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자 독립기 ③ : 월셋집을 고를 때 중요한 것 - PUNPUN

서울 여자 독립기 ③ : 월셋집을 고를 때 중요한 것

진짜 독립을 위해, 10일간 33곳을 돌며 깨달은 사실

오늘 일기 3줄 요약
👆 전셋집 알아볼 때는 부동산, 카페, 앱(App) 등 가능한 모든 채널 이용(발품 팔기) ✌ 조건이 자세할수록 만족도 높은 집 구할 확률 UP 👌 집주인이 부자면 더 좋다

전편에서 어렵게 세대 분리에 성공했지만 나의 사소한 게으름으로 임대주택을 놓쳤다. 몇 개월간 꾸준히 임대공고가 나는지 챙겨봤어야 했는데. 아니 정확하게는 놓쳤는지 아닌지도 모르게 4~5개월의 시간이 흘러갔다. 핑계라면 일이 바빴다.

그사이 이직으로 인해 아주 약간의 연봉의 인상이 이루어졌다. 그리고. 나는 1인 가구 소득 기준에서 탈락했다. “아니, 나는 아직도 이렇게 가난한데. 어찌하여 왜 때문에! 임대아파트 1순위 신청자가 못되냔 말이다!” (물론 배부른 소리였다.) 나는 정부가 제시하는 절대적인 조건도 충족하지 못하는 애매하게 커트라인 밖으로 밀려난 도시생활자가 되었다. 이제 나의 독립은 저 멀리 멀어지는 것이로 생각하고 조신하게 회사생활을 시작했다.

1년의 세월이 흐른 어느 날, 부모님께서는 성동구와 강서구를 오가며 식당을 운영하는 것이 버거우셨는지, 식장 근처로 이사 가겠다고 선언하셨다. 그렇게 10여 년을 운영하셨으니 당연히 너무 힘들고 지치시는 건 당연했다. 동생도 결혼으로 독립을 한 후라 문제는 나였다. 거기서 여의도는 또 어찌 다녀야 하나.

“어차피 독립하기로 한 거. 엄마 아빠 이사하실 때 나도 하겠소”

그리고 자취 경험 20년의 친구를 데리고 집을 보러다니기 시작했다. 나는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독립 전문가가 필요 했기 때문이다.

집을 알아보는 방법은 3가지

제일 고전적인 방법은 부동산 중개인을 통하는 방법이었다. 부동산 중개인에게 찾아가 내가 원하는 금전적 조건과 지역을 이야기하면 가능한 매물을 차로 데리고 다녀주었다. 1시간이면 4곳은 볼 수 있었다. 2번째 방법은 네이버 카페 ‘피터팬의 좋은 방 구하기’ 카페에 올라온 매물을 찾아다니는 것이었다. 원하는 지역명을 매일 검색했고, 실시간으로 올라가는 집들을 전화로 예약하고 방문했다. 3번째 방법은 부동산 중개 애플리케이션 ‘직방’을 이용하는 것이었다. 직방에 올라온 매물을 보고 방문을 원한다고 연락하면 방문 시간을 예약하고 해당 부동산과 만나 돌아다니는 것이었다. 제일 많이 활용한 방법은 직방을 보고 전화해서 해당 부동산이 가진 다른 매물을 둘러보는 것이었다.

✅ 지역을 고를 땐 회사를 기준으로

회사 출퇴근을 기준으로 반경 15km 이내를 두고 대략의 지역을 결정했다. 대중교통 이용을 위해서 그 안에 포함된 지하철역 2~3개를 기준으로 반경 1km 이내로 잡았다. 2차 후보로는 그래도 뭔가 좀 젊은 사람들이 많이 살 것 같은 홍대와 합정동, 성산동 일대였다.

부동산에 전화해서 대략의 금액을 알려주고 미팅 예약을 잡으면 짧은 시간에 3~4곳을 보여주었다. 퇴근 이후나 주말에는 피터팬에 올라온 매물을 보러 다니는 것이었다. 점심 시간과 퇴근 이후, 저녁 시간을 총동원해 몇몇 지역을 탐색한 결과, 난 강서구 9호선 주변에 정착하기로 마음을 먹고 본격적으로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 오피스텔

혼자 살기 좋은 크기로 제일 먼저 떠올린 건 ‘원룸’이었다. 언젠가 드라마에서 본 것 같은 적당히 넓고 기본적인 전자제품이 옵션으로 들어가 있는 전망 좋은 방. 그런 원룸은 흔히 오피스텔이라 불리는 건물들이었는데, 보증금 1~2천만 원에 월세 50만 원, 관리비 10만 원 선이 평균인듯했다. 10년 차 오피스텔은 인기가 없는지, 워낙 건물에 물건이 많아서 그런지 공실인 상태의 오피스텔을 보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공실이라 더 넓어 보였고 넓었음에도 그다지 커 보이지 않았다. 대충 10년 차 연식의 오피스텔 정도면 사람이 살만한 공간을 제공한다는 것을 깨닫는데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 도시형 생활주택

