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계약서 쓸 때 가장 중요한 세 가지

근로계약서 읽고 쓰는 법 쉽고 간단하게 설명해드립니다.

아르바이트부터 프리랜서, 정직원까지 모든 근로자의 권리를 보장하는 근로계약서. 연봉만 대충 확인하고 사인했는데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게 있었던 건 아닐까? 그래서 준비했다. 근로계약서 요점정리편. 

소금과장의 첫 회사는 작은 잡지사였다. 회사가 작으니 발행인이 곧 인사팀이었고 총무팀이었으며 본업인 포토그래퍼까지 소화했다. 이런 작은 회사는 대부분 체계가 없고 주먹구구식이다. 그곳에 모인 모두가 근로계약서 한 장 없이 구두로 계약하고, 바로 일을 시작했으니 뭐. 

다들 그 잡지가 좋아서 모인 사람들이었다. 열정 하나로 시작한 일이 유종의 미를 거뒀으면 좋았으련만 기대와 달리 잡지사는 세 번째 여름을 맞이하기도 전에 문을 닫았다. 막판에 밀린 월급을 정산해주지도 않은 채. 노동청에 신고한 후에야 알게 됐다. 근로계약서가 없다면 근로자 스스로가 ‘근로한 사실’과 ‘약속한 임금이 얼마인지’를 입증해야 한다는 것을. 다행히 밀린 월급을 받긴 했지만 하마터면 소금과장의 3년은 ‘경력’이 아니라 ‘봉사활동’이 될 뻔했다. 

내 노동에 대한 보증서,

미루지마세요.

우리의 노동은 소중하니까

돈을 빌리거나 집을 살 때 우리는 계약서를 쓴다. 계약서 없이 거래를 한다면 다들 뜯어말릴 것이다. 그런데 왜 일에 대해서는 안 그럴까. 해마다 더해지는 육체 피로와 나날이 느껴지는 정신 피로를 생각하면 그러면 안 된다. 근로계약서는 정규직이던 비정규직이던, 일용직이던 아르바이트이던지 상관없이 일을 할 때 모두 다 작성해야 하는 게 원칙이다. 이때 근로계약서 작성 및 교부 의무는 근로자가 아니라 노동자를 고용한 사용자에게 있다(위반 시 500만 원 이하 벌금 부과). 사용자가 작성하기 때문에 사용자 중심일 수 있다. 우리가 근로계약서를 공부해야 하는 이유다. 

근로계약서에서 가장 중요한 세 가지 항목

그렇다면 근로계약서에 사인하기 전, 무엇을 살펴봐야 할까. 근로기준법 제17조에 따르면 근로계약서에는 임금, 소정근로시간, 휴일, 유급휴가 그리고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근로조건을 명시하도록 되어 있다. 그중 가장 꼼꼼하게 확인해야 할 내용은 바로 계약 기간, 임금, 근로시간이다. 물론 휴일과 휴가도 중요하지만 근로기준법이 정한 하한선이 있으므로 당사자 간 약속에 따라 결정되는 계약 기간, 임금, 근로시간보다는 차후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1)근로계약기간

계약 기간은 ‘입사일’부터다. 수습 기간도 당연히 계약 기간에 포함된다. 계약직이라면 근로계약이 끝나는 날짜까지 적혀 있을 것이고, 근로계약이 끝남과 동시에 퇴사다. 만약 정규직인데 계약 만료일이 적혀 있다면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만약 회사에서 이를 약속한 연봉의 유효기간을 뜻하는 ‘연봉 계약 기간’이라고 설명한다면 계약서에 명확하게 ‘연봉 계약 기간’이라고 명시할 것을 요청해야 한다.


2)임금

근로계약서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임금은 시급, 주급, 월급처럼 언제를 기준으로 지급할지, 정확한 금액을 명시해야 한다. 임금 조항은 다소 복잡하지만 자세히 봐야 한다. 기본급이 얼마인지, 상여나 수당이 얼마인지 항목별로 확인하고, 월 합산액이나 연봉액이 맞는지 확인한다. 특히 상여금은 매달 지급하지 않을 때가 많기 때문에 정확하게 연간 상여금을 확인하는 게 낫다.

