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몰랐던 화폐 변천사

수 천년의 역사를 거치며 변신을 거듭해 온 화폐의 모습.

한동안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가상화폐의 등장을 기억하는지. 이처럼 화폐가 변화한 것이 처음은 아니다. 역사 속에서 이미 여러 번, 여러 가지 모습으로 변신해 온 화폐, 원래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기원전 약 5천 년 즈음에 나타난 초기의 화폐는 물건 교환을 위한 수단으로 사용됐다. 주로 보리나 소금, 조개 등 사람들이 귀하게 여긴 물품들이 지금의 화폐 기능을 대신했다. 원시적인 물물교환이 아니라 물건을 그에 맞는 수량의 화폐와 교환하는 일종의 구매 방식이 생겨난 것. 예를 들면 통나무 한 짐은 보리 3자루와 바꿀 수 있고, 사과 10알은 보리 1자루와 바꾸는 식이다. 로마시대 초기에는 군인의 급료도 소금으로 지급되어 군인들은 이 소금을 사용해 원하는 물건들을 구입할 수 있었다. 참고로 급료를 뜻하는 영어 단어 ‘salary’는 소금을 뜻하는 라틴어 ‘sal’에서 유래한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월급쟁이가 존재했다니! 실로 샐러리 피플은 위대하다.)

보리가 돈이었다?
소금도 돈이었다!

이후 기원전 7세기에 접어들며 화폐는 한 단계 진화해 좀 더 지금의 돈에 가까운 모습을 갖췄다. 동지중해 시리아 인근에 있던 국가 리디아(지금의 터키) 에서 상용화된 ‘주화’가 처음 등장한 것. 리디아의 왕 크로이소스는 금과 은 덩어리에 각인을 하고 무게와 규격을 동일하게 만든 주화를 발행했다. 이 주화에 들어가는 귀금속의 순도를 일정하게 맞췄다는 점이 중요 포인트다. 무게를 재서 일일이 확인할 필요 없이 눈으로 보이는 개수만 세면 거래할 수 있었기 때문에 매우 간편하고 사용이 쉬웠다.

리디아는 주화의 편리함 덕분에 그리스나 페르시아제국 등 주변국과도 수월하게 교역을 진행할 수 있었다. 교역량이 늘면서 무역의 나라로 도약해 부를 쌓았고, 특히 주화의 발행권과 관리권을 독점하던 크로이소스 왕은 어마어마한 대부호가 된다. “Rich as Croesus(크로이소스만큼 부유하다)”라는 영어 표현도 여기에서 유래되었다. 

기원전 7세기부터 14세기까지는 유목민인 아랍인과 터키인, 몽골인의 국가들이 활발한 정복에 나서며 유라시아를 아우르는 규모의 대제국을 구축하는 때였다. 영토가 방대해지면서 상인들의 활동이 왕성해졌다. 이들은 초원길과 실크로드를 통해 각 지역을 연결해 상업과 무역을 발전시켰다. 이렇게 상업이 세계적으로 광역화되자 유라시아 국가에서 주화 사용량이 급증했다. 이로 인해 금속 주화량이 심각하게 부족해지면서 금속 화폐를 대신해 종이로 만든 가상의 주화, 어음이나 지폐가 발달하기 시작했다.

서쪽에서는 어음이
동쪽에서는 교자가
(만두 아님 주의)

어음의 형태는 서쪽의 이슬람 세계에서 나타났다. 상인의 신용이 어음의 가치를 보증했고 각 어음은 일정한 금화, 은화와 동등한 취급을 받았다. 신용에 대한 인식이 얼마나 널리 퍼졌는가 하면, 바그다드에서 발행한 어음을 가지고 아프리카 북부에 있는 모로코에서 금이나 은으로 바꿀 수 있을 정도였다고. 이슬람 상인들은 신용이 사라지면 어음 시스템이 붕괴될 것을 인지하고, 어음의 신용이 훼손되지 않도록 철저하게 관리했다.

동쪽으로는 중국의 옛 국가 북송에서 어음과 지폐가 등장했다. 북송시대에 남부 지역이 개발되면서 경제 규모가 약 두 배로 증가하자 금속 주화가 점점 부족해졌다. 이에 북송에서도 상인들이 주화 지급을 보증하는 ‘교자’라는 어음을 도입했다. 사용과 보증이 워낙 간편해 정부가 나서서 상인으로부터 교자 발행권을 가져왔고, 이를 법정화폐로 발행하게 된다.

19세기 초까지도 여전히 지폐보다 금에 대한 믿음이 강했다. 금을 우선하는 시대 배경과 함께 등장한 것이 바로 ‘금본위제도’다. 지폐를 그에 상응하는 양의 금과 바꿔주는 제도로, 금이 화폐 시스템의 강력한 기준이었음을 알 수 있다. 금본위제도는 이를 처음 채택한 당시의 세계 최강국 영국을 시작으로 각국에 퍼져, 20세 초까지 화폐 시스템의 기반으로 자리잡았다.

예나 지금이나

귀한 몸, 금

금을 기준에 둔 화폐 체계가 자리 잡는 듯 했지만, 세계 경제가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금본위제도의 한계점이 드러났다. 금의 양은 한정적이기 때문이다. 이제까지 채굴된 세상에 있는 모든 금을 모아도 가로 x 세로 x 높이가 20.4m 정도인 작은 건물 하나, 혹은 올림픽 경기용 수영장을 3개 반에서 4개 정도 채울 수 있는 분량에 불과하다. 한정된 재화는 잦은 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을 부른다. 여기에 1, 2차 세계대전을 겪으며 금의 불안정함을 몸소 체험한 각 나라는 금과 상관없는 화폐 제도를 도입하기 시작했다. 금이 있어야만 가치를 지니는 화폐 체계의 막이 내린 것! 이로써 화폐는 그 가치를 금속에 비하는 것이 아닌 국가의 안정성 및 시중에 유통되는 통화량에 따라 액면가가 정해지는 지금의 모습을 갖게 됐다.
 

최근 5G 기술이 상용화된 것이 이슈로 떠올랐다. 세계의 경제 역시 진화한 통신 생태계를 기반으로 시대 흐름에 맞춰 발전할 것이다. 물론 화폐도 마찬가지다. 경제가 바뀌면 그에 맞게 화폐도 또 다른 변화를 겪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