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자 독립기 ④ : 월세가 아깝다면? 전세다 - PUNPUN

서울 여자 독립기 ④ : 월세가 아깝다면? 전세다

투룸 빌라에서 신혼살림을 시작했다

오늘 일기 3줄 요약
👆월세가 아깝다면 전세 ✌ 월세로 집주인에게 주는 돈보다 전세자금 대출 이자로 은행에 주는 돈이 더 싸다 👌 아까운 전세 보증금을 날리고 싶지 않다면 등기부등본이 깨끗한 집으로 고를 것

부자 건물주가 있는 월셋집에서 2년을 살았다. 욕실이 좀 작고 추웠던 것이 유일한 흠이었던 나의 첫 집. 냉방병 걸리게 에어컨 빵빵하게 돌려도 전기요금은 3만 원을 넘지 않았고, 위아래 좌우 살림집 사이에 딱 낀, 최상의 배치 덕분에 겨울엔 보일러를 안 틀어도 크게 춥지 않은 호사를 누린 시간이었다. 급기야 이사를 결심 했을 때 생판 모르는 사람이 계약하게 하는 게 아까워 주위에 독립의사가 있는 사람에게 전화를 돌렸으니 말 다 했다.

누군가가 그랬다. 원룸은 집이 아니라 구멍이라고. 침실은 침실로, 거실과 주방은 거실과 주방으로 구분된 공간에서 살고 싶어졌다.

1.5룸은 구하기 매우 힘들었는데 대부분 신혼부부가 살법한 투룸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투룸은 월세보다는 전세가 더 많았다. 보증금은 역에서 아주 멀면 1.5억, 역과 가까우면 2억까지 갔다. 그러다 불쑥. 결혼하게 되면서 두 사람이 살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투룸으로 직진했다.

집을 구하는 과정은 어렵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구하는 단계가 처음보다 매우 심플했다. 최소한 지역은 확정을 지은 상태인 데다 2인 가구가 살 수 있는 집의 형태도 그다지 다양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파트 아니면 투룸 빌라였다.

물론 아파트는 꿈도 못 꿨다. 한 가지 다행인 점은 한 사람이 아닌 두 사람이 보증금을 준비할 수 있다는 것. 인생 첫 대출만으로 충분히 떨리고 떨렸던 그 날, 우리는 1억이 훌쩍 넘는 돈을 빌린다는 부담까지 더해져 무척이나 긴장했었다.

투룸 빌라 전세는요

다행히 투룸 빌라는 놀랄 정도로 선택지가 단순했다. 연식과 위치. 이 2가지고 아주 미묘하게 보증금 수준이 갈렸기 때문이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전세 보증금은 지하철역 기준 도보 10분이 넘어가면 1.5억 수준, 역으로 가까워질수록 2억에 가까운 금액으로 올라갔다.

투룸 빌라의 스펙은 대략 이러하다.

  • 5층 내외
  • 엘리베이터 O
  • 완전 신축(첫 입주)의 경우, 제법 큰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기본으로 장착(때론 천장형 에어컨도 있음)

이 정도면 따로 살림을 사지 않아도 될 수준이 아닌가?

원룸 월세는 크기, 위치, 안전장치 등 다양한 옵션이 있었지만, 투룸은 평면도도 놀라울 정도로 비슷했다. 신축으로 가면 갈수록 옵션도 거의 비슷하다. 집 장사를 하는 이들이 전략적으로 똑같은 구조의 집을 서울 여기저기 깔아 놓고 위치별로 돈을 벌고 있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서울 여자의 선택은요

중개사 부장님이 가지고 있는 매물은 좀 더 비싸고, 좀 더 새것이었으나 나는 좀 더 오래되었고, 좀 더 멀리 있지만 베란다가 있고, 앞이 비교적 시원하게 트인 6층짜리 빌라를 선택했다.

나에게 가장 중요한 옵션이 있는 집
북향이었지만 바로 옆 고등학교 운동장 쪽으로 베란다 창이 나 있어서 저녁노을이 근사했다. 베란다에 대한 니즈를 아시는 부장님의 마지막 추천 매물이었다. (이렇게 자신이 꼭 원하는 조건을 어필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사 나갈 때도 잘 나갈 집
당시 거주하던 세입자분은 지하철과 비교적 가까운 입지, 전통시장의 활용, 베란다에 세탁기와 각종 물건을 빼면 집안이 훨씬 쾌적하다는 것을 어필하셨다. 다른 층에는 없는 베란다라며. 난 어디든 이사 들어갈 때보다는 나갈 때가 중요했다. 나중에 이사를 나올 때 수월할 집을 최선을 다해 고른다면 좋은 집일 거라고 생각한다.

원래 살던 분들은 2살 내외의 아이와 부부였는데 왜 이사를 가냐는 말에 “아이가 뛰니까 층간소음으로 말이 너무 많아져서 집을 샀어요”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층간소음은 각오하고 시작할 일이었다. 비록 옵션은 없었지만, 전에 살던 세입자가 달아놓은 에어컨을 인수하기로 하고 계약을 했다.

그리고 건물주가 부자인 집

계약 직전 부동산 부장님께 여쭤보았다.

“건물주 아저씨 어때요? 부자예요?”
“예. 그럼요. 관리도 철저해요”

아예 다른 곳에 출근하시는 법이 없는 건물주 아저씨는 건물 주위를 매일 돌아다니면서 관리를 하셨고, 여기 외에도 다른 아파트가 또 있다고 하셨다. 우린 부자 건물주를 좋아했다. (전편 참고) 월세 보증금은 금액이 적기라도 하지, 전세보증금은 건물에 담보가 잡혀있거나 하면 자칫 문제가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등기부등본이 깨끗한 집

이사할 건물의 등기서류는 매우 깨끗했다. 만약 부자인 건물주가 이 건물을 담보 잡아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더라도 그 전에 확정일자를 받고 입주를 한다면 보증금을 확보할 수 있는 최소한의 권리는 보장된다. 물론 보장된 권리가 보증금을 즉각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가능성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최소한 대출사기 같은 무서운 말이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는 우울한 상황은 피할 수 있지 않겠나. 보증금 500만 원과 1억 8천만 원의 무게는 다르다.

그렇게 건물주 바로 아래층에서 우리는 신혼살림을 시작했다.

‘돈’과는 거리가 먼 예술계에서 머물다 뒤늦게 ‘재테크’에 눈을 떴다. 푼푼에서 ‘서른에 시작한 주식 오답노트’를 연재하며 수많은 재린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해외 주식 매수법’을 공개 했던 그가 재린이를 위한 부동산 이야기를 들고 돌아왔다. 내 집 마련하고 싶은 이들의 궁금증을 해소해 줄 ‘서울 여자 독립기’는 매주 수요일 푼푼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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