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기, 패닉, 붕괴 - 반복되는 금융위기의 역사 - PUNPUN

광기, 패닉, 붕괴 – 반복되는 금융위기의 역사

투자자가 꼭 알아야 할 금융위기의 패턴

현재의 주식시장을 두고 거품이냐 아니냐 하는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불안과 기대가 공존하는 가운데 사람들은 언제 추세가 끝날지 몰라 바들바들 떨면서도 일말의 희망을 품고 있다. 그런 이들에게 금융위기에 대한 ‘찰스 P. 킨들버거’의 통찰이 고스란히 담긴 책, ‘광기, 패닉, 붕괴-금융위기의 역사’를 권한다.

* 분량이 방대한 경제 서적이라 책이 다소 어려울 수 있다. 따라서 에디터는 핵심 내용과 에피소드 위주로 저서를 소개한다.

+ 미리 밝히자면 이 책의 분량은 500페이지이다. 도서 구매를 생각했다면 조용히 생각을 접고 대신 고생한 에디터에게 응원의 한마디를 남겨 주길 바란다.😭

찰스 P. 킨들버거는🔍
33년간 MIT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했고, 경제학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자이자 저명한 역사가로 손꼽힌다. 대공황이 한창이던 1930년대, 미 재무부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등에서 근무했으며, 종전 후에는 유럽 부흥을 위한 마샬 플랜을 입안했다. 힘 있는 패권국이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하면 세계는 전쟁의 늪(재앙)으로 빠져들 수밖에 없다는 ‘킨들버거 함정(Kindleberger trap)’으로도 유명하다.

역사 속에서 끊임없이 반복된 버블

18세기 – 영국의 남해회사(South sea company)

18세기, 영국의 남해회사는 주가 부양에만 혈안이 되어 유통 주식 수를 줄이고, 앞으로도 막대한 수익을 낼 것 마냥 광고를 거듭했다. 그러자 누구나 부자가 될 수 있다는 실체 없는 장밋빛 전망이 영국을 휘감으며 전 국민의 관심과 돈이 남해회사로 쏠렸다. 그러나 이익 창출이 사실상 불가능한 회사의 주가가 언제까지 오를 수는 없는 법이었다. 불과 한 달 만에 주가는 5분의 1 수준으로 급락했고 투자자들은 극심한 손해를 봤다. 이 중에는 만유인력으로 유명한 ‘아이작 뉴턴🧝‍♂️’도 있었다. 애초에 남해회사 주식을 처분해 큰 이익을 봤지만 재상승하는 주가의 유혹에 빠지고 만 것이다. 결국 2만 파운드나 되는 거액을 날린 후 씁쓸히 한마디 말을 남겼다. “나는 천체의 무게는 잴 수 있지만, 미친 사람들의 마음까지는 측정하지 못한다.” (미친 사람에 본인도 포함 일까…?)

1980년대 – 일본의 잃어버린 20년

1980년대는 일본 역사상 가장 찬란한 시기였다. 21세기가 ‘애플’이라면, 그 당시 전 세계 시가총액 1위 기업은 일본의 통신회사 ‘NTT’였다. 돈이 차고 넘치다 보니 ‘미쓰이 부동산’은 기네스북 등재를 위해 3억 달러를 호가하는 건물을 일부러 6억 달러 이상을 주고 매입할 정도였다. 자산 가치가 절정에 달했을 무렵에는 도쿄의 황궁 대지 가치가 캘리포니아 전체 부동산보다 더 높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떠돌았다. 하지만 일본 정부가 경제 거품의 위험을 감지하고 대출금리를 인상하자 파티는 맥없이 끝났다. 현금 흐름이 순식간에 멈추며 부동산 매물이 쏟아졌고 주가도 동반 폭락했던 것. 그렇게 일본은 ‘잃어버린 20년’으로 접어든다.

킨들버거가 주장한 금융위기의 패턴

위 사례는 역사상 가장 유명한 거품 경제💭 일화로 손꼽힌다. 찰스 P. 킨들버거는 이와 같은 40여 차례의 수많은 금융위기를 분석하여 ‘광기’, ‘패닉’, ‘붕괴’라는 공통키워드를 소개한다. 정확히 말하자면 금융위기는 아래의 단계를 따라 급격히 진행된다.

