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당주로 살펴본 ‘주식 투자’의 역사

배당의 역사에 얽힌 흥미로운 기록들도 찾아보았습니다.

‘시세 차익’과 함께 주식 투자의 중요한 기준이 되는 ‘배당’. 배당의 매력은 만기까지 금리가 변하지 않는 채권과 달리, 투자한 기업의 실적에 따라 매년 받는 돈이 달라진다는 점에 있다. 실제로 초창기 주식회사들을 살펴보면, 주식 투자의 방점이 ‘시세 차익’보다는 ‘배당’에 찍혀 있음을 알 수 있다.

동인도회사, 최초의 배당금을 지급하다

세계 최초의 주식회사인 네덜란드 동인도회사(1602~1799). 동인도회사는 설립 첫해부터 배당을 시작했다. 회사가 주주들에게 처음 약속했던 배당 수익은 3.5%. 그러나 이 약속은 ‘좋은 쪽으로’ 지켜지지 못했다. 무려 6배 더 많은 20%의 평균 수익을 안겨준 것이다.

네덜란드 동인도회사는 회사인 듯, 회사 아닌, 회사 같은 회사였다. 네덜란드 정부로부터 조약 체결, 군대 편성, 요새 축조, 동양 무역 독점권 등 막강한 권한을 위임받아 정부 기관에 가까운 권력을 행사했다. 이런 든든한 배경이 있었기에 동인도회사는 1602년 초대 주주 모집을 시작한 지 5개월 만에 암스테르담에서만 1,143명의 주주를 모을 수 있었다.

네덜란드 동인도회사는 주주들에게 엄청난 배당 수익을 안겨줬다. 1602년부터 1696년까지 동인도회사가 기록한 평균 배당 수익률은 20% 안팎이었다. 쉽게 말해 1,000만 원어치 주식을 갖고 있다면 매년 평균 200만 원을 배당금으로 받았다는 소리다. 특히 설립 4년 차인 1606년에는 무려 75%의 배당 수익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네덜란드 동인도회사 주식 실물. 출처 <위키피디아>

1,000억 빚 갚으며 배당한 L&MR

산업혁명 시절에도 배당주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다. 세계 최초의 도시 철도, 세계 최초의 현대적 철도 등 다양한 수식어가 따라다니는 영국 리버풀-맨체스터 철도(L&MR)가 대표적인 예다.

L&MR을 건설한 리버풀-맨체스터 철도 회사도 네덜란드 동인도회사 정도는 아니지만, 주주들에게 상당한 배당 수익을 안겨줬다. 1846년 다른 회사와 통합될 때까지 15년간 연평균 9.5%의 배당 수익률을 기록한 것. 심지어 초창기 3년간은 공사비용 1,000억 원을 갚아가며 배당 수익을 지급했다고 하니 놀랍지 않을 수 없다.

한 번의 배당으로 ‘조(兆)만장자’ 되다

400년이 넘는 ‘배당의 역사‘에는 흥미로운 기록이 많다. 특히 최대 관련 기록은 매년 경신되는 모양새다.

개인이 수령한 역대 최대 배당금은 2019년 12월 중국 최대 부동산 그룹인 헝다그룹의 쉬자인(許家印) 회장이 받은 21억 달러(약 2조 5,000억 원)다. 쉬 회장은 단 한 번의 배당을 통해 이 같은 거액을 챙겼는데, 이는 쉬 회장이 헝다그룹 지분의 78%를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쉬 회장은 2017년에도 100억 위안(약 1조 6,000억 원) 이상의 배당금을 챙긴 것으로 추정된다.

개인이 아닌 다수의 주주가 받은 역대 최대 배당금은 2004년 마이크로소프트의 320억 달러(약 38조 원)로 알려진다. 하지만 이 기록은 곧 깨질 가능성이 높다. 상장 절차가 진행 중인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가 2020년도 750억 달러(약 88조 원)의 배당을 계획하고 있기 때문. 750억 달러는 현재 전 세계 시가총액 1, 2위를 다투는 애플의 2020년 배당 예정액보다 5배 정도 많은 금액이다.

2018년 방한해 문재인 대통령과 악수를 나누는 칼리드 알팔레 아람코 이사회 의장. 출처 <청와대>

그렇다면 우리나라 기업 중 주주에게 한 번에 가장 많은 배당금을 지급한 곳은 어딜까? 맞다. 모두의 예상대로 삼성전자다. 삼성전자는 주주들에게 2018, 2019년 총 9조 6,192억 원을 배당금으로 줬다. 이는 2018년 코스피, 코스닥 상장사가 지급한 배당금 총액(22조 9,781억 원)의 약 1/2에 달하는 수치다.

죽지 않는 ‘배당 좀비’들

해외에선 100년 넘게 배당금을 지급하고 있는 회사들을 묶어 ‘배당 좀비(The Dividend Zombie)’라고 부르기도 한다(‘배당 좀비’에 대해 더 궁금하다면 Click!). 회사의 꾸준한 배당성향을 좀비의 끈질긴 생명력에 빗댄 것이다.

이들 중에는 무려 204년 동안 배당금 지급을 거르지 않은 회사도 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의 수도 사업체 ‘요크 워터 컴퍼니(York Water Company)’는 1816년부터 2019년까지 단 1년도 거르지 않고 배당을 해왔다. 기네스 기록이다. 요크 워터는 2019년에도 주주들에게 주당 0.7달러(약 827원)를 배당했으며, 2020년에도 약 4% 정도 배당금을 인상할 예정이다.

배당주의 역사를 되짚으며 새삼 깨닫는 사실 하나. 주식에 투자한다는 것은 시세 차익뿐만 아니라, 자신이 투자한 기업이 1년 동안 거둔 결실을 함께 공유한다는 의도도 있다는 것. 만약 기사를 읽고 배당주 투자에 흥미가 생긴다면 이 기사(‘찬바람이 부니까 배당주를 해보려고 합니다’)를 참고해보자. 아직 바람이 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