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자 독립기 ⑩ : 그래도 혹시 모르니 한번 들어가 보자 - PUNPUN

서울 여자 독립기 ⑩ : 그래도 혹시 모르니 한번 들어가 보자

등잔 밑에서 예산에 맞는 집을 찾았다

오늘 일기 3줄 요약
👆 혹시나 해 들어간 집이 마음에 들었다. ✌ 보일러, 새시, 화장실 리모델링까지 된 1층 집을 발견했다. 👌 예산도 맞아서 당장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등잔 밑이 어둡다는 말이,
집을 구할 때도 들어맞다니

더는 돌아다니기 힘들었고 점점 더 지쳐갔다. 말이 쉽지 지하철역 3개 정도의 거리를, 오전에 나와 해 질 녘까지 쉬지 않고 골목골목 누비고 돌아다녔다. 부동산이 보일 때마다 묻고 또 물었다. 그 돈으로 뭘 할 거냐는 뉘앙스에도 좀 지쳐있었다. 사람을 상대한다고 해서, 모두가 전셋집을 구해준 부동산 중개사무소 부장님과 같은 스타일은 아니었다. 뭐 저런 사람이 영업을 하나 싶은 부동산 중개사도 많았다.

“여기가 끝이야. 이제 여긴 뭐가 더 없어.”

함께 돌아다니며 몸과 마음이 지친 신랑에게 말했다. 그만 돌아가자고. 그렇게 골목골목을 돌아 길만 건너면 한강인 곳까지 도착해서야 포기를 외쳤다. 그런데 어둑해진 길가에서 불이 켜진 부동산 하나를 발견했다. 그리고 우린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이게 진짜 마지막이라며 문을 열었다. 엄마와 10년 동안 살던 아파트 단지, 바로 앞의 부동산이었다. 기억이 맞는다면 처음 그곳으로 이사 갈 때부터 있던 곳이었다. 살면서 한 번도 들리지 않았지만 그날, 지친 마음을 이끌며 처음으로 문을 연 것이다. 안에는 제법 나이가 있어 보이는 중개사가 앉아 있었다. 우린 거두절미하고 조건부터 말했다. 이내 답변이 돌아왔다.

“1층이긴 한데, 예산은 딱 맞아요. 4억 7천만 원.

(비록 1층이지만) 예산도 맞고,
리모델링까지 된 집을 발견하다

나는 1층인 점이 싫었지만, 신랑은 그래도 기왕 여기까지 왔으니 한번 보기나 하자고 했다. 갓 6시를 넘기는 무렵이었다. 그곳엔 세입자가 있었다. 이사를 한다면 기존의 세입자와 오고 나가는 시점을 조율해야 했다. 세입자는 7월 즈음 전세를 뺄 예정이었는데, 어차피 우리도 중간에 전세를 빼야 하는 상황이라 일정이 빡빡한 것보다 여유 있는 편이 좋았다. 처음 목표했던 상반기 이사와도 가까웠다. 무엇보다 예산이 맞지 않는가! 5억이라는 금액은 사실 대출이 가능한 상한선이었지, 우리 형편에 여유로운 금액은 아니었다. 대출을 2건이나 받지만 여전히 부담은 컸다.

(미련하게) 대출원금 균등으로 상환계획을 잡아 계산기를 두드려보니 내 급여 실수령액의 절반 가까이 원리금 상환에 밀어 넣어야 했다. 게다가 이사 과정에서 분명 새로이 사야 할 것도 많을 터였다. 공간이 늘어난 만큼 소파도 사게 될 거고, 전 세입자에게 15만 원 주고 산 벽걸이 에어컨으론 부족할 테니 고성능의 제품과 미루고 미룬 건조기도 사게 될 가능성이 컸다. 이사 비용에 이것저것 더하다 보니 지출 예상 금액이 한두 푼이 아니었다.

여기에 기본 생활비와 각종 보험료, 통신비, 그리고 이사 후 고정적으로 나갈 관리비와 유지비 등을 계산했다. 그러고 나자 밥을 먹고 차를 마시며 쓰는 개인적인 여유자금은 한 달에 30만 원도 채 되지 않았다.

