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님 나빠요! 임금체불의 모든 것

퇴직 후 3주 째. 아직도 전 직장에서 퇴직금이 입금되지 않았다.

지난 일 년간 정말 열심히 일했다. 10명 미만의 작은 회사였지만 젠틀맨이라고 소문난 사장님과 열정 넘치는 동료들이 있어 즐거웠다. 그런데 회사에 이직을 말한 그날 이후, 십 년이 넘는 직장 생활 중 가장 비이성적이고 놀라운 갑질을 경험하게 됐다. 세상에, 임금체불이라니!

삼포세대 두 번 울리는 임금체불 공화국

‘알바비를 못 받았다, 사장이 파산해서 월급을 떼였다, 퇴직금을 3개월에 걸쳐 겨우 받았다’는 썰(?)들이 내 이야기가 될 줄이야! 알고 보니 해마다 임금체불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대한민국은 심각한 임금체불 우범지대였다.

미국, 일본과 같은 선진국과 비교했을 때 체불임금 규모는 3배, 체불률은 최대 8배에 달한다.

내 노동력 돌려줘! 체불된 임금을 받기 위한 여정

돈을 받기 위한 과정은 험난하다. 어떤 친구는 임금체불 소송을 진행하면서 ‘세상에 내 편은 없다’는 생각까지 들었다고 한다. 나 역시 반쯤 포기한 상태였는데 선배가 그랬다. 

네가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그 회사에 남아 있는 다른 동료들을 위해서라도.

그렇게 체불된 임금을 받기 위한 여정이 시작되었다.

임금체불이 발생했을 때 입증해야 하는 핵심 내용은
내가 받기로 한 임금과 실제로 받은 임금이 다르다는 것입니다.
– 청년유니온, <나를 지키는 노동법> 중

1단계, 최대한 많이! 증거 확보하기

임금 관련 증거자료
근로계약서, 급여명세서, 통장입금내역, 채용공고
근로시간 관련 증거자료
출퇴근 일지, 교통카드 이용내역, 사내 메신저 기록
고용주 관련 증거자료
이름(회사명), 주소, 연락처, 법인등기부등본, 사업자등록증

이 모든 자료가 없어도 고용노동청에 신고할 수 있지만, 임금체불 조사 과정이 자신에게 유리할 수 있도록 많은 증거를 모으는 것이 중요하다.  
Tip ‘돈’을 입금하지 않는 고용주에게 임금체불 사실을 알린다. 전화로 통화하기 보다 증거로 활용할 수 있는 문자나 메시지가 좋다. 

2단계, 고용노동부 관할지청에 신고 + 진정서 작성

온라인으로 신고하기

신고가 접수되면 담당 근로감독관*이 배정되고 실제 임금체불 여부에 대한 조사가 진행된다. 이 조사 과정 중에는 [나 – 사장 – 근로감독관]이 한자리에 모이는 대면 조사 과정이 포함되어 있다. 
*근로감독관은 누굴까? 근로기준법에 따라 관리 감독하는 노동계의 특별사법경찰관! 임금체불 사건이 발생했을 때 조사, 임금 지급 명령, 사법처리의 권한이 있다. 
Tip 임금체불 진정서를 작성할 때 1단계에서 수집한 증거자료를 첨부하여 제출하면 좋다.

직접 방문하여 신고하기

직접 고용노동부 관할지청에 방문하여 임금체불 진정서를 작성하는 방법도 있다. 경찰서도 사건이 일어난 지역에 따라 서초경찰서, 노원경찰서 등 관할구역을 나누는 것처럼 고용노동청도 회사(일한 곳) 주소를 기준으로 관할지청이 정해진다. 
Tip 관할지청 조회 바로가기 
고용노동부 민원마당  민원정보 ▹ 관할관서찾기 ▹ 지방노용노동관서

3단계, 그래도 ‘돈’을 주지 않는다면? 민사소송하기

근로감독관의 지급 명령에 불복종, 즉 돈을 안 주면 이 사건은 검찰로 넘어간다. 그런데 검찰은 형사처분에 관한 재판을 주관할 뿐 내 돈을 받아 주진 않는다. 그래서! 우리가 동시에 진행해야 할 일이 바로 민사소송이다.

월평균 임금이 400만 원 미만이라면 민사소송 준비는 한결 수월해진다. 소송 준비부터 국선 변호사 선임까지 모두 제공하는 대한법률구조공단의 무료법률 서비스가 있기 때문.

  • 대한법률구조공단 (국번없이) 132
  • 체불임금사건 전자접수 바로가기

4단계, ‘떼인 돈 먼저 드립니다’ 체당금 제도 활용하기

소송이 끝났다고 해서 양심less 사장이 바로 ‘돈’을 입금해줄리 만무하다. 이때 이용할 수 있는 제도가 ‘체당금’으로, 고용주로부터 받지 못한 돈(노동의 대가 – 임금, 퇴직금 등)을 국가가 한도 내에서 노동자에게 먼저 지급해주는 제도다.

체당금 제도는 상황에 따라 ‘회사가 망해서 받지 못한 돈’을 1,800만 원 한도 내에서 지급하는 일반체당금과 ‘회사 상황과 관계없이 받지 못한 돈’을 1,000만원 한도 내에서 지급하는 소액체당금으로 나뉘는데, 그중 혜택 범위가 넓어진 소액체당금 제도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아보자.

신청조건
□ 퇴직자일 것
□ 6개월 이상 운영된 회사에 다녔을 것
□ 민사 승소 확정 판결문을 지참할 것

상한액
□ 임금 + 퇴직금 + 휴업수당 = 1,000만 원까지
□ 임금(휴업수당) 또는 퇴직금만 신청 시 700만 원까지
※ 유의할 점 2019년 이전에 판결 받은 임금체불건에 대해서는 400만 원까지 지급된다.

지급항목
□ 퇴직 전 3개월 치 임금 / 휴업수당
□ 퇴직 전 3년 치 퇴직금

신청기간
□ 퇴직한 날의 다음날로부터 2년 이내 민사 소송을 제기해서 승소 판결을 받을 것 
□ 판결을 받은 날로부터 1년 이내에 소액체당금을 신청할 것

몇 푼 안된다고, 신고 과정이 귀찮다고, 포기하지 말자. 오늘도 나쁜 사장들은 우리의 그런 심리를 이용해서 습관처럼 임금체불을 한다. 

‘돈 독 올랐구나, 인정머리가 없네, 빚쟁이 같이 왜 그래, 기다려봐, 나눠서 줄게, 요즘 사정이 힘들다’라는 말에 위축 되지 말자. 성실하게 나의 시간을 바친 대가는 당당해야 한다.  

무료 상담과 도움 받기

고용노동부
(국번없이) 1350, 1350.moel.go.kr/home

서울노동권익센터
02-375-0001, www.labors.or.kr/counsel/online/page/1

청년유니온
02-735-0262, youthunion.kr/xe/counsel

청소년근로권익센터(만 15세~만 24세 대상)
1644-3119, www.youthlabor.co.kr/partTime

민주노총 서울본부 노동법률 지원센터
02-2269-0947, seoul.nodong.org/xe/board_Czap20

*<서울>이라고 표기되어 있는 센터에서도 지역과 상관 없이 임금체불 상담 가능
*그 외에도 각 지역의 공공기관에서 운영 중인 노무사 무료상담 제도 이용 가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