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자 독립기 ⑦ : 미련하게 전세 대출 갚는 여자 - PUNPUN

서울 여자 독립기 ⑦ : 미련하게 전세 대출 갚는 여자

결론은 '땅'이라는 걸 깨닫기까지

오늘 일기 3줄 요약
👆전세건, 월세건 결국은 건물주 배 불려주는 짓이라는 것을 깨닫는데 2년이 걸렸다. ✌ 그렇다. 그러니 집을 사야 한다. 👌 입지, 학군, 교통 이 3가지 요건이 갖춰져야 좋은 집이라는 건 알겠다.

전세로 살다, 문득 억울해졌다

대출상환을 미련하게 고집한 것은 사실 집을 사고 싶어서였다. 계기는 우연히 찾아왔다. 우편번호 검색을 위해 집 주소를 넣다가, 우연히 뜬 링크를 호기심에 열어 보았는데, 당시 내가 살던 다세대 빌라의 전세가 실거래 흔적이 떴다. 한국감정원이나 KB 리브온 같은 곳의 정식 데이터도 아니었다. 누군가 짜깁기하듯 모아둔, 매우 희한한 디자인의 사이트였는데, 6년 된 이 집의 첫 세입자 보증금이 1억이었다. 그리고 해마다 평균 1천만 원이 올랐고, 내가 입주할 때는 이미 1억 7천만 원이 넘었다. 지하철역 도보 5분 거리를 고려하면 꽤 괜찮은 가격이라 여긴 집이었다. 그때 머릿속에서 시뮬레이션이 돌아갔다.

(아마도 돈이 많았을) 건물주 아저씨는 땅이 있었거나 혹은 사서 빌라를 올리겠다 마음먹은 후에, 다른 자산을 담보로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건물을 세웠을 것이다. 그리고 다른 건물주들처럼, 전세 세입자를 받아 대출금을 메꿨을 것이다. 똑같은 구조로 10개의 집을 만들었으니까, 가격은 다 1억 원이었겠지. 그럼 건물대출금은 그 전세자금 10억 원으로 끝냈을 거고. 그리고 전세보증기간을 2년으로 잡고 해마다 1천만 원, 다시 말해 한 집에 2천만 원씩 올리며 세입자를 받았을 것이다. 그러면 1년에 1억, 6년이면 6억. 그렇게 늘어난 자산으로 또 다른 부동산을 사거나 차차 월세로 돌릴 준비를 했을 수도 있다. 전세보증금은 세입자 간 돌려 막기 구조니까. 어차피 전세를 돌리는 이상 건물주 아저씨가 들이는 돈은 관리비 말고 없다. 앉은자리에서 매년 1억 원씩 버는 셈이다. 약간의 마음고생과 소소한 노동만으로.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갑자기 미친 듯이 억울해졌다. 전세가 남의 배를 불리는 일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는데 아니었다. 월세보다 더 확실하게 누군가의 주머니를 불려주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월세는 이동이라도 쉽지. 전세는 금액이 커서 넣고 빼기도 간단하지 않다. 비슷한 신축은 또 끊임없이 올라가고 누군가는 6년 된 건물보다 돈을 더 주더라도 신축으로 가길 원할 테니까.

그 생각이 든 게 신혼여행을 다녀와서 한 달쯤 후였던 것 같다. 그래서 신랑에게 말했다.

“이 집 전세 계약 끝나면 그땐 무조건 집을 살 거야”

난데없는 선언에 신랑은 좀 당황한 듯했지만 큰 상관은 없었다. 집에 대한 니즈는 그에게도 있었으니까. 그게 2017년 6월쯤이었다.

집을 사기 위한 서울 여자의 준비

나에게 일상의 모든 것은 ‘쇼핑’으로 귀결된다. 결혼식 준비도 결국 끝없는 쇼핑의 연속이었다. 드레스와 반지를 그리고 한복을 쇼핑하는. 쇼핑은 언제나 즐거운 행위니까 힘든 일일수록 쇼핑과 결부시키는 게 버릇이었다. 월세도, 전세도 그렇게 쇼핑하듯 훅훅 해치운 나였지만, 집을 쇼핑하는 것은 좀 다른 문제였다.