2009년부터 짓기 시작한 도시형 생활주택은 1인 가구를 위한 미친 듯이 작은 원룸이었다. 신축이 대부분인 원룸은 도시형 생활주택이었는데, 이런 방은 모든 것이 새것이지만 매우 작고, 비쌌다. 보증금은 중요하지 않았다. 집주인이 원하는 것은 월세였다. 지은 지 1년 이내의 오피스텔은 오피스텔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할 정도로 숨 막히게 작았다. 이미 보아온 오피스텔의 반밖에 안 되는 작은 규모. 침대 하나 놓고 나면 그 옆에 빨래 건조대 세울 곳도 없어 보이는 작은 방이었다.

실평수 4평도 채 안 되는 작은 공간에 벽에 다닥다닥 수납공간이 붙어있었다. 세탁기, 냉장고, 에어컨 같은 설비들을 갖추고 있었지만 그게 큰 장점으로 다가오지 않았다. 심지어 다닥다닥 닭장처럼 지어진 통에 채광이 엉망인 곳이 대부분이었다. 대낮에 보러 가도 창을 열면 바로 앞이 벽이거나 건물이었다.

✅ 다세대, 다가구 주택

더러는 한 집에 출입문을 쪼개서 들어가는 듯한 집도 있었다. 건물주가 건물에 사는 경우가 많았고, 누군가는 그것을 단점으로, 누군가는 그것을 장점으로 꼽았다. 건물의 스펙은 천차만별이었고, 위치에 따라 규모나 엘리베이터 유무 등에 따라 컨디션은 다양했다. 아쉬운 점도 많다. 골목골목 들어가야 했고, CCTV나 엘리베이터가 없는 경우도 흔했다. 늦은 시간 귀가가 잦았던 사람인지라 대로가 아닌 골목 깊이 들어가는 구조는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가격이 괜찮거나 방이 유달리 크다거나 하는 경우들은 아무래도 오래된 다세대 주택에 더 많았기에 고민이 많을 수밖에 없었다.

누군가가 그랬다. 부동산 가격은 빅데이터의 산물이라고. 아주 미묘한 위치, 서비스, 구성의 차이에 따라 가격은 섬세하게 바뀐다. 아파트가 아니어도 말이다. 최소한 원룸을 금액은 어느 정도 평준화되어 있었지만, 안전장치나 위치, 건물의 노후 정도, 크기가 편차가 컸다.

전셋집 구하면서 알게 된 놀라운 TMI

✅ 월세와 보증금은 조율할 수 있다

건물주에게 의사만 있다면 월세와 보증금은 조정할 수 있었다. 그러니 월세를 기준으로 필터링해서 보는 것이 무의미했다. 보증금 조정 의사가 있는 건물주인지 아닌지부터 확인하는 것이 순서였다. 월세가 세다 싶어도 일단 집부터 보기로 했다. 집이 마음에 들면 돈은 어떻게든 맞춰보지 싶었다. 전ㄴ기요금이나 수도요금, 혹은 인터넷 요금 등이 포함되어 있는지 정도는 아주 사소한 문제였다.

✅ 베란다 있는 집은 (당연히) 비싸다

물론 다들 난처해했다. 이야기했던 조건은 신의 직장 같은 조건이었다. 일단 베란다에서 걸렸다. 요즘 만드는 집들은 크나 작으나 베란다를 만들지 않았다. 집이 작을수록 잡다한 짐을 보관할 창고 공간이 필요한데, 그런 공간이 없으면 어떻게 해도 집이 지저분해진다. 심지어 칼바람의 겨울, 찜통 여름을 견디려면 베란다는 필수인데 말이다. 베란다는 단순히 잉여공간이 아니다. 나의 짐과 빨래를 가려주는 곳이고, 추위와 더위를 막아주는 완충지대였다.

나중에 알았다. 베란다가 있는지 없는지에 따라 세금이 다를 수 있다는 사실을. 지인은 왜 때문에 요즘은 베란다가 없는지 모르겠다는 나의 푸념에 “돈 때문이지. 베란다가 있는 집과 그렇지 않은 공간은 분류하는 이름이 엄밀히는 달라요. 세금도 다르고. 당연히 베란다가 없는 쪽이 세금이 더 싸죠”. 아. 돈 있는 자들은 정말 섬세하다. 이런 작은 차이로 인해 세상의 베란다가 사라지게 된 것이라니.

✅ 살고 싶은 집에 대한 기준을 상세하게 세울수록 만족도가 높아진다

부동산에 문의할 땐 막연하게 “원룸 알아보고 있어요”가 아닌, 원하는 조건을 상세하게 말하는 것이 중요하다.

