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월급이 작고 소중해진 이유 – 월급명세서 읽는 법

어차피 떠날 월급이라도 명세서는 읽을 줄 알아야죠

‘사람 나고 돈 났지, 돈 나고 사람 났나’라는 말은 월급 앞에서 힘이 없다. 로마시대에 군인의 봉급을 소금으로 지불해 소금(sal)이 봉급을 뜻하는 샐러리(salary)로 변화했다는 썰에 의하면 월급 나고 직장인 난 게 맞을 테니. 실제로도 아침마다 나를 깨우는 건 알람이지만, 결국 나를 직장으로 향하게 만드는 건 월급. 이번 달은 많은 직장인들의 에너지원인 ‘월급’을 연구해보았다. 

소금과장은 매달 25일에 월급을 받는다. 25일에 월급을 준다는 건 회사 차원에서 ‘가불’과도 같다. 월급은 통상적으로 1일부터 말일까지 일하는 노동에 대한 대가인데, 이를 5-6일 먼저 당겨주는 것이기 때문. 이걸 안 이후부터는 5일에 월급 주는 회사는 인색해 보인다. 뭐, 월급은 당겨주느냐보다 많이 주는 게 중요하니까 본론인 월급명세서를 열어보자. 

이번 달에도 월급이 통장에 스치운다.

내가 받을 뻔했던 돈, 지급내역

월급은 온데간데없고 스치운 흔적만 남으니 소금과장의 월급통장은 흔적 기관에 가깝다. 어차피 떠날 월급이라도 알고 보내고 싶은 마음으로 월급명세서를 열었다. 명세서는 크게 지급내역과 공제내역으로 나뉜다. 지급내역은 기본급을 포함해 연장근로와 휴일근로에 대한 초과 근로 수당, 연차수당이나 직책수당과 같은 기타 수당, 식비와 같은 복리후생비, 상여금 등으로 구성되지만, 칼퇴를 직장생활 제 1원칙으로 삼는 소금과장에게는 기본급과 식비를 제외하고 모두 빈칸. 그렇다. 소금과장은 월급명세서계의 미니멀리스트다. 지급내역이 복잡하다고 해도 어려울 건 없다. 기본적으로 지급내역으로 확인할 수 있는 사항은 다음과 같다. 

지급내역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 
□ 근로계약서에 계약한 연봉과 동일한가? 
□ 지금 퇴사하면 얼마를 받을 수 있을까? 
□ 내 월급은 최저임금보다 높은가? 
□ 연장수당 계산할 때 내 시급은? 

입사 전에 회사와 식대에 대해 협상한 적이 없어도 식대에 10만 원이라고 쓰여있다면 이유는 간단하다. 세법상 식대 비과세 한도가 월 10만 원이기 때문. 덕분에 소득세 부담이 조금 줄어든다. 지급내역의 총액에 12개월을 곱하면 근로계약서에 적힌 연봉이 나온다. (나와야 한다) 그리고 이 금액으로 ‘평균임금’과 ‘통상임금’을 계산할 수 있다. 평균임금은 퇴직금을 계산할 때, 통상임금은 연차수당, 야근수당 등 시간외근무수당을 계산할 때 기준이 된다. 

평균임금은 직전 3개월 동안 근로자가 받은 임금의 총액을 일한 날짜로 나눈 금액이다. 퇴직금을 계산할 때 주로 사용된다. 퇴직금은 평균임금을 기준으로 일일 임금을 계산하고, 그간의 근무일수를 고려해 계산하면 끝. 퇴직금에 대해 궁금하다면 클릭! 평균임금이 높아도 통상임금이 낮으면 근무 외 수당을 적게 받을 수밖에 없다. 통상임금은 법정근로시간 내에서 회사와 근로자가 합의한 근로시간에 대해 정기적, 일률적, 고정적으로 지급되는 급여다. 들쑥날쑥 지급되는 비정기 상여금은 제외되므로 기본급을 낮추고 상여금으로 이를 보상해주는 경우, 통상임금이 낮고 덩달아 야근수당도 적다. 월 통상임금을 한 달간 일한 시간으로 나누면 내 시급이 나온다. 

