세대라면 ‘어음’ 무서운 줄 알 것이다. 베짱이 대리도 마찬가지. 태어나 한 번도 써본 적 없는 어음을 인생 금지어처럼 여기게 된 건 IMF 때 강제 시청한 뉴스의 기억들 때문이다. 아직 수학익힘책과 씨름하던 시절이라 IMF가 뭔지는 잘 몰랐지만, 어음을 못 갚은 기업이 줄도산을 맞았다는 기억만은 선명하다.

그런데 얼마 전 인터넷을 하다 놀랐다. 어음이 다시 인기라니! 나라에 또 망조가 드나 싶었는데, 아니었다. 이번엔 ‘발행어음’이라는 뉴페이스가 주인공이었다. 무려 연이율이 3~5%로 목돈 마련 도움은 물론, 하루만 맡겨도 약정수익률을 받을 수 있어 단기 이익을 원하는 고객에게 안성맞춤이라는 것!

발행어음이란 무엇인가

발.행.어.음. 풀네임은 ‘자기발행어음’이다. 포털사이트에서 검색해 보니 ‘종합금융회사나 증권사가 영업자금 조달을 위해 자체 신용으로 융통어음을 발행해 일반 투자자에게 매출하는 형식의 금융 상품’이라고 한다. 정신이 아득해지는 것 같아 더 쉬운 뜻풀이를 찾아봤다. ‘종합금융회사가 자금 조달을 위해 스스로 발행하는 어음’. 그렇다. 종금(종합 금융)회사가 ‘총알(돈)’ 마련을 위해 발행하는 증권이란 소리다.

발행어음은 아무 종금회사나 발행할 수 없다. 2016년 정부가 도입한 ‘초대형 투자은행(IB)’으로 지정될 경우에만 가능하다. 초대형 IB란 자기자본(총자산에서 부채를 뺀 것)이 4조가 넘는 곳을 말한다. 현재 이 조건을 만족하면서, 발행어음 판매 허가권까지 얻은 IB는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 단 3곳뿐이다.

발행어음은 초대형 IB사 입장에서 놓쳐선 안 될 카드다. 자기자본의 2배까지 자금을 모으는 게 가능하니까. ‘쩐의 전쟁’인 금융시장에서 ‘총알’과 같은 돈을 어마어마한 규모로 모을 수 있다는 데 이를 마다하는 회사는 바보다. IB 3사가 발행어음 마케팅에 공격적인 이유다.

적립, 약정, 수시… 그것이 문제로다

발행어음은 납입 방식에 따라 약정식, 적립식, 수시식으로 나뉜다. 약정식은 30일, 60일, 90일 등 원금을 종금회사에 보관할 기간을 정한 뒤 약속한 날에 이자와 함께 돌려받는 방식이다. 이 보관 기간을 유식한 말로 ‘거치기간’이라고 한다. 은행 예금처럼 거치기간이 길수록 수익률이 높다. 적립식은 1년간 매달 일정 금액을 넣은 뒤, 1년이 지나면 이자와 함께 돌려받는 방식이다. 수시식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원할 때, 원하는 만큼 돈을 넣는 방식이다.

수익률(이자)은 보통 적립식 > 약정식 > 수시식 순으로 높다. 가장 수익률이 높은 적립식 상품을 비교하면 아래 표와 같다. 참고로 발행어음은 미국 달러(외화)로도 살 수 있다. 이는 ‘외화 발행어음’이라고 하는데, 자세한 설명은 표 다음에 하겠다. 

외화 발행어음의 수익률은 원화보다 약간 더 높다. 단, 외화 발행어음은 달러로 매수하기 때문에 환전 수수료가 발생할 수 있고, 환차손의 우려가 존재한다. ‘환차손’이란 환율이 변하며 생긴 손해를 말한다. 1달 전에 1,200원 주고 산 1달러가 현재 1,000원에 팔린다면 베짱이 대리는 200원을 손해 본 거나 마찬가지다. 반대로 1,400원에 팔린다면 가만히 앉아서 200원을 번 셈. 이는 ‘환차익’이라고 한다. 외화 발행어음을 선택할 땐, 단순히 수익률만 보는 게 아니라, 환율 변동추이도 함께 고려해야된다는 뜻이다.

벌어보자, 나도, 돈

주니어가 태어나며 돈에 쪼들리게 된 베짱이 대리. 가계 보탬을 위해 IB 3사 중 하나의 앱을 받아 원화 발행어음 신청에 도전해봤다. 첫 번째 스텝은 증권계좌 만들기. 종합 매매계좌,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위탁계좌 총 3개의 선택지 가운데 베짱이 대리는 CMA를 선택했다. ‘안정성 높은 채권에 투자해 약정수익을 지급하는…’ 등의 친절한 설명보다 ‘권장’이라는 단어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잘 모를 땐 시키는 대로 하면 절반은 간다.

계좌 개설까지 걸린 시간은 단 3분! 신분증 촬영에 애를 먹지 않았다면(‘신분증 인식에 실패했다’며 자꾸 빠꾸를 먹었다. 어두운 배경에서 촬영하지 않은 게 이유였다) 더 줄었을 것이다. 참고로 계좌 개설 시간과 발행어음 매수 시간은 각 IB사마다 다르다. 계좌 개설은 24시간 가능하지만, 어음 매수는 회사 영업시간에만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베짱이 대리는 특정 조건으로, 특정 기간에만 파는 ‘특별판매’ 상품을 골랐다. 약정 수익률 5.00%에 최소 매수 금액은 10만 원! 만기는 180일이었다. 즉, 6개월 뒤에 투자한 돈에 이자 5%를 얹어 돌려준다는 것. 매달 10만 원을 넣는 조건으로 만기 예상 금액을 확인하니 세금(이자소득세, 주민세)을 떼고 이자(수익금)로 7,373원을 받을 수 있었다. 최대 가입 금액인 50만 원을 입력하니 세금을 뗀 이자는 3만6,573원이었다. 단, 만기 전 해지할 경우 수익률은 1.00%(IB사마다 다름)로 뚝 떨어지니 주의해야 한다.

수익금 대비 이자소득세가 많게 느껴지는 건 기분 탓(…)일 것이다.

이거는 알고 투자하자

발행어음은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예금보험공사의 보호를 받지 않기 때문에, 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도 있다. 또 발행사인 IB의 부도, 파산 시 원금을 잃을 가능성도 있다. 물론 자본 4조가 넘는 회사가 하루아침에 망할 가능성이 그리 크진 않지만, 세상일은 모르는 거니(흠)… 염두에 두는 게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