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자 독립기 ② : 어느 날 독립이 찾아왔다 - PUNPUN

서울 여자 독립기 ② : 어느 날 독립이 찾아왔다

대한 독립, 아니 서울 여자 독립 만세! 세대 분리와 임대주택을 공부했다

오늘 일기 3줄 요약
👆독립에 눈 뜬 이유 ✌ 임대주택 공부해보니 👌 무주택 세대주가 되고 싶어서 한 일(세대주 개념 스터디)

나 “난 결혼하기 직전까지 절대 집 밖으로 나가지 않을 거야.”
엄마 “결혼 전의 독립은 ‘가출’인 거 알지?”

처음으로 독립을 고민하기 시작했던 건 서른세 살 때였다. 긴 프리랜서 생활끝에 취직하면서 스스로에 대해 깨닫게 된 사실이 하나 있는데, ‘난 안정적인 삶을 추구하는 인간’이라는 사실이었다. 아마 “부모님과 함께하는 삶”은 대단히 큰 힘이 되었던 것 같다.

결혼 전까지 독립은 없다고 생각했던 가장 큰 이유는 경제적인 부분 때문이었다. 당시 보증금 500에 월세 35짜리 사무실을 구하러 다녔던 적이 있는데 그때 현실을 마주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난 왜 이렇게 가난할까?”, “좀 더 싼 사무실을 구하려고 원룸까지 봐야 해?”. 당장 굿을 해도 그 집에 깃든 혼령을 다 내보내지 못할 것 같은 음침한 사무실 자리부터 산꼭대기 반지하 월세방까지. 10여 곳을 버라이어티하게 뒤지고 나서 겨우 구한 곳도, 두세 팀이 월세를 나눠 내야 겨우 버틸 수 있었다.

당연한 소리지만 사이즈가 크면 위치가 엉망이고, 조건이 좋으면 월세가 너무 비쌌다. 사무실 월세도 겨우 내는 수입에 굳이 독립까지 해서 월세까지 내는 것은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었다.

난 늘 엄마 집에 얹혀산다고 이야기하곤 했다. 생활비 한 푼 못 내는 가난한 프리랜서는, “그럴 거면 지금이라도 공무원시험 준비를 하라”는 부모님의 압박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해서 딱 잘 시간에 들어가 잠만 자고 나왔다. 아침에 눈 뜨면 사무실에 와 앉아서 안정을 찾곤 했다.

취직을 하고 사무실 월세에 대한 부담으로부터 벗어나자 얄팍하게도 독립이 하고 싶어졌다. “월급도 받겠다. 이제 독립 한번 해볼까?” 서른세 살 나이에 결혼은 쉽지 않을 것 같았다(물론 더 늦은 나이에도 결혼할 수 있다는 것은 매우 뒤늦게 깨달았고 말이다). 단순했다. 나는 나의 공간이 필요했다. 그리고 최소한의 비용으로 독립을 하기 위해서는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 했다.

그래서 알아보기 시작한 것이 임대아파트였다

임대아파트는 예나 지금이나 경쟁이 매우 격하게 치열하지만, 그래도 경제적 조건이 맞다면 지금보다는 당첨 가능성이 크던 시절이었다. 어설픈 원룸보다는 정부가 보증하고 관리하는 임대아파트 쪽이 훨씬 좋아보였다. 그런데 많아도 너무 많은 임대아파트의 종류들… 임대아파트를 빌리는데도 공부가 필요했던 것. 임대의 방식이나 주체에 따라 준비해야 하는 조건이 너무 달랐다. “그래, 일단 서울에서 살아야 하니까, SH 사이트를 정독해보자!”.

SH = 서울주택도시공사 : 서울에 있는 임대아파트를 관리와 운영하는 주체라고 생각하면 된다. 임대아파트, 분양 등을 담당하는 회사라는 것까지 파악하고 서울에 분포한 임대아파트의 위치를 확인했다.

의외로 꽤 많은 지역에 임대아파트가 운영되고 있으며, 많은 임대아파트가 단지 전체가 아니라 큰 단지의 일부에 부분부분 분포되어 있었다. 신축 아파트를 지으면서 그중 일부를 정부에 임대아파트로 제공하는 정책이 시작한 이후였던 것이다. 물론 서울 중심부에 있는 아파트는 거의 없었다. 대부분 서울의 외곽이었다.

‘여기서 회사까지 어떻게 다니지?’라고 생각했지만, 사실 지금 생각해보면 못할 일도 아니었다. 내가 당시 부모님과 살던 지역이 교통이 좋았기에 그게 아니면 다 별로라고 생각하고 지원할 생각도 하지 않았다. 배부른 생각이었다. 지금의 나라면 이렇게 말했겠지. “보증금도 한 푼 없는 주제에 그게 무슨 배부른 소리야!”

임대아파트의 종류는 많았지만, 대충 영구임대, 공공임대, 국민임대, 장기전세 등으로 나뉘는 것 같았다. 여기에 SH가 소유하지는 않지만 보증금이나 전세금 지원 같은 방식도 가능했다.