임금 구조를 보면

그 회사가 지향하는 가치를 알 수 있다.

‘포괄임금제’는 일종의 노동 패키지다. 연장수당, 야간수당, 휴일수당, 연차수당 같은 법정수당까지 월급에 다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각종 시간외 수당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오래 일하더라도 차액을 요청할 수 없어 근로자에게 굉장히 불리하다. 그래서 구체적 내역이 없는 포괄임금계약을 맺은 근로계약서는 법적 효력이 없다.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다. 법정수당의 액수나 계산 방법이 계약서에 쓰여 있지 않은 경우도 마찬가지다. 논란이 많아 고용노동부에서 지난해 6월 포괄임금제 오·남용 지도지침을 발표하겠다고 했으나, 현재까지 구체적인 안을 내놓지 못한 상태다. 
 
근로계약에서 정한 임금이 그 해 최저임금보다 적으면 회사는 그 차액을 근로자에게 지급해야 할 뿐만 아니라 강행 법규인 최저임금법 위반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 최저임금은 최저임금법에 의해 매년 최저임금위원회에서 결정되고 고용노동부 장관 고시로 이듬해 적용되는데 2019년 최저임금은 시급 8,350원. 일급으로 환산 시 66,800원, 월급으로 환산하면 1,745,150원이다. 반대로 월급을 받는 직장인들이 자신의 시급을 알고 싶다면 본인의 월급을 209시간으로 나누면 된다. 한 달은 평균 4.35주로 하루 8시간 주 5일 일하면 174시간이 된다. 이것은 기본급에 대한 시간이고, 매주 받는 유급 휴일(주휴 시간*)까지 더해 209시간이 나온 것.

시급 = 월급 ÷ 209시간

근로시간 = 기본급 시간 + 주휴 시간
209시간 = (일 8시간 × 주 5일 × 월 4.35주) + (174 × 1/5)   

*주휴 시간은 주 15시간 이상 일한 근로자에게 주는 ‘유급 휴일’이다. 하루 8시간씩 주 40시간 일했을 때 8시간, 즉 하루를 유급으로 쉴 수 있다. 간단하게 주휴 시간은 기본급 시간의 1/5이라고 알아두면 된다. 예를 들어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출근하는 직장인이라면 주말 중 하루는 유급 휴일이라는 얘기다.

3) 근로시간

근로시간은 노사가 법정근로시간인 하루 8시간, 주 40시간 내에서 정한다. 근로자와 회사가 모두 합의했다면 주 52시간까지 연장할 수 있다. 그 이상 연장하려면 고용노동부 장관과 근로자의 동의를 받아야만 가능하다. 만약 법정근로시간 외 근로가 명시되었다면 그 부분에 대한 수당도 적혀 있는지 확인하자. 없다면 월 기본급에 포함된 것으로 법정근로시간에 대한 기본급이 훨씬 적다는 뜻이다.

근무시간 외에 쉴 수 있는 시간도 명시하고 있다. 4시간 일하면 30분 이상, 8시간 일하면 1시간 이상 휴게시간을 가질 수 있다. 직장인들의 점심시간이 바로 이 휴게시간이다. 참고로 휴게시간의 법적 해석은 다음과 같다. ‘사용자의 지휘·감독을 벗어나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시간’. 그렇지 않다면 ‘근로시간’이라고. 

내 노동은

근로계약서로 지킨다.

근로계약서 vs 근로기준법

근로계약서에 있는 내용이고 근로자가 그 계약서에 서명했다고 해서 무조건 계약서 내용대로 법적 효력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근로기준법과 비교해 근로자에게 유리한 내용으로 적용되기 때문이다. 근로기준법은 근로조건에 관한 ‘하한선’을 정한 법이다. 최저임금, 법정근로시간 등이 이에 속한다. 즉, 근로기준법보다 불리한 내용의 근로계약서라면 애초에 효력이 없다는 얘기. 

앞서 소개한 것처럼 소금과장은 당시 밀린 월급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근로계약서가 있었다면 그 과정이 좀 더 쉽고 빨랐으리라. 기왕이면 안 겪는 게 좋지만, 미래는 알 수 없으니까 대비해서 나쁠 건 없다. 오늘 밤 사인한 근로계약서도 다시 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