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머니>로 엿본 그때 그 사건, 론스타 스캔들

희대의 사건으로 논란이 많았던 그때 그 경제 이야기를 영화로 만났습니다!

얼마 전 개봉한 영화 <블랙머니>가 개봉 열흘 만에 150만 관객을 돌파하며 200만 명을 향해 달리고 있다. 이 영화의 포인트는 2003년에 실제로 있었던 ‘외환은행 매각 사건’을 배경으로 당시의 과정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는 것! 영화를 통해 재조명된 경제 이야기에 대해 짚어봤다.

Prologue# 바람 앞의 촛불 시절

영화 <블랙머니>는 2003년~2012년에 우리나라에서 실제로 발생한 경제 이슈를 바탕으로 한다. 1997년 IMF 사태 이후인 그 당시 국내 경제 상황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IMF 측은 금융구제를 하는 대신 우리나라 정부에 금융 긴축 정책을 시행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금리 조정과 초강력 구조조정뿐 만 아니라, 부실한 자산과 채권으로 어려운 상황에 놓인 국내 기업 및 시중 은행들을 외국 자본에 매각하고자 했다. IMF의 요구 사항을 이행하는 것과 동시에 해외 자본을 국내로 끌어들이려던 노력이기도 하다. 정리 대상 리스트에 오른 많은 기업 중 하나가 바로 외환은행이었다.

Scene#1 70조가 넘는 은행이 1조 7천억에 팔려?!

영화 <블랙머니> 스틸 컷

양민혁 검사/ 말이가. 70조짜리가 무슨 1조 7천억에 넘어가.
 
최검사/ 말이 안되지. 근데 그렇게 넘어간 근거가 팩스 다섯 장.
대한은행에서 금감원으로 보낸 허위보고서.
BIS 비율 조작 서류.
 
양민혁 검사/ BIS가 뭐야?
 
– 최검사와 양민혁 검사의 대화 中

주인공인 양민혁 검사(조진웅)는 심상치 않은 금융 범죄에 대해 알게 된다. 이 사건을 파헤치는 것으로 영화 스타트! 문제의 사건은 자산 가치가 70조나 되는 은행이 고작 1조 7천억에 넘어갈 상황에 처했다는 내용이다. 여기서 등장하는 ‘팩스 다섯 장‘, 바로 ‘BIS‘라는 문서다. 이 문서로 인해 70조의 은행이 1조 7천억으로 둔갑한 것이다. 이게 어떻게 가능할까?

그러니까 영화 속 사건의 핵심은 BIS 비율을 원래보다 낮게 조작한 문서 때문에 그럭저럭 잘 있던 은행이 곧 파산할 수도 있는 심각한 은행이 되어버린 데에 있다. 실제로도 외환은행 측에서 금감원에 전달한 BIS 비율 문서가 존재했다고. 당시 자료에 따르면, 2003년 5월 27일 자 외환은행의 BIS 비율은 8.44% 수준이었고, 6월에는 9.14%로 올랐다. 그런데 7월에 갑자기 BIS 비율이 5.42%까지 떨어졌다. 이 수치만 보면 누구라도 외환은행 재정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 조작인지 아닌지 밝혀지지 않았지만, 어쨌든 이후 외환은행은 미국계 사모펀드인 론스타에게 넘어간다.

Scene#2 은행이 넘어갔다!

영화 <블랙머니> 스틸 컷

김나리 변호사/ 매각 과정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 금융위원회의 최종 발표 장면 中

그런데 왜 BIS 비율 수치가 사건의 중심에 있을까? 영화에서는 이 연결성에 대해 자세히 다루지 않았지만, 이 수치여야만 하는 중요한 이유가 있다. BIS 비율이 낮아 위험한 은행이라는 평가를 받아야만 매각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은행법상 비금융을 주력 자산으로 가진 산업자본은 은행의 대주주가 될 수 없다. 그러니까 돈이 많다고 해서 누구나 은행의 주인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소리! ‘은산 분리의 원칙‘ 때문이다.

영화 속 스타펀드와 실제 론스타는 산업자본의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니 애초에 은행을 가질 수 있는 자격부터가 없었던 것이다. 헌데 실제로도 매각이 진행됐고, 영화에서도 김나리 변호사(이하늬)가 은행이 넘어가는 것에 문제가 없다는 금융위원회의 최종 결정을 발표하며 스토리가 이어진다.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은 예외 조항 때문이다. 은행의 재정이 부실해져 운영에 문제가 생길 경우에 한해서만 산업자본이 은행의 주인이 될 수 있다. 즉, BIS 비율 수치가 낮아 위험한 은행이라는 평가를 받는다면 산업자본이라도 은행을 인수할 수 있다는 것. 실제로 BIS 비율 전망이 기준치 이하로 떨어진 외환은행은 부실 평가를 받았고, 이에 따라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할 수 있었던 것이다.

Epilogue#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

영화 <블랙머니> 스틸 컷

론스타가 우리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ISDS 국제 소송이 아직 진행 중이다.
여기서 패소할 경우 5조 원에 이르는 금액을 국민의 세금으로 배상해야 한다.

– 영화의 엔딩 자막 中

영화는 여기서 마무리된다. 금융위원회와 김나리 변호사(이하늬)의 최종 발표에 분노한 양민혁 검사(조진웅)가 반대 시위를 위해 모인 전국금융노조와 기자들 앞에 가지고 있던 증거 자료를 모조리 뿌린다. “나는! 고발한다!”라는 외침과 함께. 그 뒤로 올라오는 엔딩 자막으로 이 사건이 어떤 상태에 와있는지 파악할 수 있다.

론스타가 우리나라 정부를 상대로 국제투자분쟁해결기구인 ICSID에 국제 소송을 제기했고, 소송은 현재 진행형이다. 외환은행 매각 과정에서 우리나라 정부가 승인 결정을 늦추는 바람에 론스타가 크게 손해를 입었다는 것이 주된 이유다. 론스타는 우리나라 정부에 손해 배상금으로 한국 돈 약 5조 원을 요구하고 있다. 7년째 이어져 온 이 소송은 이제 곧 절차 종료 선언이 이루어질 예정이라고 한다. 

검색창이나 경제 뉴스에서 이 소송의 종료 시점이 아마도 올해 연말 즈음일 것이라는 내용이 나온다. 시기적절하게 개봉한 영화 <블랙머니>로 인해 다시 떠오른 경제 이슈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아마 대부분 그렇겠지만, 어떻게 마무리될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