“9호선 주변에 보증금은 XXX만 원, 월세는 XX만 원 전후면 되구요. 조율 가능하니 일단 매물을 먼저 보고 이야기할게요. 관리비는 적을수록 좋지만 아니어도 괜찮으니 크게 신경 쓰지 않으셔도 돼요. 관리만 잘 되어있으면 연식이 오래 되도 괜찮아요. 실평수가 넓은 집을 선호해요. 옵션이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까지면 되고요. 없어도 무방해요. 베란다가 있으면 베스트구요!”

난 그렇게 밤낮을 가리지 않고 집을 보러 다녔다. 직방에 있는 매물을 보고 “혹시 이 집 보여주실 수 있어요?”라고 거꾸로 묻는 여유도 생겼다. 대부분의 부동산들은 다 서로를 잘 안다. 본인의 매물이 아니어도 다른 부동산의 매물도 통해서 소개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경우 내가 내는 수수료에는 차이가 없었지만, 중개사로서는 원래 매물을 갖고 있던 중개사와 수수료를 나누어야 하므로 본인이 가지고 있는 매물을 더 추천하기도 한다.

10일간 33곳을 돌며 결정한 집은?

우여곡절 끝에 나는 맨 처음 본 집으로 결정했다. 결국 무수한 삽질의 시간은 내가 본 첫 집이 얼마나 훌륭한지를 가늠하기 위한 과정이었다. 최종결정을 하기 전 후보에 두던 두 집이 공교롭게도 같은 중개사가 소개해준 곳이었는데, 계약 직전 중개사에게 물었다.

서울 여자 : “만약 여동생분이 독립한다면, 어딜 추천하시겠어요?”
중개인 : “맨 처음 보신 집이요”
서울 여자 : “그럼 거기로 할게요”
중개인 : “잘 생각하셨어요. 그리고 건물주분이 부자세요. 그거 되게 중요해요”

지금 다시 생각해도 정말 내가 원하는 조건에 완벽한 집이었으며, 원룸 생활을 해본 이들에게 집에 관해 설명하면 하나같이 “그런 집이 어딨냐”고 말할 정도로 흡족한 집이었다.

5층짜리 건물에 3~5층이 거주 공간이었고 건물 앞뒤가 트여있어서 창문과 문을 열면 환기가 기가 막혔다. 남서향이라 볕도 제법 잘 들었고, 현관과 화장실 바로 앞에 무려 중문이 있었다. 3.5m X 5m의 크기에 물론 에어컨, 냉장고, 세탁기까지 있었고 집에서 쓰던 가구들도 넉넉히 들어갔다. 베란다가 별도로 딸려 있었고 엘리베이터가 있는데도 관리비가 없었다.

다세대 주택들을 다니다 보면 용적률을 맞추기 위해 맨 위층에 원래는 야외여야 하는데 대충 가림막을 만들고 베란다라고 팔아넘기는 집들도 있는데 여긴 진짜 제대로 만든 베란다였다. 모든 원룸마다 다 베란다가 있었다.

집주인이 직접 말하기를 계약자는 여자만 받고, 월세는 10년간 한 번도 변동 없이 45만 원이었고 앞으로도 보증금 상향 조정은 없는 대신, 월세도 올리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10년 된 건물인데 건물 신축 때부터 쭉 사는 세입자도 있다고 했다.

결정적으로 지하철 출구에서 뛰면 2분 거리. 이 정도면 정말 역대급 초역세권이다. 엘리베이터가 있는데 관리비가 없는 경우도, 원룸인데 중문에 베란다까지 있는 경우는 자취생활 20년씩 한 사람들도 손에 꼽는 조건이었다.

월셋집 계약 마무리를 위해 들른 주인집에는 100인치는 족히 되는 TV가 2개가 있었고, 그중 하나가 내가 머물던 건물을 포함한, 건물주가 보유하고 있는 인근 건물 3개를 관리하는 CCTV를 보는 용도였다. 오가며 보이는 CCTV가 과연 유의미한 것인가 늘 의구심이 있었는데 집에 문제가 생겼을 때 두말하지 않고 깔끔하게 상황정리를 해주시는 프로 임대러였다. 마곡에 땅이 넓었는데 그게 개발이 돼서 부자가 되셨다나? 건물관리 못지않게 돈 관리도 깔끔하셔서, 연말정산에도 무리 없었고, 두루 좋았다.

그렇게 발품을 판 끝에 나의 첫 독립은 전에도 없고 앞으로도 없을 프로 임대인을 만나며 힘찬 출발을 시작했다.

‘돈’과는 거리가 먼 예술계에서 머물다 뒤늦게 ‘재테크’에 눈을 떴다. 푼푼에서 ‘서른에 시작한 주식 오답노트’를 연재하며 수많은 재린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해외 주식 매수법’을 공개 했던 그가 재린이를 위한 부동산 이야기를 들고 돌아왔다. 내 집 마련하고 싶은 이들의 궁금증을 해소해 줄 ‘서울 여자 독립기’는 매주 수요일 푼푼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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