시작은 늘 적절한 수준의 ①합리적 활력으로 가득해 과거보다 ②유동성이 (과하게) 흘러넘친다. 하지만 이내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③비이성적 과열로 전환되며 ④광기에 가까운 투기로 이어진다. 넘쳐나는 돈이 범람하며 자산 가치가 치솟으니 투자자들은 불안과 낙관이 뒤섞인 눈으로 시장을 바라본다. ‘더 늦으면 나만 돈을 못 벌 거야’, ‘지금이라도 들어가면 무조건 벌 수 있어’

그러다 풍요(자본)로 쌓아 올린 자산 가치 상승이 멈추는 시점에 다다르면, ⑤불안한 심리가 일방적으로 투자자를 압박한다. 결국 가격 하락이 시작되고 ‘패닉셀링’이라 부르는 공포에 의한 매도세가 강해진다. 연이어 상업과 금융 전반의 불안이 가속화되어 위험자산에 몰려있던 막대한 자본이 썰물처럼 안전자산을 향해 빠져나간다. 순식간에 과잉 거래로 달아올랐던 자산가격이 폭락하고 ⑥투자자의 패닉과 시장의 붕괴가 뒤엉키다 끝내 거품 경제는 연기처럼 사라진다.

이것이 일본과 영국 남해회사 그리고 저 멀리 네덜란드의 튤립 버블부터 최근의 닷컴 버블까지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을 것만 같던 상황’에서 발생한 금융 위기의 공통적인 과정이다.

위기 상황에서 등장해야 할 보이는 손, ‘궁극적 대여자’

그렇다면 우리는 위기 앞에서 속수무책으로 당해야 할까?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사실상 개인은 대처가 불가능하기 때문. 그래서 킨들버거는 ‘궁극적 대여자’의 역할과 책임을 촉구한다. ‘궁극적 대여자’는 개별 국가(미국) 혹은 국제기관(IMF)이 될 수 있다. 누가 되었든 시장경제가 완전히 무너져 더 큰 피해를 보기 전에, 상상 이상의 돈을 풀거나 각종 제도를 통해 개입하는 식으로 어려운 상황을 능숙하게 컨트롤 (해야)한다. 시장에 신뢰를 불어넣어 더 이상의 파국(패닉)을 방지하는 것.

다만 위기를 이끈 경제 주체가 ‘앞으로도 위기에 처하면 이번처럼 어떻게든 도움을 주겠지’라는 도덕적 해이에 빠질 수 있다는 딜레마와 ‘가장 효과적인 결과를 끌어낼 수 있는 개입 시점은 언제인가’하는 고민이 상존한다.

그런데도 킨들버거는 회복 불가능한 연쇄적 충격에 휩싸이기 전에, ‘궁극적 대여자’가 앞장서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고 필요성을 거듭 강조한다. 그러면서 ‘궁극적 대여자’는 국민에게 세금을 ‘대여받은’ 존재이며, 동시에 다시 ‘대여해’주는 책임과 부담을 가진 존재이므로, 개입의 실패에 따른 피해가 시민에게 되돌아가지 않도록 신중에 신중을 더할 것을 촉구한다.

킨들버거는 오늘날의 세계 금융 상황을 어떻게 바라봤을까

만약 킨들버거가 살아 있었다면 분명 ‘광기, 패닉, 붕괴’의 다음 개정판을 냈을 것이다. 그랬다면 코로나19가 휩쓴 2020년의 금융시장이 이 책에 어떻게 기록되었을지 무척이나 궁금하다. 연초, 코로나 19로 인해 주식 시장은 붕괴의 조짐을 보였다. 이때 등장한 것이 ‘궁극적 대여자’, 즉 미국 연준을 비롯한 각국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이었다. 다 쓰러져가는 시장에 막대한 공적자금을 풀어 유례없는 유동성을 만들어 낸 것이다. 그렇다 보니 안전자산의 가치는 하락했고 상대적으로 위험자산인 주가는 급상승했다. 영국 남해회사 사건의 데자뷔처럼 ‘아이고 배 아파, 당장에 투자 할래’, ‘지금이라도 주식 시장에 진입하면 무조건 수익을 낼 거야’라는 낙관을 재료 삼아 주식 시장은 급팽창했다. 킨들버거가 수없이 지적한 금융위기의 시발점, 그러니까 시대가 만든 유동성 과잉이 비합리적인 판단과 비이성적인 과열로 이어진다고 우려할 수 있는 대목이다.

물론 과거의 거품 경제 사례와 현재 상황이 모두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월가의 전설로 불리는 존 템플턴 경의 격언을 다시 한번 들여다보며, 부디 비합리적인 선택으로 값비싼 대가를 치르지 않기를 바란다.

The four most expensive words in the English language are
“this time it’s different.”

영어에서 가장 비싼 4개의 단어는 “이번에는 다르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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