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고스톱’에서 투자를 배웠다

설날에 ‘고!’를 외치다 깨달았다. 글로 배운 투자가 이 고스톱 한 판에 다 들어 있다는 사실을.

피, 띠, 광으로 배우는 
투자자의 피, 땀, 눈물

‘안전이냐, 수익이냐.’ 모든 투자자들의 고민이다. 플레이어가 패를 고를 때도 마찬가지. 고스톱에서 안전자산이 피라면, 수익자산은 광이나 고도리다. 피는 부지런히 10장을 모아야 1점이지만 청단이나 홍단은 3장에 3점, 고도리는 무려 3장에 5점. 피가 땀흘려 모으는 적금이라면 청단이나 홍단은 CMA, 고도리는 주식, 펀드 정도 되려나. ‘피만 가지고도 게임에 이길 순 있지만 ‘대승’의 맛을 느끼긴 힘들지’라며 피, 띠, 광 사이에서 갈등하다 ‘계란은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던 투자자들의 오랜 격언이 떠올랐다. 위험은 최소화하면서 안전한 수익을 올리고 싶다면 고스톱에서도 역시 분산투자가 답이다. 피만 줍다 광박으로 눈물 흘리고 싶지 않다면 말이다.

나만의 투자 포트폴리오,  
비풍초똥팔삼

처음 고스톱을 배우던 날, 이모가 무조건 외워두라며 알려준 ‘비풍초똥팔삼’. 초보자인 내게 이것은 마법의 주문처럼 느껴졌다. 고스톱을 치다가 판에 먹을 게 없거나, 남들이 ‘쪽’이니 ‘쓸’이니 하며 피 한장을 착취할때도 이 주문을 되내이며 내어줄 패를 결정했다. 하지만 이 주문이 절대적인 것은 아니었다. 비 중에서도 비고도리와 비띠는 쓸모없기로 유명하지만, 나머지 두 장은 광과 쌍피가 될 수 있기 때문! 게임을 하며 나는 이모의 주문을 이렇게 바꿨다. 초홍육흑국장매. 실제로 비풍초똥팔삼은 고스톱이 아닌 육백과 삼봉이라는 화투 게임에서나 통했던 주문이라고. 투자도 이렇게 해야 한다. 남들의 포트폴리오를 그대로 따르기 보다는 나만의 ‘비풍초똥팔삼’, 우리는 그것을 찾아야 한다.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에 
속 쓰리 고!

우리는 알고 있다. 위험 부담이 클수록 수익도 크다는 것을. ‘원 고’, ‘투 고’를 외칠 때마다 얼마나 머리를 굴렸던가. ‘고’ 한 번 외칠때도 다른 플레이어들의 온갖 가능성을 점쳐보고 선택하는데 투자는 두말하면 잔소리. 고수익이라는 달콤함에 이끌려 나도 모르게 투자하고 있는 건 아닌지 끊임없이 검열해야 한다. ‘투고’까지 무사히 살아서 왔다면, 이제 복리의 마법 ‘쓰리 고’가 펼쳐진다. 이때부터는 수익률이 계속 두배. 고스톱은 5~6고, 맞고는8~9고까지 부를 수 있다. 맞고를 치다가 초장에 고를 부르면 다음 차례에 1점씩만 나도 최고 25점, 고에 의한 배율은 128배, 무려 3200점이다. 거기에 광박에 피박까지 더해진다면…꿈같은 상황이니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여전히 ‘고’를 외치고 싶은가? 그렇다면 스스로에게 ‘고박’을 감당할 수 있겠느냐고 먼저 물어야 한다. 감당할 수 있는 선을 넘었다면, 그건 투자가 아닌 투기일테니까.

구정이 지나면 이제 ‘빼박’ 2019년이다. 이 글을 읽는 분 모두가 올 한해 들숨에 부귀를, 날숨에 영화를 누리시길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