시급 = 월 통상임금 / 월 근로시간

월 근로시간은 대부분 법정근로시간을 기준으로 한다. 1일 8시간, 주 40시간. 그리고 5일 근로 시 1일 유급휴일을 주기 때문에 소금과장의 1주 근로시간은 이렇다. 

1일 근무시간 8시간 × (근로 5일 + 주휴일 1일) = 48시간

여기에 4.34주(365일÷12개월 = 30.4일, 즉 한 달은 평균 30.4일이고, 이를 7일로 나누면 4.34주가 나온다)를 곱하면 월 근로시간은 총 209시간. 소금과장처럼 9시 출근, 6시 퇴근 근로자라면 이 수식은 잊고 그냥 월급을 209로 나누면 된다. 이 시급을 기준으로 연장근로수당(통상시급×1.5×연장근로시간), 연차수당(통상일급×남은 연차 수)을 알 수 있다.  

내 월급을 둘러싼 세금, 공제내역

소금과장은 껍질이 두꺼운 과일을 좋아하지 않는다. 질소로 가득 찬 봉지 과자도 싫다. 알맹이가 작은 과일이나 과자를 보면 월급 같아 짠내가 밀려오기 때문이다. 지급내역이 그대로 통장에 당도하지 못하고 작고 귀여워진 이유가 4대 보험 때문이라는 건 잘 안다. 그런데 정확하게 4대 보험이 뭘 보장해주고, 누구 맘대로 금액을 정하는 걸까. 

국민연금, 건강보험(장기 요양 보험료 포함), 고용보험, 산재 보험이 4대 보험료다. 국민연금, 건강보험, 고용보험은 주 15시간, 월 60시간 이상 일한 근로자가 가입 대상이며 근로자와 사용자가 보험금을 반씩 부담한다. 프리랜서라면 이 부담을 홀로 끌어안아야 한다. 산재보험은 100% 회사 부담으로 공제내역에 따로 기재되지 않는다. 각각의 보험료는 나라에서 정한 요율대로 보험료를 부과한다. 

차곡차곡 낸 연금보험 덕에 노후에 연금을 받고, 건강보험 덕에 2년마다 일반 건강검진을 무료로 누린다. 평소 지원받은 각종 병원비와 의약품비 등도 건강보험 덕이다. 고용보험은 6개월 이상 일하고 실직한 경우 3개월가량의 실업급여를 받도록 해준다. 안타깝게도 얼마 전 내년 건강보험료 인상 소식이 전해졌다. 직장가입자라면 6.46%에서 6.67%로 올라갈 예정. 

연봉이 같더라도 실수령액이 다를 수 있는데, 바로 근로소득세 때문이다. 근로소득세는 급여와 부양가족 여부에 따라 간이세액표로 정해져 있다. 정확한 금액이 궁금하다면 국세청에서 세전월급을 기입해 근로소득세를 조회하면 된다. 지방 소득세는 근로소득세의 10%다. 이렇게 낸 소득세는 연말 정산을 통해 돌려받기도, 더 내기도 한다. 

연봉 상승을 체감할 수 없는 이유

연봉이 올라간 것에 비해 실제 세후월급이 덜 올라간 것 같은 느낌. 이것은 기분 탓이 아니다. 세후월급 대비 세전월급을 계산한 금액을 전문용어로 ‘실효급여’라고 부르는데, 200만 원, 300만 원, 400만 원의 실효급여를 계산해보면 연봉이 높을수록 세후월급 비중은 낮아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근로소득세와 지방소득세가 일정 소득 이상이면 확 올라가기 때문이다.  

어떤 직장인들은 월급명세서를 받지 않기도 한다. 월급명세서 지급이 회사 의무사항이 아니기 때문이다. 만약 월급명세서 없이 4대 보험료, 근로소득세 등을 확인하고 싶다면 공인인증서를 챙겨 컴퓨터를 켜자. ‘사회보험 통합징수 포털’에서 국민연금과 건강보험료를, ‘고용산재보험 토탈서비스’에서 고용보험료를, ‘국세청 홈페이지’에서 근로소득세를 알 수 있다. 번거롭다고 귀찮다고 방관하지 말고 한 번쯤은 월급명세서를 꼼꼼히 따져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