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흐르게 하는 ‘수도꼭지’, 기준금리

기준금리의 핵심만 정리해봤습니다.

매년 8월, 세계인의 시선은 미국 소도시 잭슨홀로 쏠린다. 주요국 중앙은행 총재, 경제학자, 전문가들이 모여 경제정책을 논의하는 잭슨홀 미팅이 열리기 때문. 최고 관심사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기준금리 관련 발언이다. 말 한마디로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수백 조가 날아갈 수 있어서다. FRB는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최고의사결정기구다.

‘세계 경제 대통령’으로 통하는 연준 의장 발언에 관심이 쏟아지는 건 새삼스럽지 않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기준금리는 특별하다. 시장에 돈을 풀고, 죄는 ‘수도꼭지’ 역할을 하기 때문. 기준금리는 지금 경제가 어떤 상황이고, 어떻게 전개될지 판단하는 척도가 되기도 한다. 무엇보다 베짱이 대리 같은 소시민의 경제생활에 다이내믹한 영향을 끼친다. 우리가 기준금리를 공부해야 하는 까닭이다. 

기준금리라고 다 같은 ‘기준금리’가 아니다?

본론으로 들어가기에 앞서 오해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기준금리’는 두 가지 의미로 쓰인다. 바로 ‘정책금리로써의 기준금리’와 대출 등 금리를 결정해야 하는 상황에서 ‘기준이 되는 금리’다. 

정책금리는 한 나라의 중앙은행에서 경제 상황을 고려해 정한다. 예를 들면 연준이 정하는 연방기금금리(FFR)는 미국의 정책금리다. 그럼 우리나라의 정책금리는 뭘까? 한국은행이 회의를 통해 정하는 ‘한국은행 기준금리’다. 즉, 우리나라 정책금리의 정식명칭은 ‘한국은행 기준금리’이지만 통상적으로 ‘기준금리’로 줄여 부르기 때문에 두번째 뜻과 헷갈리곤 한다. 

첫 번째 기준금리가 ‘한국은행 기준금리’를 지칭하는 고유명사라면, 두 번째 뜻은 특정 금리를 뜻하는 게 아닌 일반명사다. 예를 들어, 우리가 은행에서 주택 담보대출, 신용담보대출을 받을 때 대출 ‘기준이 되는 금리’가 필요하다. 이 금리는 한국은행 기준금리를 바탕으로 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 등을 통해 시장에서 정해진다. 우리나라는 금융회사나 각종 뉴스에서 이 두 가지(한국은행 기준금리, 기준이 되는 금리)를 구분 없이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오늘 다룰 얘기는 정책금리로서의 기준금리다. 

COFIX나 대출 시의 금리 산정이 궁금하다면 클릭!

통화량 조절 삼총사: 지급준비율, 국채 매매, 기준금리

기준금리는 주식, 채권, 환율 등 여러 자본시장에 큰 영향을 끼친다. 특히 민간은행 이자율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 기준금리를 낮추면 은행 대출 이자도 떨어진다. 내 집 마련, 창업을 위해 목돈이 필요한 사람들은 낮은 금리로 편하게 돈을 빌릴 수 있다. 반대로 기준금리를 올리면 이자 소득이 커지기 때문에 저축이 늘어난다. 소비 심리는 위축된다. 

중앙은행은 왜 기준금리를 올렸다 내렸다 할까? 시중에 도는 돈의 양(통화량)으로 경기를 조절하기 위해서다. 여기서 경기는 운동 경기가 아니라, 나라 경제의 흐름을 말한다. 중앙은행은 크게 아래 3가지 방법으로 통화량을 조절한다. 

1) 지급준비율
2) 국채 매매
3) 기준금리

먼저 지급준비율(지준율)은 민간은행이 예금 보호 차원에서 중앙은행에 의무적으로 맡기는 돈의 비율이다. 중앙은행이 지준율을 높게 잡으면, 민간은행이 대출에 쓸 재원이 줄어들어 시장에서 돈이 줄어든다. 두 번째는 국채 매매다. 국채는 정부가 발행하는 채권이다. 중앙은행이 금융기관, 민간시장의 국채를 사들이면 돈이 풀려 시장에서 돈이 늘어난다. 

기준금리는 비유하면 댐의 수문과 같다. 수문을 열면(내리면) 물은 와르르 쏟아진다. 같은 논리다. 기준금리를 내리면 대출이자가 떨어지고, 이에 따라 대출 신청자가 늘어나면 시장에 돈은 늘어나게 된다. 반대로 수문을 닫으면(올리면) 물은 더 이상 쏟아지지 않는다. 마찬가지다. 기준금리를 올리면 예금이자가 올라가고, 사람들은 돈을 빌리는 대신 이자 소득을 노리고 저축을 할 것이다. 시장에서 돈이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기준금리가 은행 이자를 길들이는 방식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한국은행의 최고의사결정기구인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서 정한다. 총 7명으로 구성된 금통위는 1년에 8번 회의(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발표한다. 금리 결정에는 국내외 시장 동향 등 다양한 요소가 고려된다. 아래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결정 과정을 요약한 표다. 

기준금리는 어디까지나 ‘기준’이다. 시중 은행에 가서 “이자 올려”, “이자 내려” 협박하는 게 아니라는 소리. 그럼 기준금리는 어떻게 은행 이자율에 영향을 끼칠까? 간단하다. 한국은행이 시중 은행에 빌려주는 돈에 기준금리를 적용하면 된다. 이러면 은행도 일정한 폭 안에서 이자를 운용할 수밖에 없다. 

한국은행은 시중 은행과 증권을 거래하는 형식으로 돈을 빌려준다. 정확히는 ‘7일물 환매조건부증권(RP)’ 이자를 기준금리로 삼는다. 7일물 RP란 만기가 1주일이고, 판매자가 일정 기간이 지나면 웃돈(이자)을 얹어 다시 사겠다는 조건이 붙은 증권이다. 보통 거래는 조(!) 단위로 이뤄진다. 

지금까지 기준금리의 정의와 통화량 조절 방법,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결정 과정을 살펴봤다. 다음 편에서는 기준금리가 시장에 끼치는 영향, 마이너스 기준금리 등에 대해 알아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