빌라 전세도 2억 원이 필요한데, 대체 집을 사려면 얼마나 많은 돈을 들어가야 하는지, 어디서, 어떻게, 어떤 집을 사야 하는지도 몰랐다.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했다. 부동산 카페에 가입하고, 신문 기사를 읽어보고, 집을 사려면 어디에서 어떤 기준으로 골라야 하는지 찾기 시작했다. 언젠가 우연히 본 괜찮은 동네들, 한 번쯤 들어본 평이 좋은 동네들, 내가 사는 동네와 어려서 살던 동네들, 궁금한 게 한 두 가지가 아니었다. 큰 쇼핑을 해야 하는 만큼 공부도 많이 필요했다. 자산가치의 빠른 상승은 고사하고, 최소한 하락하지 않을 집을 사야 하니까 말이다.

그래서 일단 서울 지도를 살펴보기 시작했다. 소위 강남 8학군부터 목동, 광장동, 반포, 여의도, 마포, 중계동 등 살기 좋다는 동네들을 싹 검토하기 시작했다. 궁금했던 모든 동네의 시세를 파악하고, 부동산 카페에서 해당 지역을 검색해 올라온 글과 댓글을 확인했다. 이 동네가 왜 인기있는지 궁금했다. 사람들의 선호 이유가 분명 있을 것인데 그게 내 인생에 얼마나 영향력 있는 이유인지 확인하고 싶었다.

그러다 내린 결론. ‘어느 지역이 좋은 동네다’라고 이야기하는 기준은 크게 3가지였다.

결국은 ‘일자리’, ‘교육’, ‘교통’이었다

1. 일자리

직주근접과 상권. 일자리의 중요성과 가치를 설명하는 두 가지 단어다. 직주근접이란 일하는 곳과 사는 곳이 가깝다는 뜻으로,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이해할 것이다. 출퇴근을 위해 길거리에 뿌리는 시간을 돈으로 환산한다면, 월급을 조금 깎더라도 집과 가까운 회사를 선택하고 싶은 마음을. 혹은 월세를 더 내더라도 회사와 가까운 곳에 자리 잡고 싶은 마음을. 직주근접의 가치는 그만큼 크고, 직장이 자리한 곳과 삶의 터전을 최대한 가깝게 마련하고 싶은 마음은 다 같다.

출처: 서울연구데이터서비스

서울에서 일자리가 밀접한 대표적인 지역은 광화문, 여의도, 강남이다. 이 3개 지역을 잇는 삼각 지대가 핵심이다. 그러니까 많은 사람이 아침저녁으로 광화문, 여의도, 강남으로 갔다가 집으로 돌아간다. 그럼 이들은 어디서 살고 싶을까? 가족의 상황 같은 여러 이슈를 제외하고 생각하자. 해당 지역에 직접 사는 게 당연히 베스트다. 하지만 광화문, 여의도, 강남의 거주 비용은 예상처럼 엄청나다. 그리고 이 지역에 빠르게 도달할 수 있는 곳도 거주 가치가 그만큼 크다는 뜻이어서 너나 할 것 없이 원하고 자연스레 비용이 많이 든다. 게다가 사람이 많이 모이면? 자연히 상권도 발달한다. 강남대로의 상가 월세가 억 단위로 노는 것도 이 때문이다.

2. 교육

대한민국의 높은 교육열은 전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유학을 하다가도 방학 때면, 더 좋은 과외를 찾아 한국에서 보충수업을 듣는 나라다. 맹모삼천지교를 이보다 잘 따를 수 없는 국가다. 그런데 서울에서 맹모가 가장 선호하는 지역이 대치동과 목동이다.

출처: 국민일보 ‘서초 강남 아파트 공시가격 폭탄 맞았다…보유세 인상 불보듯’

서울시에서 가장 주목받는 학군은 강남교육청이 관할하는 소위 8학군이다. 그와 쌍벽을 이루는 지역은 강서교육청 관할의 목동. 이외에도 중계동, 광장동, 잠실 등 학군으로 주목받는 지역의 공시지가 증감률 현황을 보자. 해당 지역이 공시가격이 대부분 높은 비중으로 올라갔다. 시가가 매우 높게 뛰었다는 뜻이다.

서울만의 상황은 아니다. 대구의 유명한 학군인 수성동과 광주의 봉성동, 평촌신도시 등은 서울 못지않은 집값이 형성되어 있다. 소위 좋은 대학을 많이 보낸다는 고등학교에 배정받기 위해 해당 지역으로 이사하고, 연장선상에서 초등학교와 중학교 학군을 고민한다. 대한민국의 학부모는 공시가격도 쥐고 흔들 만큼 위대하다.

