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자 독립기 ⑥ : 미련하게 전세 대출 갚는 여자 - PUNPUN

서울 여자 독립기 ⑥ : 미련하게 전세 대출 갚는 여자

전세 대출금을 갚는 일이 종잣돈을 마련하는 방법이라고 착각했었다

오늘 일기 3줄 요약
👆 전세 대출금을 갚는 것 보다 주식이나 펀드처럼 재테크로 돈을 굴려 현금을 갖고 있는 편이 낫다 ✌ 전세 대출금 원금 상환만으로 강제 저축 및 월 납입 이자 삭감 효과 👌 전세 대출금 원금 및 이자 상환 금액은 소득공제 가능

저출산과 저금리가 만나 만들어낸 시너지는 위대했다. 1억이 넘는 돈을 빌리는데 한 달 이자가 20만 원 내외였다. 버팀목이라는 대출 상품 이름이 매우 적절하다고 느껴졌다. 버팀목 없이 삶을 이어가기는 쉽지 않으니까. 전세자금대출은 우리 삶에 매우 중요한 버팀목이 되어 주었다. 이름을 참 잘 지었다. 버팀목전세자금대출.

혼인신고, 이사, 집 정리, 무수히 많은 택배 받기, 각종 집들이를 겸한 청첩장 전달, 결혼식, 신혼여행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개인적으로는 혼인신고 이전에 논문과, 큰 회사 행사, 집 알아보기가 선행된 후의 결혼이었던지라 혼이 들락날락하는 시기였다. 모든 것으로부터 자유로워진 것은 신혼여행을 다녀와서 한 달쯤 후였다. 저녁 9시만 되면 정신을 못 차리고 뻗기 일쑤였고, 급기야 보약을 먹어가며 체력을 보존한 후에야 겨우 정신이 돌아왔을 정도였다.

그제야 우리의 경제 사정이 눈에 들어왔다. 우리는 전세자금 대출을 제외하고는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는 신혼부부였다. 그나마 남아있던 약간의 현금을 충동적으로 넷플릭스 주식을 매수하는데 밀어 넣고 나니 매달 월급을 제외하고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우리에겐 종잣돈이 없었다. 그나마 있던 돈도 전세보증금에 꽁꽁 묶여 있으니까, 월급만이 전부였다. 애초에 전세 대출을 받을 때 나의 마음가짐은 “최대한 많이, 최대한 빨리 대출을 갚아 나가자!”는 것이었는데, 만약 어떤 투자자가 나를 봤다면 “그것참 미련한 선택”이라고 말했을 것이다.

“그걸 왜 갚아? 갚을 돈을 차라리 저축하고 모으던가, 주식투자나 재테크로 불리던가. 더 많은 돈이 보증금에 묶이지 않도록 했어야지!”. 이 사실을 깨달은 건 한참 나중 일이었다.

나는 전세 대출을 갚기 위해 최대한 빨리 목돈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사고의 흐름은 이랬기 때문이었다.

“언젠가 더 큰 집, 더 나은 집으로 이사 갈 때는 추가 대출을 해야 할 텐데, 그러려면 기존에 갚아 둔 돈이 많아야 대출을 또 받을 수 있겠지?” 그렇게 1억을 만들어보고 싶었다.

(그래도) 전세 대출을 갚으면 이런 점은 좋다

① 강제로 목돈이 모인다

언젠가 홈텍스를 통해 찾아본 지난 몇 년간의 나의 총수입은 억이 훌쩍 넘는 돈이었다. 짧지 않은 사회생활, 제대로 등록된 수입은 얼마 되지 않았지만 그래도 10년이 넘어가니 1억은 족히 되는 것이었다. 1억이 남 일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기 시작한 건 그때부터였다. 1억 원을 만드는 것은 생각보다 간단한 일일 수 있다. 최소한 거기서 시작해야 뭘 해도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언젠가 엄마가 말씀하셨다. “처음엔 100만 원, 그다음엔 300만 원, 500만 원, 천만 원으로 모이고, 천만 원이 모이면 3천만 원, 5천만 원, 다음엔 1억이야. 그 고비만 넘기면 돈은 모이게 되어있어”

우린 그 수 많은 고비를 넘고 넘어 돈을 모아 보기로 했다. 그리고 그 증거로 이자가 적어지는 기쁨을 누리기로 했다. 그랬다. 대출을 갚는 것으로 우리는 종잣돈을 만들어 보기로 했다. 각종 생활비를 제외한, 저축 가능한 모든 돈을 대출 상환에 쏟아부었다. 나는 정기적으로 일정 금액을, 신랑은 돈이 생길 때마다 뭉텅이로 툭툭 쳐내기 시작했다.

② 월 이자가 적어진다

20만 원이던 월 이자가 10만 원으로 줄었다. 아이도 없고, 크게 사치하는 일도 없는 팔자이기에 그렇게 빚을 갚고 이자가 줄어드는 것을 보는 건 꽤 큰 기쁨이 되었다.

③ 연말정산 소득공제를 받는다

대출을 갚는 즐거움은 하나가 더 있다. 바로 연말정산에 소득공제 항목으로 반영이 된다는 것이었다. 물론 월세도 이것은 가능하다. 엄밀히는 월세는 세액공제 항목이고, 전세자금대출 원금 및 이자 상환액은 소득공제 영역이다.

물론 주택청약불입을 하고 있다면 주택청약금액 포함해서 300만 원까지일 뿐이지만. 소득공제 영역에 들어가 있다는 것은 왠지 월세보다 전세가 좀 더 삶의 필수적인 요소처럼 느껴졌다. 이 와중에 난 청약도 한 달에 20만 원씩 꼬박꼬박 넣고 있었다. 굳이 그럴 필요는 없었는데, 왠지 청약으로 목돈을 만들어보고 싶었달까?

※ 특별소득공제 > 주택자금 > 주택 임차차입금 원리금 상환액
무주택 세대의 세대주(세대주가 주택 관련 공제를 받지 않은 경우 세대원도 가능)인 근로자가 국민주택규모(1호 또는 1세대당 85㎡ 이하)의 주택(주거용 오피스텔 포함)을 임차하기 위하여 금융회사 등으로부터 차입한 일정 요건의 주택차입금의 원리금 상환액

1년이 거의 다 됐을 무렵 무려 원금의 절반을 갚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일단 모으니 순식간에 몇천만 원이 쌓였다. 혼자였으면 기약이 없었을 일도 둘이 하니 끝이 보이는 기분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 돈을 그냥 아마존 주식 같은 거나 좀 사놓고 있었으면 더 많이 모을 수 있었을 것 같은데 세상 고지식한 우리는 그렇게 미련하게, 굳이 전세금에 현금을 묶어가며 1년을 버텼다.

그렇게 다음 단계를 차곡차곡 준비했다. 빚을 갚는 즐거움이 언젠가 큰 괴로움과 위기로 올 수 있다는 것을 그때는 미처 몰랐다는 게 문제였을 뿐. 그 순간은 매우 즐거웠다. 인생의 첫 빚이었고, 그렇게 큰 빚은 무서웠으니까.

‘돈’과는 거리가 먼 예술계에서 머물다 뒤늦게 ‘재테크’에 눈을 떴다. 푼푼에서 ‘서른에 시작한 주식 오답노트’를 연재하며 수많은 재린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해외 주식 매수법’을 공개 했던 그가 재린이를 위한 부동산 이야기를 들고 돌아왔다. 내 집 마련하고 싶은 이들의 궁금증을 해소해 줄 ‘서울 여자 독립기’는 매주 수요일 푼푼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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