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좋을 때면 경마장으로 향한다. 서울을 벗어나 과천의 무성한 초록도 만끽하고, 달리는 말을 보며 회사 일도 잠시 잊는다. 무엇보다 ‘돈 생기면 뭐 할까’라는 기분 좋은 상상이 도파민, 세로토닌, 아드레날린 같은 온갖 행복 호르몬을 뿜어내니까.
경마, 어떻게 하는 거야?
처음부터 경마의 룰을 알 고 간 것은 아니었다. 언제나 소금과장을 움직이는 건 작은 호기심일 뿐. 다행히 현장에서 경마의 룰을 설명해주는 강의가 매시간마다 진행되고 있었다. 단승, 복승, 삼쌍승 등의 용어를 알아야만 베팅을 할 수 있고 재미있다. 우선 간단하게 설명하면 ‘상위 세 마리 중 몇 위까지 맞출 것이냐’가 경마의 핵심이다.
단승 : 1등 말 맞추기
연승 : 3등 내 한 마리 맞추기
복승 : 1등, 2등을 순서 상관없이 맞추기
쌍승 : 1등, 2등을 순서대로 맞추기
복연승 : 1등, 2등, 3등 내에 들어올 말 중 두 마리를 순서 상관없이 맞추기
삼복승 : 1등, 2등, 3등을 순서 상관없이 맞추기
삼쌍승 : 1등, 2등, 3등을 순서대로 맞추기
위와 같이 7가지 경우로 베팅할 수 있다. 대체로 연승 < 단승 < 복연승 < 복승 < 삼복승 < 쌍승 < 삼쌍승 순으로 배당금이 높다. 순서 상관없이 상위권 말을 맞추는 것보다 순위까지 완벽하게 맞추는 게 어려우니 선택하는 사람들이 적은 것. 경마의 재미는 ‘배당금이라는 파이를 몇 명이서 나눠 먹을 것인가’에 있다.

말에 대해 뭘 알아야 베팅을 하지.
다른 투자와 마찬가지로 경마도 베팅을 결정하려면 정보가 필요하다. 주로 두 가지를 확인한다. 우선 말의 상태. 경마장 한 편에서는 다음 경기에 나갈 말들이 워밍업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오늘 컨디션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 ‘말벅지’를 봐도 잘 모르겠다면 경마 책자를 구입해 데이터 분석에 몰두하자. 경마 책자는 당일 인쇄소를 거쳐 나온 따끈따끈한 정보지로 1,000~2,000원에 구매할 수 있다. 서울, 부산, 제주 등 그날 열리는 전국구 경기가 시간별로 정리되어 있고, 새벽 훈련 조교의 코멘트와 건강 상태, 전문가들의 예측, 말들의 이전 경기 실적까지 모두 쓰여있다. 책자마다 전문가 리스트가 다르기 때문에 경기별 예측도 다 다르다. 몇 번 사다 보면 나름 궁합이 맞는 책자를 고를 수 있게 된다. 개인적으로는 〈에이스 경마〉를 좋아한다. 단순히 가독성이 가장 좋기 때문이다.
소금과장은 전문가들의 예측은 배제하고 통계만 본다. 경주마들도 장거리 전문, 단거리 전문이 있기 때문에 이번에 진행되는 경기와 같은 거리를 뛰었을 때 과거 실력이 어땠는지부터 살핀다. 그다음에 최근 거세나 부상과 같은 맘 고생, 몸 고생이 없었는지도 확인한다. 우리도 이별의 아픔이나, 통증이 있으면 일의 능률이 안 오르듯이, 아무리 실력 좋은 경주마라고 해도 개인 사정이 있다면 영향을 받을 수 있으니 감안해야 한다.

얼마를 어떤 확률에 걸 것인가.
경기 시작 시간이 다가오면 전광판으로 각 경우의 배당률과 대부분의 사람들이 어떤 말을 밀고 있는지 알 수 있다. 단승에서 배당률이 가장 낮은 말이 해당 경기의 슈퍼스타다. 상위권 말을 1마리 맞추는 연승은 성공 확률이 크지만 배당이 좋지 않다. 대부분 1.x 배~3.x 배 정도. 즉, 경마에서 중요한 건 1등을 맞추는 게 아니라 ‘몇 배를 벌기 원하는가’와 ‘원하는 수익을 위해 어느 정도의 손해를 감수할 수 있는가’다. 위험을 최소화하고 본전만 버는 게 좋다면 계속 안전한 연승에 투자하는 게 맞고, 위험을 감수하고 높은 수익률을 원한다면 배당금이 높은 삼쌍승 쪽에 투자하는 것이다. 게임 몇 번 해보면 본인의 투자성향을 파악할 수 있다.
경마는 카지노 도박보다 주식, 부동산 투자와 비슷하다. 과거 데이터를 바탕으로 현 시장 상황을 살펴 미래를 예측하는 거니까. 하지만 정확도는 부동산, 주식, 경마 순이다. 경험상 경마의 변수가 가장 크다. 10게임 중 절반은 전혀 예측 못한 말들이 1등이 되기 때문.
소금과장은 최대 70배까지 성공했다. 부러움은 넣어둬도 된다. 대부분 200원, 300원씩 투자하는 미니멀한 간의 소유자이기 때문. 70배가 터졌다해도 21,000원. 큰 위험을 감수할 수 없는 투자성향이라 주로 확신이 가는 한 마리를 정하고 그 외 유망주 말들과 짝지어 복연승에 도전하곤 한다. 이런 방식으로 하면 보통 10배~20배 정도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 10번 중에 한 번만 성공해도 본전인 것!
그렇게 반나절 데이트에 평균 1~2만 원을 쓴다. 주전부리를 많이 사먹으면 더 쓰기도 하고, 촉이 좋은 날은 벌기도 한다. 갈 때마다 하루 게임에 쓸 금액을 정하기 때문에 크게 잃은 적도 크게 번 적도 없다. 데이트 아이디어가 없어 선택하던 영화 한 편, 길가에서 타로점으로 궁합 한 번 보는 돈이다 생각하면 색다른 경험이 두렵지 않을 것이다. 소금과장은 이번 주말에 또 과천으로 향할 예정이다. 이번에는 1,000원씩 걸어보겠다는 배포와 돈을 따서 여름휴가에 보탬이 되겠다는 야망을 가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