3. 교통

직주근접과 학군을 이해했다면 이제 이 둘을 어떻게 엮어야 하나 고민해야 한다. 자차 이동은 논외로 하고 대중교통, 특히 지하철에 주목해 보자. 누구나 한 번쯤 ‘역세권’이라는 단어를 들어봤을 것이다. 이는 지하철역에서 도보 이동이 가능한 거리를 뜻한다. 가장 빠르고, 깨끗하고, 저렴한 교통수단이 서울에서는 지하철이기 때문에 ‘역세권’ 여부는 중요하다. 지하철은 수도권 대부분의 주요 업무지구와 학군으로 단시간 내에 가장 많은 인원을 수송하는 교통수단이니까.

80년대 1호선에서 시작해 차곡차곡 건설을 시작한 지하철은 이제 서울의 경우, 9호선을 넘어 ‘김포선’, ‘경의선’까지 생겼다. 하지만 지하철의 전반적인 인프라를 설치하는데 상당히 많은 비용과 시간이 들기 때문에, 아직 노선이 깔리지 않은 곳에 대한 수요를 즉각적으로 채우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 보니 꼭 집을 사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역세권이 집을 고를 때 얼마나 중요한 요소인지를.

돌고 돌아 입지와 감가상각까지,
결론은 ‘땅’이었는데

이외에도 사실 한강뷰, 숲세권 등 여러 요소를 따져가며 집을 고르지만, 위의 3가지야말로 핵심적인 요소라고 파악했다. 그리고 그 3가지의 절대적인 가치가 바로 ‘입지’다. 지하철은 한번 설치하면 바꿀 수 없다. 또 일자리단지를 통으로 옮길 수 없고, 학교를 당장 어디로 이동시킬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렇듯 모든 설비는 ‘이미’ 거기에 있다. 그렇기에 거주할 곳을, 가장 중요시하는 포인트와 가까운 위치에서 선정하는 게 핵심이었다. 그러니 첫째도 입지, 둘째도 입지, 셋째도 입지였다.

여기서 생각해야 하는 게 또 있다. 바로 ‘감가상각’이다. 부모님과 살던 곳은 1994년에 태어난 아파트였다. 그곳에 2003년에 들어갔으니 나름 10년 이내의 괜찮은 조건이었다. 비교적 새것이었고, 주변 아파트도 비슷한 시기에 지어졌으니까. 그런데 지금은 25년이 훌쩍 넘은 늙은 아파트가 되었다.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건물을 부수고 다시 짓는 상황도 생길 수 있다. 그럼 건물의 가치는 사라진다. 완.전.히.

그리고 그곳엔 오직 ‘땅’만 남는다.

그렇다. 땅이다. 집을 고를 때는 예쁜 인테리어가 아니라 땅을 골라야 한다. 언덕이나 물가에 있는지, 지하철 혹은 회사, 학교와 가까운지. 그 모든 것들의 중심엔 땅의 위치, 즉 ‘입지’가 있다. 건물의 가치는 언젠가 소멸하지만 땅의 가치는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다.

실제로 아파트를 둘러보면 ‘대지지분’이라는 게 있다. 좁은 땅덩어리에 건물을 높게 세워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이 나누어서 이고지고 산다. 그럼 단독주택은? 땅을 나눠 살 사람이 없다. 오롯이 땅을 다 사야 그 위에 건물을 지을 수 있다. 그래서 아파트는 ‘대지지분’이 매우 적고, 단독주택은 담으로 두른 주택 외 모든 공간의 지분을 오롯이 소유한다. 그러니 아파트는 땅보다 건물을, 단독주택은 ‘땅’을 사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 낡은 건물이 의외로 수십억의 가치를 가진 것을 종종 볼 수 있는데, 그건 건물보다 땅의 가치가 더 많이 반영되었다고 생각하면 된다.

돌고 돌아 결론은 땅이다. 땅을 사야 한다. 이렇게 집을 쇼핑할 때 제일 중요한 것이 ‘땅’이라는 것을 깨닫는데 한 달 남짓의 시간을 보냈다.

‘돈’과는 거리가 먼 예술계에서 머물다 뒤늦게 ‘재테크’에 눈을 떴다. 푼푼에서 ‘서른에 시작한 주식 오답노트’를 연재하며 수많은 재린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해외 주식 매수법’을 공개 했던 그가 재린이를 위한 부동산 이야기를 들고 돌아왔다. 내 집 마련하고 싶은 이들의 궁금증을 해소해 줄 ‘서울 여자 독립기’는 매주 수요일 푼푼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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