물론 5억으로 계약하고 천만 원은 현금으로 따로 주는 상황까지 고려해야 할 정도로 시세가 쭉쭉 오르는 상황에서, 4억 대 후반의 집은 확실히 매력적이었다. 게다가 리모델링한 지 이제 3년 된 집이었다. 안쪽 새시도 싹 새것이고 도배나 장판의 상태도 나쁘지 않았다. 보일러도 그해 새 걸로 교체했다고 했다. 리모델링이 괜찮은지를 판가름하는 나름의 기준은 ‘욕실’이었는데, 이곳도 상태가 매우 괜찮았다. 전에 살던 전셋집에는 도배, 장판도 그대로 둔 채 들어간 나였다. 그냥 쓰지 뭘 굳이 바꾸냐 싶었다. (무엇보다 그럴 돈이 없었다.) 그런데 막상 말끔하게 뜯어고친 집을 보고 나니 뜻밖에도 마음에 들었다. 꽤 말이다.

드디어 (덜컥) 집을 계약하다

다만 저녁 시간에 본 게 마음에 걸려 다음날 점심 시간에 다시 한번 보기로 했다. 마음에 드는 괜찮은 매물을 발견했다는 말에 시어머니는 단번에 달려오셨다. 아들이 어떤 집에 살지 무척이나 궁금해하셨기 때문이었다. 전세, 월세는 내가 확신을 하고 구할 수 있었지만 매매는 달랐다. 큰돈이 들어갔고, 당장 가지고 있는 자금 전부가 전세보증금에 묶여 있어서 당장 계약금은 어른들께 현금으로 빌려야 했다. 입주 후에는 돌려드릴 수 있었지만, 그런 말조차 조심스러웠다. 물론 겉으로는 안 그런 척했지만.

“이만하면 도배 안 하고 들어와도 되겠다.”

먼저 말을 꺼낸 것은 어머님이었다. 난 욕실과 새시, 보일러 상태가 이 정도면 훌륭하다 싶었다. 그래서 도배나 장판은 사실 부수적인 문제였다. 나름 3년 전에 리모델링하며 이것저것 손대놓은 게 있어 스타일도 나쁘지 않았고, 원목 색상으로 맞춘 가구와 어울릴 것 같았다.

‘3천만 원이 남는다!’

사실 이 생각을 떠올리며 마음을 다잡았다. 1층. 벌레 많고 시끄럽고 사생활 보호는 더더욱 어렵고. 불편한 것 투성이지만 바꿔 말하면 아이가 태어나도 층간소음으로 누군가에게 민폐 끼치지 않고 맘껏 뛰어다녀도 된다는 장점으로 다가왔다. 그럼 그 정도는 감수하고 살 수 있을 듯했다. 그리고 리모델링 공사 후 3년이 지난 집이라면 앞으로 쭉 사는 데 전혀 문제가 없을 것만 같았다. 어쨌든 무려 3천만 원이 저렴했고, 예산이 가장 큰 장점이었으니까.

결국 그 주에 계약서 도장을 찍기로 하고 가계약금 100만 원을 걸었다. 사무실로 돌아와 일하면서도 괜히 머리가 붕 떠 있는 느낌이었다. 단지, 같은 사무실 누군가는 서초동에 집을 샀다는데, 난 고작 염창동에 집을 사면서도 이렇게 설렐 일인가 싶었다.

‘돈’과는 거리가 먼 예술계에서 머물다 뒤늦게 ‘재테크’에 눈을 떴다. 푼푼에서 ‘서른에 시작한 주식 오답노트’를 연재하며 수많은 재린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해외 주식 매수법’을 공개 했던 그가 재린이를 위한 부동산 이야기를 들고 돌아왔다. 내 집 마련하고 싶은 이들의 궁금증을 해소해 줄 ‘서울 여자 독립기’는 매주 수요일 푼푼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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