✅ 유형별 임대주택 공급(2020. 8월 기준, SH서울주택공사)

건설형 임대주택

▶영구임대

  • 소득1분위 이하 생계의료수급자용
  • 공급면적 : 전용 25㎡~49㎡이하
  • 임대의무기간 : 50년

▶공공임대

  • 이주 대책자, 청약저축가입자
  • 공급면적 : 전용 84㎡이하
  • 임대의무기간 : 50년(특별), 20년(일반)

▶국민임대

  • 근로자 평균소득 70% 이하 서민 계층용
  • 공급면적 : 전용 59㎡이하
  • 임대의무기간 : 30년

▶장기전세

  • 중산층용 최대 20년 거주 전세형 임대주택
  • 공급면적 : 전용 129㎡이하
  • 임대의무기간 : 20년

▶행복주택

  • 젊은층 주거안정 위한 신개념 임대주택
  • 공급면적 : 전용 19㎡~45㎡이하
  • 임대의무기간 : 6년(젊은층)~20년(고령자 등)
  • 매립형 임대주택

▶재개발임대

  • 민간 재개발 주택 매입임대
  • 공급면적 : 전용 59㎡이하
  • 임대의무기간 : 50년

▶다가구, 원룸매입임대

  • 민간 다가구, 원룸주택 매입 후 재임대
  • 공급면적 : 전용 84㎡이하
  • 임대의무기간 : 20년

임차형 임대주택

▶장기안심주택⑴

  • 보증금 지원형 임대(시비 지원)
  • 공급면적 : 전용 60㎡이하
  • 임대의무기간 : 최대 10년

▶장기안심주택⑵

  • 리모델링 지원형 임대
  • 공급면적 : 2인 이상 : 85㎡이하
  • 임대의무기간 : 최대 10년

▶기존주택 전세임대

  • 전세금 지원형 임대(국비 지원)
  • 공급면적 : 전용 85㎡이하
  • 임대의무기간 : 최대 20년

SH의 임대는 시민의 주거 안정을 위한 것이었다. 주거 안정이 쉽지 않은 사람, 그러니까. 경제적으로 소득수준이 낮은 사람을 위한 조건이 대부분이었다.

결론적으로 나 같은 사람을 위한 공간은 아니었다

기초생활수급 대상자 정도는 되어야 신청이 가능한 조건이었다. 나의 소득 조건으로는 국민임대나 공공임대가 가능했다.

공공임대의 신청 자격 조건은 입주자 공고일 기준 서울특별시에 거주하고 있으며, 소득 및 자산보유 기준에 부합해야 하고, 청약저축에 가입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가장 중요한 점은 무주택 세대 구성원이어야 한다는 것. 소득과 자산, 청약 가입 조건은 충족되어있었다. 문제는 ‘무주택 세대’ 조건. 나는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었기 때문에, 우리 집에 주택담보대출이 산처럼 걸려 있다 할지라도 유주택인 상태였다. 나는 무주택이지만, 내가 속한 세대는 유주택이었기 때문에 신청 자체가 불가능했다.

국민임대도 다르지 않다. 제 1조건이 서울 거주, 성년, 무주택 세대의 구성원으로 소득, 자산 등의 기준에 부합되는 사람이었다. 소득기준을 충복하는 건 그다지 어렵지 않다. 연도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1인부터 8인 가구까지 가구 수에 따라 기준 금액이 있고, 그 이하면 되는 거였다. 나의 소득은 전혀 문제 되지 않았다. 자산도 전혀 없고. 또! 문제는 내가 속한 세대였다.

무주택 세대의 구성원.
그게 아니면 무주택 세대주,
나에겐 그 조건이 필요했다

그렇다고 내가 임대아파트에 들어가야 하니 부모님께 집을 파시라고 말할 수도 없고. 그때부터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그래 가족으로부터 세대 분리를 하면 되잖아. 그게 뭐 어려워?” 싶었지만 오산이었다.

난 일단 세대에 대한 개념이 없었다. 세대란 매우 행정적인 기준이었다. 주민등록상에 있는 혈연(혹은 입양)가족이 한곳에 거주하는 것을 세대라고 부른다.

일단 세대가 분리되려면 3가지 중 하나의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먼저 만 30세 이상의 나이에 세대를 분리하고 있는 경우, 두 번째는 나이와 상관없이 결혼을 하거나, 결혼 후에 사망이나 이혼 등의 사유로 1인 가구가 된 경우, 그리고 나이, 결혼 여부와 무관하게 1년간 월수입 70만 원 이상의 독립된 생계를 유지하는 경우이다. 이 3가지 조건의 공통적인 필수요건은 주소지가 달라야 한다는 것이다.

당시 내가 부모님과 함께 살던 곳은 아파트였다. 하나의 문을 갖고 드나든다. 집이 분리된 구조가 아니라는 뜻이다. 각자 별도의 출입구를 가지고 층을 달리하거나, 층이 같아도 역시 별도의 출입구를 가지고 호수가 다르다든가 하는 차이를 가지고 있는 경우라야 세대 분리가 가능하다.

그러니까 옆집이건 윗집이건 최소한 다른 집에서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일반적인 아파트는 그런 구조가 불가능하고, 설사 세대 분리를 했다 하더라도 결혼하지 않은 상태에서 같은 집에서 살고 있다면 세대 분리라는 개념을 적용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각종 카페를 통해 검색해 내린 유일한 방법은 내가 실제로 월세든 전세든 독립을 해서 주민등록을 별도로 하는게 아니라면, 친척이나 다른 친지의 누군가의 집에 주민등록을 옮겨 세대를 분리하는 것이었다.

결국 나는 독립의 의사를 밝히고, 세대 분리에 성공했다. 그렇게 어렵게 옮긴지 1년도 되지 않아 진짜 독립을 하게 될지도 모르고 말이다.

‘돈’과는 거리가 먼 예술계에서 머물다 뒤늦게 ‘재테크’에 눈을 떴다. 푼푼에서 ‘서른에 시작한 주식 오답노트’를 연재하며 수많은 재린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해외 주식 매수법’을 공개 했던 그가 재린이를 위한 부동산 이야기를 들고 돌아왔다. 내 집 마련하고 싶은 이들의 궁금증을 해소해 줄 ‘서울 여자 독립기’는 매주 수요일 푼푼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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