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기사 속 알쏭달쏭한 ‘알파벳 공포’ 뽀개기!

알기 쉽게 정리한 R, L, M, D의 공포.

낯선 용어는 금융을 더 어렵게 만드는 주범! 특히 ‘R의 공포’, ‘D의 공포’처럼 한국어와 영어가 뒤섞인 혼종을 맞닥뜨릴 때 우리의 당혹감은 배가된다. 하지만 찬찬히 뜯어보면 별거 없다. 오늘은 TV나 신문 속 경제 기사에 자주 등장하는 ‘알파벳 공포(알파벳+~의 공포)’ 4가지에 대해 알아보자.

올라갔으면 내려 와야지, R의 공포

R. Recession(후퇴)의 약자다. ‘R의 공포’는 경기 침체(후퇴)에 대한 공포다. 경기 침체란 경제활동이 전반적으로 줄어드는 현상이다. 쉽게 말해 손님들은 예전처럼 물건을 사지 않고, 공장들은 예전처럼 상품을 찍어내지 못 하는 것. 그렇다고 피할 수도 없다. 경기 침체는 호황과 불황이 반복되는 자본주의의 특성(본문 ‘돼지 사이클’ 예시 참조)상 반드시 거쳐야 하는 관문이기 때문.

경기 침체의 원인에 대해선 과잉투자설, 과소소비설, 이노베이션 이론 등 여러 썰이 존재한다. 이노베이션 이론은 기술 혁신에 따른 경기 순환으로 침체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경기 침체가 길어지면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불황’이 된다. 역사상 가장 유명하면서 규모가 컸던 불황은 1929년부터 10년 동안 세계적으로 지속된 ‘대공황’이다. 이 시기 미국의 실업률(농업 제외)은 최고 37%에 달했다. 국민 3명 중 1명은 실업자였다는 무시무시한 소리.

대공황 시절 미국 시민들이 무료 배급소 앞에서 커피와 도넛을 받기 위해 기다리는 모습
대공황 시절 미국 시민들이 무료 배급소 앞에서 커피와 도넛을 받기 위해 기다리는 모습

내가 실업자라니, L의 공포

L. Lay off(해고)의 약자다. ‘L의 공포’는 대량 해고에 대한 공포다. 경기가 나빠지면 매출이 떨어지고 자연스럽게 기업은 인력 감축에 들어간다. 만약 경기 하락의 골이 넓고 깊다면 감축의 폭도 더 커질 것이다. 시장 점유율 후퇴가 대량 해고로 이어지기도 한다. 2017년 중국에 LCD 디스플레이 시장 1위를 내준 뒤 희망퇴직 접수 등 구조조정을 진행 중인 삼성과 LG가 그 예다.

한편, ‘L의 공포’는 최근 원금 100% 손실 사례가 발생한 DLS, DLF 사태(자세한 내용이 궁금하다면 Click!) 이후 투자자들이 이름에 ‘L’이 들어가는 금융상품은 무조건 피하는 상황을 설명할 때 쓰이기도 한다. 여기서 L은 ‘Linked(연계)’의 약자다. DLS와 DLF에서 L이 이 L이다.

저축하면 오히려 요금을 낸다? M의 공포

M. Minus(마이너스)의 약자다. ‘M의 공포’는 마이너스 금리에 대한 공포다. 금리가 0%로 밑으로 떨어지면, 즉 마이너스(-)가 되면 은행과 고객의 입장은 정반대가 된다. 고객은 은행에 돈을 맡긴 뒤 ‘맡아줘서 고맙다’며 이자를 내고, 은행은 돈을 빌려 간 사람에게 ‘빌려 가 줘서 고맙다’며 이자를 줘야 하는 것.

마이너스 금리가 무서운 건 경기 위축의 증거이기 때문. 금리는 돈으로 가득 찬 댐의 수문과 같아 내려갈수록 (시장에 돈이) 많이 풀리고, 올라갈수록 덜 풀린다. 그런데 마이너스 금리는 시장에 투자자가 없으니 오히려 은행이 돈을 쥐여주며 ‘내 돈 꿔줄 사람’을 찾고 있다는 말과 같다. 즉 불황의 전조라는 것. 마이너스 금리는 사람들이 더 많은 돈을 꿔 경기를 부양시키기 위해 금리를 극단적으로 내린 상황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일단 돈이 있어야 생산과 투자도 가능하다.

2019년 10월 기준으로 일본, 스웨덴, 덴마크 등이 마이너스 기준금리를 채택 중이다. 모두 저성장에 허덕이는 국가들이다.

물가 하락은 무조건 좋다? D의 공포

D. Deflation(디플레이션)의 약자다. 경제 전반적으로 물가가 계속 떨어지는 현상(디플레이션)에 대한 공포다.

언뜻 볼 때 물가 하락은 좋은 현상 같다. 당장 내 지갑의 부담을 덜어주니까. 그러나 장기적인 물가 하락은 불황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물가가 계속 떨어지면 사람들은 구매를 미룬다. 오늘보다 내일 더 싼 값에 사는 게 이익이기 때문. 재고는 점점 늘어나고, 급기야 월급을 못 주는 공장이 속출하면서, 노동자들의 소득이 줄어든다. 소득이 줄면 소비도 위축된다. 이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경제는 점점 쪼그라든다.

물가 하락의 원인으로는 1)기술 진보 2)통화량 부족 3)급격한 수요 위축 등이 꼽힌다. 70억 인구 중 69억이 사용하는 A라는 기술이 있는데, A의 단점을 완벽히 보완하면서 추가 기능까지 탑재한 B기술이 시장에 등장한다면 A의 가치(값)는 당연히 수직 낙하할 것이다. 통화량 부족도 비슷한 논리다. 돈의 양이 감소하며 상대적으로 돈의 가치가 높아진다면, 즉 오늘 100원으로 사과 1.5개를 살 수 있지만 내일부터 2개를 살 수 있다면, 사과 값은 떨어진다.

대부분의 물가 하락은 ‘3) 급격한 수요 위축’으로 발생한다. 잘못된 수요 예측, 정부 정책에 따른 시장 변화 등이 수요를 감소 시켜 경제 전반을 불황의 구렁텅이로 몰아넣는 것. 아래는 디플레이션이 불황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과정을 간략히 정리한 것이다.

이밖에도 I(Inflation, 인플레이션), S(Stagflation, 스태그플레이션), J(Jobless 또는 Japanification, 실직·장기 불황) 등 다양한 공포증(?)이 존재한다. 자고로 앎에는 끝이 없다고 하지만, 앞선 4가지만 알아도 웬만한 경제 기사 읽는 데는 문제가 없을 것이다.